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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독점 인터뷰] 손석희 "뉴스는 새장 속에 갇혀있으면 안된다"

  • 김도훈
  • 입력 2015.03.03 11:54
  • 수정 2016.03.04 03:18

JTBC는 상암 신사옥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중구 순화동의 중앙일보 건물이 오랜 역사를 지닌 신문사의 유산이라면, 지상 21층, 지하 6층 신사옥은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JTBC의 야심이다. 상암은 일종의 미디어 전쟁터다. 시간이 남아 신사옥 앞 커피숍에서 잠시 질문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주변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논현역 주변의 커피숍 테이블에서 부동산 이야기가 오가고, 대학가 주변 커피숍 테이블에서 취업 이야기가 오가듯이 말이다.

신사옥의 가장 핵심인 뉴스룸에는 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는 손석희가 있다. 손석희가 JTBC 뉴스룸 앵커이자 보도, 시사, 교양 총괄 사장이 되자 사람들은 환호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요하게 보도해 닉슨을 사임시킨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를 거론하며 새로운 뉴스를 기대했다. 혹은, 손석희가 중앙이라는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얼굴 마담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났다. 손석희와 뉴스룸은 세월호 참사를 지나오면서 한국 뉴스의 어떤 기준이 됐다. 놀라운 일이라고? 때로는 단 한 명의 리더가 업계의 기준을 새롭게 창조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손석희에게 묻고 싶은 것은 (꽤나 거창하게도) 뉴스의 미래였다. SNS의 시대에 뉴스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우리는 집단지성의 정화 작용을 믿을 수 있는가? 새로운 플랫폼이 난립하는 시대에 뉴스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물론 우리는 레드 제플린에 대해서도 물었다. 손석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Working from seven to eleven every night, It really makes life a drag, I don't think that's right(아침 일곱 시부터 매일 밤 열한 시까지 일합니다. 그게 제 삶을 지치게 합니다. 옳지 않은 일이에요).

인터뷰의 시작은 손석희의 하루 일과를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의 일과는 정말이지 옳지 않았다. 하지만 손석희는 "바쁘다고 자랑하는 것 같다"는 말로 그 부분은 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가지는 살짝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남자의 일과는 시작부터 끝까지 뉴스로 가득하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손석희는 뉴스다. 글 - 손미나, 김도훈, 강병진 | 사진 - 오계옥

-뉴스룸의 전체 인원은 몇 명인가요? 매일 탐사 취재도 내보내던데 인력이 빠듯하진 않나요?

=120명 정도입니다. 굉장히 적습니다. 다른 공중파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인데 뉴스를 100분 한다니까 놀랄 일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 다른 거대 공중파에는 거품이 많다고 봅니다. 탐사 취재팀은 여섯 명입니다. 사실 이것도 기절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뉴스룸에는 없는 ‘취재작가’라는 직책이 있는데, 그들이 또 여섯 명 있습니다. 그러니 한 팀당 둘이 하는 겁니다. 탐사 플러스가 일주일에 네 번인데, 죽도록 돌아가는 겁니다. 사실 좀 무리이긴 합니다.

-뉴스룸을 지나치며 보니 평균적인 나이가 젊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JTBC는 시작하는 신생 방송사니까 나이 든 사람들이 와서 하긴 힘든 상황이었을 겁니다. 경력 기자를 모집할 때도 젊고 열심히 뛸 사람들을 모아 냈겠죠.

-젊은 뉴스룸의 장단점이 있나요.

=결혼식이 많습니다(웃음). 그래서 축의금이 많이 나갑니다. 아무튼 젊은 에너지가 있다는 것은 조직에 여러모로 좋습니다. 경험이 적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봅니다. 잘못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뉴스룸'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금 시대에 '뉴스'가, 특히 '방송뉴스'가 처한 현실에 대한 판단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뉴스를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뉴스룸'을 100분으로 늘리자고 처음으로 제안했던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보도국의 오병상 보도총괄 겸 국장이었습니다. 그 제안을 듣고 한 달 정도 고민하면서 한 편으로는 우리 역량 평가를 나름대로 해본 결과 결론은 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작환경을 몇 가지 개선한다는 전제하에 추진했습니다. 아무튼 그건 기술적인 문제에 속하는 고민이었고, 그렇다면 '뉴스룸'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 필요하겠지요. 이건 재작년에 '뉴스9'을 새롭게 출범시켰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낮 동안 이미 뉴스를 다 소비한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우리만의 뉴스를 내놓을 것인가, 그리고 다른 채널들이 이미 상당 부분 연성화된 뉴스 아이템들을 일렬로 나열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차별화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는 그래서 나온 겁니다.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우리 뉴스의 컨셉은 ‘뉴스를 넘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뉴스는 관행적으로 행해 온 뉴스를 말합니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기존의 뉴스 문법을 넘어보자는 것이지요.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 그리고 기존 뉴스의 문법을 넘어서는 뉴스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특히 뉴스의 형식적인 변화에 있어서요.

