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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특허전쟁 | 공공의 적 특허

공유경제와 특허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나는 1편에서 특허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특허의 탄생 이념은 공유경제의 이상과 일치한다. 적어도 최근 4백년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특허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현실은 특허가 본래의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으로 보여준다. 이제 특허는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 임규태
  • 입력 2015.03.02 05:29
  • 수정 2015.05.02 14:12

* 이 글은 "세기의 특허전쟁 | <1> 특허괴물의 탄생"에 이은 2번째 글입니다.

나는 작년 여름 "공유경제의 공포"라는 글을 통해 공유경제와 국가·정부의 충돌을 예측한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지만, 공유경제의 구현을 가로막는 진짜 장애물은 따로 있으니... 바로 "특허"다.

6) 공유경제의 부활

공유경제는 아주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현대적 의미의 화폐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한국의 두레가 공유경제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국가가 보증하는 신용화폐를 다루는 은행이 중심이 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던 공유 경제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서브프라임 경제위기 직후부터다. 위기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금융공학이 지배하는 극단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공유경제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두레는 고전적 공유경제의 전형이다: tour.jp.go.kr)

공유경제라는 오래된 제도가 현대에 부활하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데는 ICT 기술의 결정적인 공헌이 있었다.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공유서비스가 어떻게 글로벌 스케일로 구현될 수 있었겠는가?

7) 특허와 공유경제의 충돌

공유경제와 특허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나는 1편에서 특허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특허의 탄생 이념은 공유경제의 이상과 일치한다. 적어도 최근 4백년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특허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현실은 특허가 본래의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으로 보여준다. 이제 특허는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색 레이저"다.

청색 레이저

90년대 중반, 청색 레이저는 광학업계의 최대 화두였다. 세계의 거의 모든 광학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여 청색 레이저를 개발하려 했지만, 아무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듣보잡이었던 일본의 한 중소기업(니치아 화학공업)이 만들어낸 것이다! 필립스를 비롯한 메이저 기업들은 니치아에 기술을 라이센싱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니치아의 사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 때문에 니치아는 업계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지만 어찌 할 수 없었다. 니치아의 사장은 청색 레이저의 개발자인 나카무라 슈지씨에 대한 보상도 거부한다. 동종업계에서 "노예 나카무라"라고 별명을 얻은 나카무라씨는 UC Santa Babara 교수로 특채되었고, 소송을 통해 청색 레이저 특허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받는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2014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그래도 제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참아줄 만하다. 적어도 물건은 만들어 파니까. 진짜 문제는 자신들은 물건을 만들 의사가 없으면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기업들의 이익을 갈취하는 '특허괴물'들이다.

8) 오바마 정권의 탄생

2008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벨리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되었다.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츠등 IT기업 CEO들은 특허괴물 때문에 미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신임 대통령에게 하소연을 한다.

사실 실리콘벨리 기업들의 하소연이 아니더라도, 오바마 대통령는 특허괴물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미국 경제 부활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2가지 핵심 전략 중 하나가 "제조업 부활"이다. 오바마가 제조업 부활을 들고 나오는 순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이익을 빼먹는 특허괴물은 자동으로 제거 대상에 오른 것이다. (참고로 또 다른 전략은 "수출"이다)

오바마대통령의 제조업 부활 전략

2011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부활 전략(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을 공표한다. 이 지시에 따라 2012년 7월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는 "선진제조업 진흥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Capturing Domestic Advantage in Advanced Manufacturing)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전략보고서에 IoT와 3D-프린팅 경쟁력 확보 전략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인 2014년 5월, AMP2.0을 발표하며, 개혁의 고삐를 한층 강화한다.

(특허개혁법에 서명하는 오바마대통령 : from www.whitehouse.gov)

9) 특허괴물과의 전쟁

2011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은 American Invent Act라는 특허 개혁법에 서명한다. 하지만, 이 법안에 특허괴물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 포함될 것을 기대했던 많은 기업인들을 실망시킨다. 사실 이 법안의 핵심은 선발명을 고수하던 미국이 나머지 국가들처럼 선출원 제도를 채택한 것이었다. (특허괴물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선발명에서 선출원으로의 변화는 엄청난 사건이다.)

다시 2년 후인 2013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은 "특허소송을 뿌리 뽑겠다"며 특허괴물과의 전쟁을 선언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다. 특허 분야를 지나치게 찍어누르면,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허괴물의 공격으로부터 대기업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과정에서 개인 발명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허괴물과 선의의 개인발명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10) 또다른 특허 전쟁터: 법정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특허개혁 법안이 집중적인 로비에 의해 물타기가 되었다고 해서, 특허괴물 사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한 쪽에서 특허괴물을 죽이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법정"이다.

불문법을 따르는 미국은 법정의 판결(판례)에 의해 향후 법집행의 거시적 흐름을 조정한다. 1편에서 Signature Financial Group 사건 판결문으로 소프트웨어 특허 홍수의 시대가 열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동일한 원리로, 이번에는 법원의 판례를 통해 특허괴물에 의한 소송전을 봉쇄하려는 전투가 진행 중인 것이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출범 후 법정의 특허괴물 사냥은 상당한 진척을 보였고, 이제 최후의 전투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 최후의 전투는 바로 구글과 오라클이 벌이는 "자바 전쟁"이다.

(임규태)

이번 글의 마무리

"세기의 특허전쟁"의 2번째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여러분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특허괴물의 존재가 공유경제와 제조업의 부활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글인 3편에서는 구글과 오라클이 벌이는 "자바전쟁"을 심도 있게 다루겠다.

여담이지만, 여러분이 언제부터 IoT나 3D 프린팅이란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 시작했고, 열광하기 시작했는지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서 부처님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 이 글은 "세기의 특허전쟁 | <3> 선, 구글, 오라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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