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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단독 인터뷰] 노라조, "포털이랑 음원 사이트는 포기했어요"

  • 박세회
  • 입력 2015.03.05 09:04
  • 수정 2015.06.01 14:20

2월 22일에 발표 된 노라조의 뮤직비디오 '니 팔자야'가 유튜브에서 17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이 정도 상승세면 제2의 싸이까지는 몰라도 인생에 굴곡을 한번 주기엔 충분한 수치다. 벌써 일주일 째 유튜브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적한 카페에서 '노라조'를 만났다. 싱글이 나온 후 첫 인터뷰다.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조빈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지금까지 재밌게 한다고 했어도, 그래 봐야 (조회 수가) 몇만이었는데, 이번에는 백만을 넘기더라고요. 아, 이건 됐다. 올 게 왔다 싶었죠. 팬들이 쪽지로 '노라조 듣고 2천 원 주었습니다', '노라조 듣고 수전증이 나았어요'같은 재밌는 반응도 보내주더군요.

'약 빨고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어요.

이혁 그런 말 많이 듣고 읽었어요. 그런데 이걸 만든 분들 보면 그런 소리 안 나와요. EXID의 '위아래' 뮤직비디오 만든 '디지페디'의 감독님들인데, 만나보면 엄청 차분하고 지적이에요. '똘끼'랑은 거리가 먼 인상인데 저희 뮤직비디오를 만들 땐, 뭔가 스위치를 켜는 것 같아요.

조빈 데뷔 때부터 쭉 함께해온 전속 작곡가 DK도 마찬가지예요. 본인 음악은 정말 진지하고 아름다워요. 근데 우리 노래만 잡으면, 쌓여있는 욕구를 분출하는 건가 싶을 만큼 파격적인 가사를 들고 오더라고요.

점쟁이랑 주술사. 대체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요? 본인들 경험 아닌가요?

조빈 점집에 사실 자주 가긴 해요. 도사님들이랑 일상적으로 전화도 주고받을 만큼 친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제가 뭐 몇억씩 빚을 내서 굿을 할 만큼 믿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이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는 3년 전부터 대운이 들어왔다가 올해 빠진대요. 혁이는 내년부터 2년 동안 대길이고요. 그런 얘기 들어서 기분 나쁠 사람 없잖아요?

이혁 이번 노래에서 하고 싶었던 것도 그거예요. 일이 잘 안 풀리는 사람들. 시험에 떨어졌거나, 입사를 준비하거나, 퇴직을 한 사람들한텐 힘을 주고 싶었어요. '대박 나는 게 네 팔자야'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 좋으면 그걸로도 위로가 되는 거거든요.

저는 이 노래가 기복신앙에 대한 풍자인 줄 알았어요. '넌 대박 날 거야'라는 이 노래를 사람들이 많이 들어서, 정작 대박 나는 건 '노라조'잖아요.

조빈 듣고 보니까 그렇긴 한데, 저희 그렇게 복잡한 생각은 못 해요.

노라조의 뮤직비디오. 영문자막도 삽입됐다.

해피송, 슈퍼맨, 야생마, 카레 뮤직비디오를 보면 뭔가 일맥상통하는 지향점이 있어요.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조빈 '병맛'? 그런데 그냥 병맛은 아니고 쓸데없는 하이 퀄리티를 지향합니다.

일본 음원 사이트의 반응도 재밌어요. '미남낭비', '성대 낭비'라고 하더군요.

조빈 혁이가 미남이고 노래도 잘하죠. 그런데 저는 미남이든 뭐든 좀 과소비하는 성격이거든요. 솔직히 혁이는 딴 데 가서 멋진 거 해도 되는 앤데, 제가 잘 꾀어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죠.

이혁 전 메탈 밴드 보컬이었고, 빈이 형은 삼인조 컬트 밴드의 멤버였거든요. 처음 만나서 같이 하자 그랬을 땐, 이런 거 시킬 줄 몰랐어요.