=주로 전달의 방법상에 변화가 많이 있었던 편입니다. 오늘 뉴스에는 토론이 들어가는데, 뉴스에 토론이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죠. 하지만 우리는 합니다. 시간의 절반 이상을 터서 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리포트로 담아낼 수 없을 경우에는 인터뷰를 통해서 담아냅니다. 사실 기존의 뉴스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잘 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50분 뉴스에 많은 종류의 뉴스를 넣어야 하는 탓에 집중해서 한 아이템에 더 깊이 들어가기 어려운 형식적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모든 뉴스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더 깊이 들어가야 할 뉴스는 분명히 있다는 말을 전에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방법론은 토론이 될 수도 있고, 인터뷰가 될 수도 있고, 탐사취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탐사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적은 인원에 그 정도의 성과물을 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봐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겠지만, '뉴스룸' 방영 시간이 늘어나서 탐사 보도를 늘리신 건가요, 아니면 탐사 보도를 위해서 시간을 늘린 건가요?

='탐사 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원래 따로 존재했습니다. 사실 탐사보도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점점 없어져 가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보도국에서 탐사보도가 없다는 것은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순전히 시장 논리에 의해서 보도 논리가 굴러가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저널리즘의 최소한을 지키려면 탐사보도가 있어야 했고, 그래서 '탐사 플러스'를 진행해왔습니다. 만약 '뉴스룸'이 생기지 않았더라도 '탐사플러스'는 계속했을 겁니다. 원래 '뉴스룸'의 2부는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가져갈 생각이었습니다. 내내 토론을 해도 좋고, 한 사람과 계속 인터뷰를 해도 되고, 또 기자들이 탐사제작물을 만들어오면 길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내보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요일별로 구성할 생각도 없이 정말 자유롭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력의 제약 때문에 탐사물은 일주일에 끽해야 두세 개가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막상 '탐사플러스' 코너를 시작하니까 이 팀에서 계속 만들어오는 겁니다.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 계속 만들어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이면 더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죽도록 해서 또 가져옵니다. 그러니 매일 내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빠지면 오히려 더 이상해지는 겁니다. 이 팀은 남들이 보면 약 먹고 뛰는 것처럼 뜁니다.

-그렇게 죽도록 뛰는 이유가 뭘까요.

=본인들이 알 겁니다 그건.

-하지만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저는 장을 마련해줬을 뿐입니다. '탐사플러스'가 방송이 나가면 반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핫한 이슈를 다 취재하고, 그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문제의 개선으로 실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것으로부터 기자들이 동기부여를 받을 겁니다. '탐사플러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꼭지도 다 마찬가집니다.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도 그렇습니다. 제가 생방송에서 가끔 놀리기도 하지만 너무 열심인 게 좋아서 그러는 겁니다. 그리고 오 분에서 육 분 정도 진행되는 밀착 카메라 코너를 만들었는데, 그것도 탐사 플러스처럼 만듭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대단히 강합니다. SNS에서도 많이 회자가 되고요. 거기서 오는 동기부여가 있을 겁니다. 새로 생긴 '뉴스키워드' 코너는 제가 좀 살살하라고 말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듣질 않아서 저렇게 얼마나 갈까 걱정할 때도 있지요.

-'뉴스룸'을 런칭할 때, 레퍼런스가 된 해외의 뉴스프로그램이 있었나요?

=특별히 프로그램 전체의 컨셉을 참고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코너, 예를 들면 ‘팩트체크’ 같은 코너는 미국 방송이나 신문에도 있습니다.

