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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27일 05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29일 14시 12분 KST

간통죄 수사의 추억

현장을 덮치지 않은 이상 자백이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데, 초임 때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다. 회사 동료 몇 사람이 함께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중 한 남자의 부인이 자기 남편과 여성 직원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남편과 미혼이었던 여성 직원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특별히 따져봐야 할 증거도 없어서 무혐의 결정문을 써서 결재를 올렸다. 그랬더니 부장검사가 "○○○(여성 피의자)에 대한 처녀막 검사를 해보기 바람"이라는 메모를 붙여서 반환을 했다. 메모를 본 순간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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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률가라면 누구나 간통죄와 관련된 '무용담'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들은 얘기는 이렇다. 어떤 검사가 간통 사건을 조사해서 자백을 받았는데 조서 내용이 이랬다고 한다.

: 피의자는 집을 나와서 ○○○과 3년간 동거했나요?

: 예, 그랬습니다.

: 성관계는 얼마나 자주 했나요?

: 매일 1회씩 했습니다.

이 조서를 토대로 그 검사는 "피고인은 ○○○과 19××년 ×월×일부터 19××년 ×월×까지 3년간 매일 1회씩 성교하여 각 간통한 것이다"라는 공소장을 써서 결재를 올렸다(간통은 성교할 때마다 1죄가 성립하므로 각각 특정해야 한다).

공소장을 본 부장검사는 조서가 좀 날림인 것 같기도 하고,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성교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멘스 때는 어땠나요?"라는 메모를 붙여서 결재를 반환했다. 반환받은 검사는 피의자를 다시 불러 이런 조서를 받는다.

: 멘스 때는 어땠나요?

: 멘스 때는 안 했습니다.

그리하여 검사는 공소장을 고쳐 썼다. "피고인은 ○○○와 19××년 ×월×일부터 19××년 ×월×일까지 3년간 매일 1회씩(멘스 때는 제외) 성교하여 각 간통한 것이다."

이런 식의 얘기가 수도 없이 돌아다니는데, 나도 초임 검사 시절 간통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 간통죄는 '성교'를 해야만 성립한다. 즉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행위가 없으면 그밖에 무슨 행동을 하든 처벌할 수 없다. 결국 둘만 있었던 곳에서의 일을 완강히 부인하면 입증이 매우 어렵다. 껴안고 키스만 하다가 나왔다고 하면 딱히 반박하기 힘든 것이다.

부인하는 간통 사건 조사 과정에서는 "여자랑 둘이 여관에 가고도 안 했다는 거야? 너 고자냐?"라는 식의 인격모욕적 힐난이 자주 일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멀쩡한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보냈는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고소인이 항의하고, 그렇다고 하지 않았다는데 기소할 증거는 없으니 저런 일이 벌어졌다. 과거에 간통죄는 거의 무조건 구속하고 실형이 선고됐기에 부인하는 피의자들도 결사적이었다. '이런 일도 했고 저런 일도 했는데 성기에 삽입은 안 했다'고 자세히 묘사하는 경우는 속수무책이었다. "고자냐?"류의 공격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을 덮치지 않은 이상 자백이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데, 초임 때 그런 사건이 하나 있었다. 회사 동료 몇 사람이 함께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중 한 남자의 부인이 자기 남편과 여성 직원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남편과 미혼이었던 여성 직원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특별히 따져봐야 할 증거도 없어서 무혐의 결정문을 써서 결재를 올렸다.

그랬더니 부장검사가 "○○○(여성 피의자)에 대한 처녀막 검사를 해보기 바람"이라는 메모를 붙여서 반환을 했다. 메모를 본 순간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디서부터 이의를 제기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무리 간통으로 고소당했다 해도 처녀막 검사라는, 그야말로 인권침해적인 검사를 해보라는 지시의 부당성은 둘째치고, 만약 처녀막 검사를 해서 처녀막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되나? 그렇게 해놓고 무혐의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당사자한테 뭐라고 말하나? 실제 수사를 해본 경험이 적은 공안검사 출신 부장이 그야말로 책상머리에서 한 결재였다. 기록을 캐비닛에 처박아 놓고 몇달을 버티다가 부장이 휴가를 간 틈에 간신히 처리했다.

극히 일부 종교국가를 제외하면 실제로 간통을 처벌해온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이론적 비판은 제쳐두고라도, 서로 동의해서 '사랑'을 한 성인들을 앉혀놓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검사나 경찰관들이 "고자냐?"를 연발하고 심지어 처녀막 검사까지 시도해야 했다니.... 이런 법이 왜 아직까지 존재해왔는지 다시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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