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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6일 08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28일 14시 12분 KST

나는 한국기업에 '낙하산'으로 들어갔다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장님의 첫 질문은 바로 "마이클은 한국이 좋아요?"였기 때문이다. "소주 몇 병까지 마실 수 있나요?" "어디 사세요?" "몇 살이세요?" "김치 먹을 수 있나요?" "여자친구 있나요?" 등등. 나는 속으로 크게 웃고 있었다. 이거 진심이야? 이 면접은 택시 뒷좌석에서 봐도 될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서울 택시 아저씨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 3년 동안 매번 택시를 탈 때마다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물어봐준 덕분에 나는 면접을 완전히 잘 봤다. 회장님과 택시기사님은 연봉 차이는 크겠지만, 똑같은 한국인 아저씨였다. 그분들이 듣고 싶은 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완벽하게 답했다.

BartekSzewczyk

<미생>을 보면서 '낙하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들었다. 온라인 영-한 사전을 검색해 '(약간 나쁜 의미의) 인맥으로 취직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에서 첫 직장을 잡았을 때 운 좋게 인맥으로 들어갔다. 다른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인적성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경쟁자도 없었고 누구나 싫어하는 하루 종일 진행하는 그룹인터뷰나 채용팀이 있어 보이려고 하는 불필요한 그룹발표 등도 없었다. 그땐 그냥 나는 외국인이라서 다른 방법으로 취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대부분 한국에서 취직하는 외국인들은 네트워킹으로 일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미생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낙하산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나는 신입으로 들어갔지만 호주 대사관에 2년 정도 다닌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조직에 있는 인사팀 채용직원이 한국식 지원서를 주면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회사의 지원서는 한국식 이력서와 비슷했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좀 있었다. '가족사항', '건강상태' 등 이런 것들이었는데, 나는 일부러 이런 사항을 무시한 채 이력서를 작성했었다. 나는 그때 '나의 아버지가 나온 대학교는 어딘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이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야?'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차별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외국인이라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런 부분 때문에 채용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 관해 지원자들을 보호하는 채용차별에 관한 법 등이 있을까?

내 입장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은 넘기고 지원서를 대충 작성하고 보냈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1차 면접이 나는 마지막 면접인 줄 알았다. 보통 호주에서 경력직은 이력서를 보낸 후 면접 보고 끝이다 (너무 간단한 건가?). 그때 인사팀 이사님과 일대일로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다. 인맥으로 내 이력서를 받았으니까 제대로 된 면접보다 커피 한 잔 하며 수다를 떠는 듯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면접이 끝나고 나서 다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이 있다고... 2차 면접에서 나는 이 회사가 한국인 신입사원 채용 면접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나는 혼자서 '외국인'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나를 다른 한국 젊은이들과 같이 채용하는 것이었다. 나와 한국인 지원자들의 면접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대조적이어서 흥미진진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있던 한국인 지원자들은 왔다갔다 하면서 긴장된 모습으로 예상 질문의 대답을 외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회사 회장이 무슨 왕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인 지원자들이 긴장하고 있었다. 회장 회의실 문 앞에서,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지원자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 걱정 마라, 이 면접은 의미 없다, 마지막 면접은 그냥 확인하는 거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그 형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사실 이 면접 기회를 얻은 것이 기쁠 뿐이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 흔치 않은 기회인데 참석만 해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 밖의 분위기 탓인지 나도 갑자기 긴장되며 면접에 어떤 질문 나올 것인지 회장님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면접을 시작하자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장님의 첫 질문은 바로 "마이클은 한국이 좋아요?"였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세요?" "소주 몇 병까지 마실 수 있나요?" "어디 사세요?" "몇 살이세요?" "김치 먹을 수 있나요?" "여자친구 있나요?" 등등. 나는 속으로 크게 웃고 있었다. 이거 진심이야? 이 면접은 택시 뒷좌석에서 봐도 될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서울택시 아저씨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 3년 동안 매번 택시를 탈 때마다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물어봐준 덕분에 나는 면접을 완전히 잘 봤다. 회장님과 택시기사님은 연봉 차이는 크겠지만, 똑같은 한국인 아저씨였다. 그분들이 듣고 싶은 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완벽하게 답했다. "당연히 술 잘 마신다" "김치를 엄청 사랑한다" 등등.

그런데 그때 나는 알아야 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의미 있는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는 내 높은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나는 신기하고 다른 존재였다. 뭔가 '글로벌'한 사람이었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대외 이미지용' 인물이었다.

팀장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몰랐다. 그런 부분을 나는 이해했다. 외국 경험이 없는 한국아저씨 팀장님은 사실 밑에 있는 외국인 직원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좀 불쌍하면서도 서로 답답했을 것이다. 나는 한국 신입처럼 "네"라고 말하기보다 계속 "왜"라고 말을 했다. 팀장님이 나에게 화를 낸 적은 없지만 아마 속으로는 몇 번이나 욕을 했을 것이다. "이 외국인놈아 내가 시킨대로 왜 안 하냐?" "왜 나한테 반대하냐?" 등등. 이 회사는 외국인 직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글로벌 이미지를 키우고 싶어서 나를 뽑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방식 등은 원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 다양화 노력이나 특정 포지션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외국인 직원 채용 절차나 그 절차를 통해 채용된 직원에게 주어지는 역할을 보면 그저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인 직원을 고용해 회사가 이득과 혜택을 얻고 싶다면, 그들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한국인 직원과 마찬가지로 상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의 전 직장이 진지하게 인력 글로벌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채용 절차가 100% 달라졌을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랬더라면 나는 그 일자리를 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채용됐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생에 외국인이도 나왔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

마이클 코켄의 블로그 "더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