-혹시 아론 소킨의 미드 '뉴스룸'이 어떤 레퍼런스나 영감이 된 부분이 있나요? 이름도 비슷할 뿐 아니라, 종종 음악 사용에 있어서도 공통점이 보여서 재미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없습니다. 그 드라마는 첫 회를 10분 정도만 봤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원래 이쪽 업계 얘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지 않습니다. 자꾸 현실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리얼리티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반감만 생기거든요. 그 드라마와 제목이 같게 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보도국에 제목을 공모했을 때 ‘뉴스룸’이란 의견이 제일 많았습니다. 또 외국 방송 뉴스에도 ‘뉴스룸’이란 제목은 이미 몇 개가 있습니다. 음악은 뭘 말씀하시는지 제가 알지 못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그 드라마를 안 봤기 때문에.... 아무튼 저는 그 드라마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이 SNS상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를 발굴하고 전하는 입장에서 'SNS'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은 받을 때는 좀 고민을 하게 됩니다. SNS를 무시하자니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추켜세우자니 위험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정리하자면, SNS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영향력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뉴스 콘텐츠도 가능한 한 거기에 실으려고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결국엔 SNS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뉴스는 실패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뉴미디어만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믿는 쪽은 아닙니다. 또한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계획해서 전력투구로 취재한 내용만 SNS에 실리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속하는 엉터리 얘기들도 무궁무진하게 돌아다니니까요. 그것이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교정된다고는 하지만 그런 얘기하기에는 너무 한가할 정도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또한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전파하고 그것을 수익모델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도 SNS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니까 사실은 우려되는 바가 더 큽니다.

-집단지성의 교정이라는 말이 한가롭게 느껴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번 잘못된 정보가 올라가면 수정까지 시간 차가 생깁니다. 한 시간이든 하루든, 더 긴 시간이 됐든 말입니다. SNS의 전파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한 시간과 지금 SNS의 한 시간은 차이가 납니다. 한 시간이면 이미 잘못된 정보가 다 퍼진 다음이고, 교정해 봐야 늦습니다. 그 시차에서 생겨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까요. 그런 점에서의 위험성을 이야기한 겁니다. 많은 진보적인 SNS 이용자들이 집단지성을 옹호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저는 앞에서 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피해가 난 상황에서는 정정 보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오보는 쉽게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의 위험성은 늘 상존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뉴스룸'을 기획하면서 SNS의 존재에 대해 고려했다면, 그 고민이 '뉴스룸'에 담겨있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당연히 고려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뉴스는 거의 모든 포털과 팟캐스팅 등을 통해 전달되고, 그것이 다시 클립으로 나뉘어져 SNS를 통해 확산됩니다. 일반적인 뉴스 아이템도 그렇지만 '뉴스룸' 만의 코너들은 SNS에서 공유하기에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브리핑’, ‘팩트체크’, ‘뉴스키워드’, '탐사 플러스'등이 모두 그런 고민을 담은 코너들입니다. 또 빅네임들이 많이 나오는 인터뷰 코너 역시 마찬가지구요.

-'뉴스룸'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서도 생중계를 해왔습니다. 보도부문사장으로서 뉴스의 유통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자사의 온라인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채널을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뉴스가 처한 상황을 생각한 듯 보입니다.

=자신의 플랫폼을 뛰쳐나간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존의 방송이나 신문들은 거대 포털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크든 작든 있습니다. 결국엔 다 뺏기고 만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희 입장에서는 기존의 플랫폼에 갇혀 있는 한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저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든 뉴스를 새장 속에 갇혀있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되지도 않아서 거의 모든 채널이 따라왔습니다. ‘다음’과는 공감뉴스라는 스페셜 페이지까지 만들어서 앞서갔지만 그것도 지금은 공중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따라왔습니다. 포털들도 다른 거대 방송사나 종편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괜히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바일이든 온라인이든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버즈피드', '복스' 같은 새로운 온라인 뉴스 매체도 평소에 접하는 편인가요? TV 뉴스를 오랫동안 만든 입장에서 볼 때 이 매체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허핑턴포스트는 가끔 들여다보지만 다른 매체들은 잘 모릅니다. 솔직히 그럴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한 새로운 온라인 매체들이 기존 프린트 매체들의 영향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가 작년 허핑턴포스트 출신의 마케터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변화의 일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커다란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온라인 매체들과 방송 뉴스가 어떤 형태로든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온라인 매체들이 기존 프린트 매체들의 영향력을 넘어서고 있다고요? 벌써요? 물론 저는 SNS라든가 새로운 미디어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믿긴 하지만 과대평가도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 세대층에선 그럴지 모르지만....글쎄요... 전 세대에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협력한다는 건 말로는 쉽지만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논의해보면 또 길이 보이겠지요.