요새 노라조 기획사의 PR팀은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는다. 다른 기획사 홍보 담당자들이 '유튜브 메인에 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며 홍보의 비법 좀 가르쳐 달라고 묻는다. 이런 입소문 효과가 수익으로 이어질까?

섭외는 많이 들어오고 있나요?

조빈 광고 쪽에서 입질은 계속 있는데, 아직 덜컥 하고 물린 건 없어요. '보통 얼마 받아요.' 뭐 이런 전화데, 뭐 저희가 광고를 해봤어야죠.

그럼 아직 인기가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거네요.

조빈 그렇죠. 어디선가 얘기 들었는데, 정확한 건 아니지만, 유튜브에 스폰서 걸면 한번 클릭에 1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로 170만이라니까 170만 원 번 셈이죠. 그래서 이 인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다음 아이템을 구상해 놨어요. 우리가 또 율동이 죽이거든요. 이번 주 금요일에 '니 팔자야' 안무 버전을 찍으러 갑니다.

방송 활동은 아직 안 하고 있는데 조만간 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조빈 솔직히 '런닝맨'이랑 'SNL코리아'가 제일 탐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저희랑 잘 맞을 것 같아서요. 혁이가 외모가 좀 되니까 SNL에서 호스트 하면 정말 멋질 거예요.

노래 스타일도 그렇고 SNL이 정말 잘 어울리긴 하네요. 섭외가 잘 안 들어오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빈저희가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건데, 이 뮤직비디오가 방송 심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니 공중파만 보는 사람들에게 노라조는 거의 투명인간이겠죠.

이혁 방송뿐이 아니라 음원 사이트에도 뮤비는 안 걸려있어요.

확인해본 결과, 아무리 찾아도 유튜브 외에는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아이돌 가수의 노래도 아무런 필터 없이 방송되는 세상 아닌가.

그러고 보니까 보통 유튜브에 올려도 'CJ Enm', 'Mnet Video'이런 아이디로 올리는데, '노라조 프로덕션'으로 올렸어요.

조빈 일단 방송 심의에 통과가 안 된 건 물론이고, 멜론, 엠넷, 네이버 뮤직 등에 전부 통과가 안됐어요. 저희는 배급사가 'Mnet'인데, 그런 대형 배급사들은 구독자 수가 엄청나거든요. 그런 큰 채널에서 한번 뿌려줘야 입소문을 타고 순항하게 되는데, 심의를 넣었더니 '이 영상의 내용은 사실과 무관합니다.'라는 자막을 전반부 한 1분 동안 계속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혁 그렇게 하느니 그냥 유튜브에만 뿌리려고 한 거죠. 일반적인 바이럴의 방향과 반대로 유명세를 탄 거죠. 방송에 내보내고, 음원 사이트에 깔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뿌려서 바이럴 된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높아지고 허핑턴 포스트 US같은 해외 매체에서 기사를 먼저 내고, 국내에서 기사가 나가는 식으로 역방향을 탔어요.

자막을 넣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조빈 전반부 해설이 '이 노래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 나는 이 노래를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자꾸 들려주고 싶고 유료구매하고 싶다.' 이런 내용이거든요. 그 내용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거죠. 이걸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조빈 알고 보면 9 마리의 사연 많은 푸들을 키우는 남자.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정말 각별하다. 설 전에 이사를 해야 길하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집을 옮겼는데, 대박이 나고 나니 그 말을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조빈은 윤종신보다 어마어마한 '월반 조빈'을 기획 중이다. 한달에 앨범을 한 장씩 낼 거다. 목표는 2년 안에 조용필 형님을 따라잡는 것이다.

이혁 알고 보면 집에서 양초 만드는 게 취미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지만 그렇다고 온순한 성격은 아니다. 메탈 밴드의 보컬로 차오르는 테스토스테론을 분출하기 위해 프로 레이서 과정을 준비 중이다. 공도에선 차분한 드라이버지만 트랙에 들어서면 그는 야생마. 나이가 들면서 이제 메탈 보다는 브래드 페이슬리의 컨트리 연주를 즐겨 듣는다.

이런 억울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노라조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혼신의 심을 들여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전설로 남을 그들의 프로필 사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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