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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 2배 늘었다

ⓒShutterstock / Low Chin Han

#사례 1(10대, 실습생)

실습이 끝나면 정직원에 채용될 예정이었다. 과장이 “남자친구랑 모텔 가봤지?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연락해라. 술 먹자” 등의 말을 수시로 했다. 다른 과장은 밤에 전화해서 “회사에 너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알지?” 등의 말을 했다. 불편해서 퇴사를 결정했는데 마지막 근무일에 “오늘 뭐하냐? 모텔 가냐?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따따블이다”라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혼자만 알고 있었는데 수치심을 느껴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렸다. 담임 선생님께도 말씀드리고 회사에도 말했는데 그 사람들은 "장난이었다"고만 한다.

#사례 2 (20대, 퇴사)

입사 뒤 3개월 동안 인턴 기간이었다. 사수가 혼자 있을 때 “남자친구와 잘 지내느냐”고 묻고 “어깨 좀 펴고 다니라”며 어깨를 주물렀다. 수시로 “결혼할 때 차에 달아주는 풍선이 콘돔”이라거나 “남자친구랑 모텔 가봤냐”고 물으며 혼자 즐거워했다. 살을 뺀다는 말에는 “여기?”라며 허벅지 사이를 만졌다. 어느 날은 (사수가) 아는 교수를 만났는데 “요즘 니가 끼고 다닌다는 여자애가 얘냐?”며 새끼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례 3 (20대, 계약직)

뷔페에서 서빙을 하는데 주방의 부장이 말로 지시해도 될 일을 손을 잡거나 어깨를 껴안으며 이야기한다. 찝찝하지만 무섭기도 해서 표현을 못 했다. 시를 쓴 메신저를 보내고, 유명 여행지를 같이 가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평소 주방에선 무섭고 깐깐한데 도대체 뭔지 이해가 안 된다.

 

성희롱으로 고충을 겪는 여성 노동자들의 상담이 지난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 2014년 상담 내용(2643건, 2013년 12월~2014년 11월)을 분석한 결과다.

여성노동자회는 “전체 상담을 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직장 내 성희롱 등 성희롱 상담이 16.1%로 2013년(8.9%)의 2배 가량 늘었다”며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관련 상담 신청이 급증했던 2012년(13.8%)과 비교해서도 최고 수치의 성희롱 상담 건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자회는 상담 유형을 크게는 근로조건(38.2%) 모성권(34.3%) 성희롱(16.1%) 성차별(1.6%) 폭언·폭행(2.6%) 기타(7.1%) 등 6가지로 나눴는데, 이 가운데 성희롱 상담이 지난해 416건에 이르러 전년도의 236건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상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던 폭언·폭행 상담도 2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연관해 심각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세부 유형별로 나눠 볼 때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단일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육아휴직 상담 15.2%(394건) △임금 체불 상담 13.7%(354건) △출산 전후 휴가 상담 13.2%(342건)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박근혜 정부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모성보호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번 상담 유형 결과 조사를 보면 모성권 대책만으로는 여성 노동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담을 신청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도 더욱 열악해졌다. 비정규직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계약직은 51%로 지난해보다 9.2%포인트 줄어든 반면, 근로조건이 더 나쁜 시간제나 용역직, 특수고용은 늘어났다. 비정규직 유형은 계약직(51.0%) 다음이 △시간제(21.9%) △용역직(9.6%) △파견직(7.5%) △일용직(5.2%) △기타(2.4%) △특수고용(2.3%) 차례로 많았다.

근속연수가 적을수록 근로조건 상담과 성희롱 상담이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25살~29살의 40.9%가 성희롱 상담을 의뢰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경우 근로조건 상담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다음이 성희롱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근속연수가 낮을수록 근로조건 차별을 겪거나 성희롱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진급 기회 배제 등 성차별과 폭언·폭행 상담은 3년 이상 근속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출판·영상·정보 업종 종사자 가운데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56.1%)이 성희롱 상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디자인·방송관련직(39.1%)과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33.3%)도 상대적으로 상담률이 높았다.

최근 ‘열정 페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패션업계(섬유 및 의복 관련직)에서는 78.4%가 근로조건 상담을 진행해 패션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반영했다. 일반적으로 근로조건 상담률이 높을수록 근로환경이 열악한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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