-TV를 중심으로 한 뉴스 미디어 역시 상황은 바뀌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TV 뉴스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어떻게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도 너무 뉴미디어 지상주의적인 질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뉴스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전달방식이 변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습니다. 어찌 보면 기술적인 문제들이란 얘깁니다. 거기에 대해 지나치게 치중해서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물론 '허핑턴포스트'의 입장에선 그렇게 얘길 진행하고 싶어 하실진 모르지만... 다만 질문을 하시니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만 짚어보자면 이렇습니다. SNS로 뉴스를 접할 경우 취사선택이 가능합니다. 즉, 텔레비전처럼 꾹 참고 50분 이상을 기다리면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뉴스 꼭지들이 살아남겠지요. 문제는 이렇게 되면 될수록 뉴스는 흥미위주이거나 자극적인 아이템들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란 점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에 따라서 더 알고 싶은 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매체가 독자들에게는 뉴스를 섭취하는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신문은 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취사선택해서 보죠. 안 보고 싶은 뉴스는 안보니까요. 기존 방송 뉴스는 시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더 싣고 싶어도 싣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걸 기다리면서 봐야 합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뉴스들은 시간도 공간의 제약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음껏 뉴스를 취사선택합니다. 물론 그런 장점은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대로 뉴스를 본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뉴스들이 꼭 이용자들에 의해서만 최종 선택되는 건가요? 매체가 특정한 방향의 뉴스만 독자들이 선택하도록 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허핑턴포스트코리아'도 에디터들이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인터넷 뉴스의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게 시장논리와 맞물리면서 더 부정적인 부분이 도드라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거기까지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 해결책은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시하거나, 당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센세이셔널리즘은 안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방송한다. 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당부하기 전에 이미 우리 기자들이나 제작진이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참사 직후 팽목항에 각 언론사 중계차들이 현지 상황을 가장 잘 잡아낼 수 있는 길목에 모두 모여 있었는데 실종자 가족들이 구급차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답니다. 그때 부탁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그 자리를 피해 외곽 주차장으로 옮긴 것이 JTBC 중계차였습니다. 현장 PD가 그렇게 결정한 겁니다.

-2014년 4월 21일, '뉴스9'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인 김모씨와의 인터뷰를 연결하려던 도중 그분 따님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비보를 들었다고 하면서 눈물을 참으려 애쓰던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달됐습니다. 그날 방송을 끝낸 후에 생각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 상황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재난방송을 했는데 때로는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평을 듣곤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완전히 담담하기가 어려운 순간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의 대부분이 아이들이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입니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담담하고 냉정하다는 평을 들었던 이유가 뭘까요.

=감정이입이 덜 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컨트롤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겠지만 굳이 컨트롤하려 하지 않아도 감정이입이 안된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재난 방송을 워낙 많이 했는데, 예전에는 어쨌든 방송을 사고 없이 잘 마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게 아닌가 합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나이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세월호' 보도에 대해 한 강연에서 "'의제 설정'에서 '의제 유지'로 변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그렇게 주체적으로 유지하는 미디어의 의지가 대중의 인정을 못 받으면 그 미디어는 외면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뉴스룸'이 유지하고자 하는 의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 건가요?

