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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특허전쟁 | 선, 구글, 오라클

이 전쟁은 이제 감정과 자존심 대결이 되어 버렸다. 우선 구글 입장에서는 SUN의 자바를 키운 장본인이 바로 에릭 슈미츠인데, 안드로이드폰이 팔릴 때마다 오라클에게 돈을 주고 싶겠는가? 현재 실리콘벨리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줄서기가 진행 중이다. 오픈소스 진영, 그리고 HP, Red Hat, Ebay 등은 구글 편을 공식선언했다. 오라클 편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라이센스가 주요 수익 모델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암묵적'으로 오라클을 응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임규태
  • 입력 2015.03.09 06:13
  • 수정 2015.05.09 14:12

* 이 글은 "세기의 특허전쟁 | <2> 공공의 적 특허" 에 이은 3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프트웨어 특허의 미래를 놓고 구글과 오라클이 펼치는 "자바전쟁"을 다루겠다. 그 전에, 이 전쟁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쟁의 원인인 "자바"는 애초에 전쟁 당사자인 오라클이나 구글과 아무 관련 없었기 때문이다.

(11) 자바의 탄생

자바는 웹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동작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사용자가 어떤 컴퓨터를 사용하든, 웹브로우저만 있으면 문제 없이 동작한다. 이 자바가 없었다면, 지금의 인터넷 세상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훌륭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을까? 바로 SUN 마이크로 시스템즈(이하 SUN)이다.

(SUN의 4명의 창업자들 - 왼쪽부터 Vinod Khosla, Bill Joy, Andreas Bechtolsheim, Scott McNealy) - 훗날 실리콘 벨리의 전설이 된다: from Sun Microsystems Inc.)

자바는 1991년 제임스 고슬링(이 사람을 기억하자)에 의해 탄생했다. 개발 당시는 가전제품이 좀 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능을 부여하자는 생각이었으며, 첫번째 타깃은 TV 셋탑박스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SUN의 경영진은 이 자바 기술이 한창 붐이 일기 시작한 인터넷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중요한 사실은 SUN이 자바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료 라이센스로 묶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5년 SUN은 '넷스케이프'가 자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자바 덕분에 웹 브라우저 안에서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게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비록 두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지배하는 컴퓨터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그들의 꿈은 실현되었다. 자, 이제 시계를 빨리 돌려, 2007년으로 가보자.

(12) 안드로이드 OS와 자바

2007년 아이폰이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 해 말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계획을 발표한다. 구글이 추진한 안드로이드 OS는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바와 '호환'되도록 했다. 그런데, 그 속의 코드는 SUN의 오리지날 자바가 아니라, 오픈소스를 가져다 만든 '달빅'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했다.

구글은 왜 그냥 SUN의 오리지널 자바를 쓰지 않았을까? SUN은 자바를 오픈소스로, 무료로 공개했지만, 모바일용 자바는 따로 유료라이센스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구글은 SUN에 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안 그러면, 안드로이드폰이 한 대 팔릴 때마다 SUN의 통장에 꽂히게 되니까)

나는 SUN이 이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인 이유가 당시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SUN 부사장까지 역임한 에릭 슈미츠는 자바를 전세계로 확산시킨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안드로이드를 론칭하면서 SUN과 라이센싱 협상을 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시간을 끌었다.

(SUN과 구글의 행복했던 시절: from CNET)

(13) 오라클의 전쟁선포

구글과 SUN의 어정쩡한 평화는 오라클이 2010년 1월, 8조원에 SUN을 인수하면서 깨진다. 자바를 손에 쥔 오라클은 그 해 8월, 구글이 자바 라이센싱 협상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소송 전쟁을 선포한다. 오라클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오픈소스 그룹도 함께 고소하는 꼼꼼함도 잊지않았다.

이 전쟁의 시작은 당시 실리콘 벨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두 공룡들간의 라이센스 전쟁에서 출발했다. 배상액도 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송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면서, 이제 이 소송의 최종 결과는 어느 쪽이 이기든 소프트웨어 및 지적재산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확대되었다.

(14) 전황 간단 요약

2010년 부터 시작된, 이 전쟁은 수많은 재판의 연속으로 점철되어있지만, 여기서 그걸 일일히 다루지 않는다. 현재까지 전투 상황을 간략히 정리한다.

전초전) 2012년 5월 |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 API 저작권(Copyright)을 침해했음. 구글의 오라클 특허침해는 없음. (무승부)

1차전) 2013년 5월 | 연방 법원: 구글이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했지만,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라클에 배상해 줄 필요 없음. 보너스: API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 (구글 승리!)

2차전) 2014년 5월 | 연방법원 항소심: 오라클의 자바 API는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함. 구글이 소스코드 몇 줄을 베낀 것도 무시할 수 없음. 보너스: 프로그램의 구조, 순서, 조직도 저작권 보호대상이다. (오라클 승리!)

(15) 전장의 확대

이 전쟁은 이제 감정과 자존심 대결이 되어 버렸다. 우선 구글 입장에서는 SUN의 자바를 키운 장본인이 바로 에릭 슈미츠인데, 안드로이드폰이 팔릴 때마다 오라클에게 돈을 주고 싶겠는가? 구글은 본격적인 소송전을 앞두고, 자바를 만든 제임스 고슬링을 아예 자사 직원을 채용하는 기민함을 발휘한다.

오라클의 입장은 어떠한가? 래리 엘리슨은 자바가 탄생하던 시절에 이미 Network Computer(멍텅구리 단말로 서버에 접속하는 모바일-클라우드의 원형)를 제안한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쫓겨나 있던 시절, 래리 엘리슨은 SUN의 스캇 맥닐리와 함께 실리콘벨리의 간판이었다.

현재 실리콘벨리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줄서기가 진행 중이다. 오픈소스 진영, 그리고 HP, Red Hat, Ebay 등은 구글 편을 공식선언했다. 오라클 편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라이센스가 주요 수익 모델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암묵적'으로 오라클을 응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래리의 전쟁 - 구글의 레리페이지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from CNN)

이번 글의 마무리

모두의 예상대로, 2014년 10월 구글이 연방 대법원에 항고하고, 오라클이 도전장을 받아들인다. 올해 1월, 연방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의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이 세기의 재판은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나게 된다. 그런데,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구글은 기존의 방어적인 입장을 버리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다.

* 다음에 이어질 4번째 글에서는 구글의 최후의 베팅과 이런 베팅을 하게 된 정치적 배경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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