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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03일 09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5일 14시 12분 KST

화장실 휴지가 동난다고?

긴축정책 옹호자들은 치프라스와 같은 반대 세력의 등장에 종말론적 경고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고의 대부분은 과장되고,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런 경고는 갈등 상황에서 나오곤 하는 절망적인 예측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에서 1981년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출마하자 보수파의 한 정치인은 미테랑의 승리는 파리 콩코드광장에 소련 탱크가 진군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테랑이 승리했지만 탱크는 나타나지 않았다.

ASSOCIATED PRESS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 편집인 하워드 파인만이 허핑턴포스트프랑스 편집인 안 싱클레어, 허핑턴포스트스페인 편집인 몬트세라 도밍게스, 허핑턴포스트UK 정치팀장 메디 하산, 허핑턴포스트그리스 편집장 니코스 아고로스, 허핑턴포스트일본 편집장 고스케 다카하시와 함께 쓴 것으로, 허핑턴포스트US 등 각국 에디션에 함께 실렸습니다.

민주주의와 연극을 인류에 선물했던 그리스가 이번에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내 놓았다. 민주주의를 통해 긴축정책 지지자들에게 극적인 경고를 보낸 것이다.

경기 침체와 살인적인 부채에 시달리던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영국 같은 민주 국가의 리더들은 긴축 정책을 채택해 복지 비용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계속 치솟고 여기저기서 불황의 조짐이 나타나자 반발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주 그리스에서는 부채 재협상과 임금인상, 정부지출 확대를 약속한 40세의 좌파 정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새 총리로 당선됐다.

긴축정책 옹호자들은 치프라스와 같은 반대 세력의 등장에 종말론적 경고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고의 대부분은 과장되고, 터무니없는 것이다.

아래는 허핑턴포스트 글로벌 에디터들이 함께 쓴, 이 연극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내문이다.

화장실 휴지가 동난다!

그리스 선거가 다가오자 긴축정책 옹호자는 화장실 휴지를 비축해 놓으라고 했다. 치프라스가 그리스를 화장실 휴지 등 소비제품이 모자라 배급을 해야 했던 베네수엘라 등 남미와 같은 상황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화장실 휴지가 부족한 사태는 긴축정책이 실시될 때 나타난다. 긴축으로 인해 스페인 카탈로니아 초등학생들이 화장실 휴지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총리 관저에 들어간 치프라스는 전 정부가 화장실에 있는 모든 것을 깡그리 가져간 것을 발견했다. 그는 "모든 걸 다 가져갔다. 비누를 찾는 데 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장실 휴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공산당이 몰려온다!

구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자본주의자들은 공산당의 위협을 부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들은 대신 긴축 반대 세력을 악마로 만들고 있다.

그리스에서 이런 공격은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긴축 반대 세력을 조직적인 '빨갱이'로 몰아가야 할지,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무능력한 학자로 비하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치프라스 정부가 타깃이라면, 아마 후자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이 온다!

구 소련은 사라졌지만 러시아에는 블라드미르 푸틴이 있다. 푸틴이 그리스 등 부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가가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선 그리스는 물론 어느 국가도 쉽게 러시아로부터 대출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대신 베네수엘라의 도움으로 연명하던 쿠바도 이제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치들이 온다!

치프라스의 시리자는 경제적 이유라기보다 외채를 증오하는 민족적인 이유로 그리스 극우 정당들의 (우정은 아니지만) 동맹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긴축 반대 움직임이 극우파의 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극우파만 아테네의 항구를 중국에 임대하자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가 힘을 얻는 기미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보 세력의 긴축 반대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프랑스 같은 경우 극우 세력의 부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여러 이유가 있고, 동시에 많은 유권자들이 극우파를 싫어하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프랑스 편집인 안 싱클레어는 "우리가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극우"라고 말한다.

그리스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그리스에 시리자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포데모스(Podemos)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다. 3월과 5월에 열리는 지방선거가 이들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스페인 편집인 몬트세라 도밍게스에 따르면, 스페인의 사회당과 보수당은 함께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우선 스페인은 그리스만큼 부채가 심각하지 않고 경제도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8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실업률도 22% 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높은 실업률이지만, 포데모스의 승리를 장담할 정도는 아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긴축 정책을 포기했고 미국의 오바마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끝났다!

유럽연합이 쪼개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리스가 유럽연합에서 추방당하고 그 결과 도미노처럼 유럽연합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유럽연합이 그리스에 관대한 조치를 취하면, 다른 종류의 연쇄작용으로 연합이 붕괴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위 두 주장은 유럽연합 조직과 지도자들의 실질적인 판단능력을 배제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저평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연합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치프라스도 그리스가 원하는 것은 협상에 참여할 권리와, 대출이 아닌 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카오스 때문에 자유가 희생될 수 있다!

영국의 보수파 지도자 데이비드 캐머런은 긴축 반대를 주장하는 노동당의 승리는 경제적 카오스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핑턴포스트영국 정치팀장 메디 하산에 따르면, 최근 캐머런은 이례적으로 5명의 각료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긴축 포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들은 떠들썩하게 노동당이 영국인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식적으로 보이지만 비공식적인 자료를 내놓았다.

이런 경고는 갈등 상황에서 나오곤 하는 절망적인 예측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에서 1981년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출마하자 보수파의 한 정치인은 미테랑의 승리는 파리 콩코드광장에 소련 탱크가 진군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테랑이 승리했지만 탱크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린 그 일로 수년 동안 웃었다."고 싱클레어는 기억했다.

같은 해 그리스에선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때도 비슷한 경고가 있었다. 좌파가 집권한 그리스가 동구권에 넘어가면 냉전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냉전에서 패배한 것은 소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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