=뉴스 프로그램들은 수없이 많은 단편적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이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따져볼 겨를을 주지 않습니다. 그 ‘어떤 이슈’에 대한 기준은 명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깊이, 그리고 다각적으로 고민해 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이슈들입니다. 많은 시청자를 갖고있는 힘 있는 뉴스 프로그램들이 의제설정을 하면 그것은 그 자체로도 굉장한 힘을 갖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안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직은 군소 뉴스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제를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그 의제의 중요성을 천천히라도 공감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대표적인 것일 테고,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갑을관계 등에 대한 보도가 모두 그랬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받은 영상을 보도할 때도 '뉴스룸'은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동영상을 그대로 방영하지 않고, 정지화면을 쓰는 등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든 그런 경우에 동영상을 그대로 방송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이 도착했을 때 저는 진도에서 방송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서울 본사에서도 그 문제로 의견이 좀 갈렸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곧 동의해줬습니다. 모두 여덟 번의 동영상을 방송했는데 그때마다 정지화면으로 냈습니다. 아마 처음에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도 부모님들이 저희들에게 동영상을 가져다주셨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방송한 동영상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작별을 고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희들에게 도착한 동영상이 더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방송을 내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의 뉴스들은 저마다 자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크게 바뀐 것은 없는 듯한 인상입니다.

=보통 그런 계기가 있으면 말들은 쉽게 합니다만 그럴만한 겨를이 없습니다. 일상의 보도에 대해서 일상적으로 고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드느라 바쁘고, 타사와의 경쟁에 매몰되고, 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변화를 철학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인력이 늘고 여유가 늘어나면 가능한 일일까요?

=여유가 생길 정도로 뉴스 인력을 만들어 주는 회사는 없습니다. 일부 있긴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도록 하지도 않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세월호 당시에 다이빙벨 관련 보도로 논쟁 속에 있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에선 중징계도 내렸고...

=심의에 대해선 굳이 더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이빙벨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간단하고도 분명한 것입니다. 참사 발생 이후 우리가 구조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없지 않나요?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그 시간에는 특히 그랬습니다. 해경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 몇 사람을 구한 것 외에는 배 주변을 빙빙 돈 것이 다였습니다. 심지어는 해경이 부른 구난 업체인 언딘의 기술이사가 나와의 인터뷰에서 그랬습니다. 그날 밤 자정이 될 때까지 배 안에 사람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이런 걸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업체가 사람 구조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걸 명백하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저와 첫 인터뷰 했던 희생자 아버지는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여기에선 지금 구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절규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대안을 찾고 제시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입니다. 이종인씨가 있던 '알파잠수'는 해경의 구난등록업체에 엄연히 올라있는 업체입니다. 오히려 해경이 부른 '언딘'이 그 목록에는 없었습니다. 다이빙벨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잠수장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인씨는 우리 방송에 처음 출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를 인터뷰 대상으로 섭외한 것은 이런 걸 다 고려한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다이빙벨이 실패함으로써 논란이 더 커진 것 아닌가요?

=대안을 제시한 것과 결과적으로 성과를 못 낸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런 식이라면 당시 해군이 투입했던 원격수중탐색장비(ROV)를 비롯해 별 성과를 못 낸 장비가 한 두 개인가요? 게다가 다이빙벨이 성과를 못 낸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다이빙벨 때문에 구조작업이 더뎌졌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는 모양인데, 아까 말했듯이 인명 구조작업은 당초부터 이뤄지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더뎌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당시 구조에 실패했던 당국이나 주로 SNS에서 활약하는 일부 사람들은 희생양이 필요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영화 다이빙벨은 보셨는지?

=보지 않았습니다. 굳이 안 봐도 당시의 상황은 잘 압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런칭할 당시, 허핑턴포스트 본사에서 말해 준 이 매체의 주요한 철학 중 하나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강력하게 한 편을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였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종종 지나칠 정도로 뻣뻣하게 ‘매체의 중립성’을 요구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것은 많은 매체들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의견을 쏟아내는 한국 매체 시장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알랭 드 보통과 인터뷰했을 때 그가 바로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뉴스에도 ‘좋은 편향성’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다른 매체들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좋은 편향성’의 기준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아까 ‘의제 유지’에서 말한,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데에 기여하는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서 ‘좋은’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시민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그 정도로 하지요. 다 알잖아요.

