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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16일 09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16일 09시 46분 KST

5G가 도입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연합뉴스

4세대 이동통신, 그러니까 ‘엘티이’(LTE)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상용화된 게 2011년 여름이다. 이후 거의 해마다 ‘엘티이 어드밴스트’(LTE-A), ‘광대역 엘티이 에이’로 업그레이드 됐고, 최근에는 ‘3밴드 엘티이 에이’가 등장했다. 그냥 엘티이보다 2배 빠르다고 자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배, 최근에는 4배까지 빨라졌다고 한다. 2011년 당시 75Mbps였던 최대 데이터 다운로드(내려받기) 속도가 이제 300Mbps까지 도달했다.

이제 겨우 ‘엘티이’라는 용어가 귀에 좀 익숙해졌다 싶은데 통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5G’,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이미 4G 시대에 무선이 유선의 속도를 추월했고, 800MB짜리 영화 한 편을 20여초면 내려받을 수 있고, 달리는 차 안에서 고화질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끊김 없이 볼 수 있는데 대체 얼마나, 뭐하려고 더 빨라지겠다는 것일까?

■ 막대한 데이터 전송량이 가져올 몰입감

어느 정도 수준의 이동통신 기술을 5G라고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다. 그래서 5G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얼마나 될지도 현재로서는 말하기 이르다. 누구는 엘티이보다 1000배 빠른 속도를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10배 빠른 속도를 말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엘지(LG)전자 등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 3사, 그밖에도 이동통신과 관련이 있는 여러 기업들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회의체인 ‘5G포럼’에서는 일단 최대 50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3밴드 엘티이 에이(300Mbps)의 166배에 이르는 속도다. 이런 데이터 전송 속도라면 무엇이 가능할까?

이달 중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VR’을 통해 5G가 가져올 가까운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고글처럼 생긴 이 제품은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갤럭시VR을 선보이면서 ‘프로젝트 비욘드’(Project Beyond)라는 이름의 영상 촬영 장비를 함께 소개했다. 둥근 접시처럼 생긴 이 장비에는 둘레에 16개, 위에 1개의 풀에이치디(HD)급 카메라가 달려 있다. 모두 17개의 카메라를 통해 이 장비는 주변 360도의 영상을 동시에 찍을 수 있다. 이 장비로 찍은 영상을 갤럭시VR을 통해 보면,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화면이 변한다. 영상을 촬영한 장소에 실제로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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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욘드로 찍은 영상을 갤럭시VR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스포츠 중계가 대표적이다.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실제 관중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아예 경기장 한가운데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 이것은 4G로는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비욘드에 17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영상에 비해 데이터 크기가 17배라는 뜻이다. 지금의 풀 에이치디 동영상 스트리밍보다 17배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필요하다. 풀에이치디보다 4배(4K) 또는 8배(8K) 선명한 초고화질이라면 또다시 수십배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필요해진다. 5G가 필요한 이유다.

홀로그램도 5G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서비스다. 최근 서울 동대문과 코엑스에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한류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극장이 문을 열기도 했다. 실물을 보는 것과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은 가상현실보다도 훨씬 큰 데이터를 차지한다. 4G 시대에 영상통화를 하듯이 5G 시대에는 홀로그램 통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공간을 초월하는 1000분의 1초

5G 이동통신을 이야기할 때 데이터 전송 속도 말고 또 중요한 게 응답 속도다. 전문가들은 흔히 ‘레이턴시’(latency)라고 부른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한꺼번에 최대 얼마만한 데이터가 지나갈 수 있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라면, 응답 속도는 크기가 작은 데이터가 사용자의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 또는 사용자의 단말기와 서버 혹은 다른 사용자의 단말기 사이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따지는 개념이다.

4G에서 응답 속도는 10~50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까지 빨라졌다. 요새 스마트폰 사용자들이라면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가 바로 취소 버튼을 눌렀는데도 상대방이 이를 알고 왜 전화를 걸다 말았느냐고 물어오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3G에서라면 아직 신호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시간인데도 4G에서는 신호가 도달한 것이다.

4G에서 음성통화가 데이터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VoLTE)도 응답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3G에서는 음성 정보를 데이터로 전송하면 한쪽 사용자가 한 말을 반대쪽 상대방이 듣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자연스러운 대화가 불가능했다.

이미 4G에서 충분히 빨라진 것 같은 응답 속도가 5G에서는 10배쯤 더 빨라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렇게 빠른 응답 속도의 필요성은 자율주행 자동차 또는 원격조종 자동차를 뜻하는 ‘커넥티드 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G 이동통신으로 자동차를 제어한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나 레이더로부터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원격 서버로 보내는 데 50ms, 이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 전환이나 제동 명령을 다시 자동차로 보내는 데 50ms가 걸린다. 양쪽 방향 통신을 합쳐 100ms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라면 이 시간 동안 2.7m를 움직인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응답 속도가 10배 빠른 5G라면 똑같은 일을 하는 데 10ms가 걸리고, 그동안 자동차는 27㎝만 이동한다. 안심하고 운전을 맡길 만하다.

생생한 가상현실을 가능케 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사람이 지연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빠른 응답 속도가 결합되면 매우 정교한 작업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아무런 지연 없이 장비나 로봇 등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적용된다면 지금의 모바일 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실감나는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새로운 판에서 벌어질 특허전쟁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달리는 자동차에서 초고주파 대역을 이용해 기가급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 등 이통사들도 크고 작은 통신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는 발표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5G포럼’은 지난주 5G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부도 올해 초 ‘5G 전략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의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우리나라 기업들과 정부가 일찍이 5G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우리 기업들이 특허를 가진 기술이 5G 관련 국제표준으로 많이 인정될수록 우리나라 정보통신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다툼에서 표준특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에스케이텔레콤 종합기술원 최창순 박사는 “애플이 아이폰의 디자인과 유아이(UI) 관련 특허로 공세를 펴는 것을 삼성전자가 그만큼 방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4G 관련 표준특허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애플은 통신기술 특허가 거의 없지만 삼성은 세계에서 통신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김광수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모든 분야가 특허 싸움이 심하지만 가장 심한 분야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이동통신 특허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단말이든 장비든 한 대 팔 때 지불해야 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달라진다. 특허가 없으면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제조 원가가 훨씬 비싸진다”고 말했다.

5G 기술 선점을 통해 그동안 단말기 제조에만 집중해온 우리 기업들의 사업 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급락한 상황에서 이러한 관측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케이티 융합기술원 김하성 박사는 “지금까지 최고 사양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은 퀄컴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는데 최근 들어 칩 설계 및 제조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퀄컴을 따라잡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5G 기술을 선점하면 칩과 통신장비 등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약했던 분야에 진출하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미래부 김광수 과장은 “5G 기술방식은 기업과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세계적으로 5G 표준화 일정이 2018~2019년에 시작되는데, 우리가 제안하는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 시연이 중요하다. 일본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자기들이 생각하는 5G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그보다 앞서 우리가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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