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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06일 11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8일 14시 12분 KST

'북녘 사람들'의 눈빛

필자 또한 절판된 이 책을 사고 싶어서 헌책방을 순례한 독자 중 한 명이었다. 개인 간 헌책 거래 사이트에서 '혹시 <북녘 사람들>이란 사진집 있나요?'라고 별 기대 없이 한 나의 문의에 '크리스 마커 말인가요?'라는 판매자의 대답을 듣고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만큼 이 책은 많은 헌책수집가의 표적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진집은 2008년 훨씬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장정과 제본으로 재출간되었다.

[잡식성 책장]<북녘 사람들> 크리스 마커, 눈빛

1989년에 나온 눈빛출판사의 <북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진사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사진예술이라고 하면 당연히 동해 일출 사진으로 대표되는 풍경사진이나 누드사진만을 연상한 시대에 '다큐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계기를 만든 사진집이기 때문이다. 사진 전문 출판사를 표방한 '눈빛출판사'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그저 보기에 좋은 풍경사진보다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 즉 '기록성'에 충실한 작업을 고집하는 눈빛출판사의 진로를 결정지은 사진집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인 크리스 마커가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북한을 방문하고 촬영해온 140여점의 흑백사진은 당시 국내 사진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북한은 국토재건을 통해서 간신히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는 참이었고, 파란 눈의 서양인 크리스 마커는 '우리가 처음 만난 조선의 여인은 하늘에서 내려왔다'며 경외심을 가지고 '북녘 사람들'을 렌즈에 담았다.

초판을 2천부 찍어서 5년 동안 팔다가 절판이 되었다.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 눈 밝은 독자들이 이 책을 꾸준히 찾았지만 저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재출간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필자 또한 절판된 이 책을 사고 싶어서 헌책방을 순례한 독자 중 한 명이었다. 개인 간 헌책 거래 사이트에서 '혹시 <북녘 사람들>이란 사진집 있나요?'라고 별 기대 없이 한 나의 문의에 '크리스 마커 말인가요?'라는 판매자의 대답을 듣고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판매자는 <북녘 사람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했지만 크리스 마커라는 이름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많은 헌책수집가의 표적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진집은 2008년 훨씬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장정과 제본으로 재출간되었다.

어느 날 저녁, 심청전 공연의 중간 휴식 시간에 만난 이혜순이다. 심청이 바다 신령의 재물로 바쳐지려는 장면을 연상하며 감수성 높은 이혜순은 연신 수건으로 얼굴을 찍어 누르면서 흐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구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인데 개정판의 표지로 만나서 더욱 더 감개무량했다.

울다 지친 동생을 업고 들판에 서 있는 어린 소녀는 부모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맹수처럼 무서웠던 장갑차가 들판에 버려져 있고 갓 심겨진 모는 무심히 자란다. 전쟁의 상처와 재건의 노력이 한눈에 보인다.

물건의 공화국인 시장에는 한복, 주판, 그리고 여유가 있었다.

개성시의 시장 끝자락에서 만난 여섯명의 아이들. 전쟁의 상처는 여전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은 천진하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만세' 아래에서 퍼머하는 여인네들

상처를 입은 국토를 재건하기 위한 움직임은 숨 가쁘다.

잠시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있는 대동강의 사공

이른 아침 일찍 발목꾼들이 길을 나섰다.

산더미 같은 기계 아래에 서 있는 이의 눈이 처연하다.

기와집과 초가의 구분이 확연한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렌즈를 응시하는 소녀는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여전히 활쏘기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고 승리자는 여유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