-앵커 브리핑 코너는 어떤 이유로 기획하신 코너인가요? 이 코너에서 전하는 내용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과 생각이 담긴 부분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앵커브리핑인데 앵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나요? 그런데 사실 처음에는 좀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어제 나간 뉴스 중에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브리핑이란 형식을 통해 소화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작을 하고 보니 그렇게 가볍게 되지가 않았습니다. 좀 고민이긴 합니다. 앵커가 자기 의견을 집어넣은 코너를 갖고 있는 것은 이제껏 없었기 때문이고 때로는 좀 위험하기도 합니다. 원래 저는 그런 걸 좋아하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지금은 이를테면 기호지세랄까... 관심들을 많이 가져주셔서 그만두기도 좀 어려운 형국이 됐습니다.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결국 매우 상식적인 차원에서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앵커브리핑이라면 그것이 꼭 앵커의 사견 수준으로 폄하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사건사고 뉴스들은 점점 참혹해집니다. 성폭행, 자살, 살해와 관련된 뉴스들은 제목부터 자극적일 수밖에 없고, 또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그만큼 많은 화제를 일으킵니다.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기사들이기 때문에 허핑턴포스트도 이런 기사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편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사건/사고기사에서 어떤 기준으로 보도 내용을 선정하나요?

=자살 관련 소식은 많이 자제하는 편입니다. 이 문제로 편집회의에서 토론할 때도 있었습니다. 성폭행을 비롯한 자극적인 사건사고 소식은 아마 저희만큼 자제하는 곳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뉴스뿐 아니라 저희들은 가급적 개인의 문제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에 접근하려고 합니다. 개인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 그 개인의 문제가 시스템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때입니다. 아, 물론 모든 경우에 완벽하게 이런 기준을 적용할 수 없을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기본적인 편집방향은 분명히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의 경우 그 개인의 문제에 빠져들지 않으려 했습니다. 오히려 그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불법적으로 수집되었는가에 더 집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씨 관련 보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 개인 문제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까 말씀드린 방향으로 대부분 국한시켰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구글 강연에서 ‘뉴스는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최근 뉴스공급과 소비의 방식이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앞서 말했듯이 수없이 많은 단편적인, 그리고 자극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져서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 골치 아프거나 지루하게 느끼곤 합니다. 통조림 같은 뉴스를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서 나른 후에, 마무리는 예쁜 기상 캐스터가 전하는,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는 날씨예보... 이런 것들이 일종의 공식이지요. 사람들은 그래야 ‘아, 이제 하루의 뉴스를 다 정리해서 들었으니 나도 업데이트가 된 거네’하고 안심할지도 모르고요. 그에 대한 문제 제기라면 동의합니다.

-최근 들어, 비단 한국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뉴스의 반복적이고 자극적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뉴스 보도의 과열경쟁을 완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뉴스는 원래부터 경쟁해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극의 반복을 통해 사람들의 감각을 무디어지게 하고, 그 무디어진 감각을 건드리기 위해 더욱더 자극적이 되는 것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얘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을 정도의 해결사는 못됩니다.

-'뉴스룸'은 많은 사람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악성 댓글은 있을 겁니다.. 혹시 그런 댓글들도 찾아보시나요? 기억나는 악성 댓글에 답글을 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요?

=답글 달아주면 더 신나합니다.

-뉴스룸은 정치,사회,경제,문화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해 인터뷰를 나눕니다. 기존의 뉴스가 스튜디오로 초청하던 대상보다는 훨씬 더 카테고리가 넓어 보입니다. 인터뷰 대상의 카테고리에 대해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카테고리에 제한은 없습니다. 대중문화와 관련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꽤 긴 시간 논의한 끝에 대중문화라고 해서 벽을 두어선 안 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려한 것은 마케팅에 우리 뉴스가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건데, 저는 그런 것에도 너무 장벽을 둘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영화배우가 나와도 개봉 앞둔 영화 얘기만 하고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호세 카레라스가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하는 것은 괜찮고, 서태지가 인터뷰하는 건 안 될 리가 없는 것이지요. 사실 서태지씨와 꽤 길게 인터뷰한 게 나가니까 어느 매체에선 '뉴스룸'이 무슨 큰 변질이라도 된 듯이 비판을 했던데 참 답답한 비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도 많은 대중문화인들이 '뉴스룸'에 나왔습니다. 신문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다만, 누가 봐도 오로지 마케팅을 위한 출연은 안된다... 적어도 그 사람이 나옴으로써 그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면 얼마든지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JTBC로 옮겼을 때 삼성을 비판할 수 있느냐가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그것을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으름장도 있었죠.

