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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11일 14시 55분 KST

홍대 맛집=돈방석? 매번 빈손으로 쫓겨난 사연

[경제와 사람] 제니스까페 김소라 대표

“‘홍대 앞’이 유명해지면서 임대료가 올라 ‘홍대 문화’를 함께 일궜던 개성있는 가게들이 홍대를 하나둘씩 쫓겨나다시피 떠났어요. 더 이상 홍대에 거주할 수 없게 된 단골들도 잃었지요. 홍대 앞은 이제 대기업만 버틸 수 있는 관광지가 됐어요. ‘핫 플레이스’가 계속 새로 생기는 것은 그 장소를 만든 상인들이 제대로 보상을 못 받은 채 떠나기 때문입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음식점 ‘제니스까페’는 홍대(홍익대 부근 상권)에서 꽤 유명한 가게다. 2002년 홍대 정문 근처 40㎡가량의 작은 가게로 시작해 2006년 서교동, 2008년에는 창전동, 2013년 연희동에 매장을 내며 자리를 계속 옮겼지만 한결같이 붐볐다.

2일 제니스까페 연희동 매장에서 만난 김소라(43·사진) 대표는 “옮길 때마다 장사가 잘 돼 건물을 샀냐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서교동 제니스까페 정문에 “건물주의 무소불위의 소유권 행사로 이 곳을 떠나게 되었다. 영업 중단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을 때 이용자들은 적잖이 놀랐다.

김소라 대표. 사진 제니스까페 제공

홍대에서 12년을 버틴 유명점이었지만, 사정은 다른 세입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홍대가 ‘뜨는 지역’이 되면서 건물주는 임대료를 한번에 2배로 올리기도 했고, 가게를 옮길 때마다 이전 가게에 낸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를 1억여원씩을 못 받아 ‘빈털터리’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세입자가 새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건물주가 협력할 의무를 규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96년 외식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당시만해도 미술학원만 간간이 있던 홍대 정문 근처에 2002년 제니스까페를 처음 열었다. 2000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2년간 떠난 호주 여행에서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기쁨을 느껴 ‘요리 잘하는 친구 집에 놀러온 것 같은 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2500만원 권리금을 내고 1억여원 시설 투자를 해서 영업을 시작했지만 계약해지 때 권리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5년간 장사해서 첫 투자비용을 갚고 남는 게 없었다. 빈 손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 뒤 창전동 뒷골목으로 옮긴 가게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4500만원의 권리금에 6000만원 가량의 시설투자비를 들였지만, 건물주는 “그 자리에서 딸이 장사하기로 했다”며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보상은 외면했다고 한다.

자리를 옮겨 현재 영업하고 있는 서교동에서는 2013년 3월 재계약 때 건물주가 월세를 기존 250만원에서 495만원으로 2배로 올렸다. 계약을 할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권리금 때문이었다. 세입자를 스스로 구해야 1억5000만원 시설투자비의 일부라도 권리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 대표는 “오른 월세만큼 적자가 났다.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 뺐다 하는 상황에서 점원을 새로 뽑거나 요리교실 등 새 기획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야 새 세입자를 구했지만, 건물주는 “아들이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할 예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권리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니 무기력해졌어요. 권리금은 그 상권을 일궈낸 데 대해서 세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상인데….”

김 대표는 애초 ‘적자 매장’인 서교동점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제니스까페에 근처 상인들이 지지를 보내면서, 최근 매장을 정상영업하며 싸우기로 마음을 굳혔다. ‘권리금 법제화’ 운동에 동참해 목소리를 내고 재계약도 추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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