=일단 형식적으로 삼성과 JTBC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말 그대로 형식적인 것이라는 걸 압니다. 인적으로 역사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문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과 연결된 한국사회 기업의 역사, 시스템, 문화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삼성을 비판하라는 것도 그런 뜻으로 이해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다룬 삼성 관련 보도들을 무슨 자랑거리 내놓듯 얘기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우리 사회부 기자들이 삼성의 무노조 전략 문건을 들고 삼성에 가서 이거 당신들 거 아니냐고 들이미는 것은 그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습니다. 그 보도가 나가기까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 보도는 꽤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물론 보여주기라는 의심도 있었습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반응을 보니 ‘삼성이 거기까지는 전략적으로 봐주는 거다’, ‘봐라,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 않지 않느냐’ 등등의 폄하도 있더군요.. 그것도 언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만 반문했습니다. ‘그러는 당신들은 왜 조용한가?’, ‘지난 1년 반 동안 누가 더 삼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했는가?’ 등등... 며칠 전에도 삼성 관련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 날 그 기사를 다룬 방송은 우리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삼성이 봐줘서 냈다구요? 소가 웃을 일입니다. 우리가 삼성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공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면 다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삼성이든 어떤 기업이든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면 그게 궁극적으로 최선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관련된 질문 한가지 더 드리자면, JTBC가 손석희를 영입한 것은 결국 장삿속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채널 이미지를 높이고 나면 결국 팽 당한다는 이야기까지도요.

=JTBC의 채널 전략은 제가 오기 전부터 이미 ‘다양성의 추구’였습니다. 다양성은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고 동시에 지향점 아닌가요? 저는 이 모토가 가장 와 닿았습니다. 우리 뉴스가 담아내는 관점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와서 ‘장사’가 잘 되는지는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적자가 큰 회사에 있으면서 그런 얘기를 듣는 건 당혹스럽습니다. 채널 이미지가 높아진 것이라면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데 채널 이미지가 나아진 것이 저 때문이라는 전제에 동의해 버리면, 제가 팽 당한다는 건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순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신은 당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고 얘기할 겁니다. 늘 얘기하지만 음모론의 특징은 근거를 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언젠가는 저도 그만둘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럼 그냥 그만두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자꾸 나오는 얘기 중의 하나가 ‘손석희 이후’입니다. JTBC 뉴스는 다시 손석희 이전으로 돌아 갈 테니 냉정하게 보자는 건데요.

=저는 취임하자마자 퇴임 후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그것도 관심의 표현이니까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그래. 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아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장담해야 하나요? 이건 전적으로 시청자와 보도국의 구성원들이 결정하게 될 문제입니다. 저의 방향만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저 혼자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는 결국 시청자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방향성에 대해서 시청자가 동의해준다면 그만큼 견고해지리라고 믿습니다. 또한 제가 보도국에 있는 동안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 보도국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공유한다면 그만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저의 답변이 듣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싶고, 그 경험을 함께 쌓아가고 있고, 그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JTBC 뉴스의 기자들이 함께하는 동안 얻었으면 하는 것, 성장했으면 하는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지치지 않고 전력투구하는 것입니다. 이건 저라고 잘하는 건 아니어서 저도 목표로 두고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방송기자로서 최고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도 잘하고, 제작도 잘하고, 전달도 잘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저널에 이즘을 붙인 이유를 늘 생각하면 됩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저널과 거기에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과 철학이 들어가는 저널리즘은 다르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 기자들은 이런 것들을 제게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와 우리 기자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겸손하려하거나 추켜세우려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매일 매일 그렇게 하고 있고, 우리 기자들도 아마 제 말에 동의할 겁니다.

-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12년 전 이라크전에서 과장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6개월 동안 무급 정직처분을 당했습니다. 이 소식이 한국에서 뉴스를 전하는 앵커에게 준 고민이 있었을까요? 브라이언 윌리엄스 또한 앵커이자 뉴스룸을 이끄는 매니징 디렉터였기 때문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이라면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키우시는 동물이 있나요?

=개가 있긴 있는데, 저는 그런 것보다도, 늘 그놈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연으로부터 유리되고, 거세된 동물은 불쌍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수명이 거의 다했는데, 또 다른 개를 키워야 할지는 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서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번은 기타에만 집중해 듣고, 또 한번은 드럼에만 집중해 듣는 방식으로 음악을 즐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에 그렇게 즐겼던 음악이 있다면 어떤 뮤지션의 음악인가요?

=그런 방식으로 듣는 건 일상적인 것이어서 특별히 어느 한 곡을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제임스 테일러이고 거의 40년을 들었습니다. 그는 요즘도 공연을 합니다. 다른 가수의 곡도 듣는 편이지만 결국엔 다시 제임스 테일러로 돌아옵니다.

-특별히 제임스 테일러를 좋아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편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뛰어난 기타 연주자이기도 하고요.

-제임스 테일러는 세대적으로 말하자면, 60년대 히피세대의 격한 시대를 거친 젊은이들을 위로한 70년대의 싱어송라이터지요.

=음악자체는 편하지만 메시지는 늘 있습니다. 보다 젊은 시절에는 저도 엄청났습니다(웃음). 그때는 제임스 테일러 보다는 주로 레드 제플린 같은 그룹의 음악을 들었죠. 그런데 아무래도 나이가 30~40대가 되면 음악적인 취향도 조금 바뀌잖아요.

-종종 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10대에서 20대에 듣던 음악을 평생 반복하면서 듣는다는 의미로요.

=저도 레드 제플린의 음악은 지금도 듣습니다. 모든 앨범을 다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 딱 둘인데, 그게 레드 제플린과 제임스 테일러입니다. 레드 제플린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남들이 다 좋아하는 그 이유 외에 특별한 건 없습니다. 모든 앨범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 중에는 제가 이해 못할 것도 분명히 있고(웃음), 전반적으로는 들었을 때 뭐랄까…풀리는 게 있습니다. ‘풀리는 음악’과 ‘힐링되는 음악’이라는 게 좀 다르잖아요? 레드 제플린은 풀리기 때문에 들었고 제임스 테일러는 힐링이 되기 때문에 듣습니다.

-제플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뭔가요.

=3집 앨범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Since I’ve been loving you'가 들어있지요.

-제임스 테일러는요?

=초기의 음악을 훗날 라이브로 한 것을 좋아합니다. 스튜디오보다 라이브에서 연주나 보컬이 점점 더 발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뉴스룸’의 음악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왜 이젠 음악을 넣지 않으시는 건가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 마지막에 음악을 트는 게 한가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너무 바빠져서 음악을 고르고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 라이브 동영상

-JTBC 뉴스룸에는 영화배우들도 출연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영화도 즐겨보시는 편인가요? 최근에 보신 영화가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저는 주로 액션 영화를 봅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정은임 씨와 과거에 같이 일할 때 제가 자주 물어봤습니다. “요즘은 어떤 영화가 볼만하니?” 그러면 정은임 씨는 나름 열심히 제게 엄선해서 소개를 해줬지요. 그러면 그렇게 소개받은 영화만 빼놓고 봤습니다. 저는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요즘 영화 중에 대충 어떤 영화인지 아시겠지요. 굳이 제목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어권 출연자들이 나왔을 때 영어 인터뷰를 고수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그들이 편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편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날씨 캐스터가 없다. 날씨를 너무 홀대한다는 지적을 들으신 적도 있지 않나요?

=요즘 날씨 정보는 밤 9시가 되지 않아도 모두 압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날씨 정보만 앵커멘트를 통해서 전합니다. 특별한 날씨 정보가 필요할 때는 기자 리포트를 통해서 상세히 전하면 됩니다. 홀대가 아닙니다. 꼭 예쁜 여성이 예쁜 옷 입고 나와서 전해야 날씨를 우대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휴가는 얼마나 가십니까.

=일주일 정도 갑니다. 앞뒤로 토일을 붙이면 8~9일 정도 갈 때도 있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오면 ‘이제 일 그만두고 놀고 싶다’고 농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금방 또 그런 생각은 없어집니다. 휴가를 제일 가고 싶을 때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라잖아요. 그냥 그 정도 수준입니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건강관리는 대체 어떻게 하시나요.

=시간 날 때 걷는 정도 외에는 별달리 하는 게 없습니다.

-보약이나 비타민은요?

=먹었다 안 먹었다합니다.

-하루 중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시간이 대체 언제인가요.

=방송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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