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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4일 07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5일 06시 35분 KST

당신이 패션계 '열정페이'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The Devil Wears Prada

작년 11월, 미국 패션잡지 '보그Vogue', '베니티 페어Vanity Fair', '더블유W' 등에서 일했던 수 천명의 무급 인턴들이 세계적인 출판 기업 '콘데 나스트(Condé Nast)'를 상대로 승소했다. 미국 연방 법원은 콘데 나스트에 있는 7,500명의 인턴들에게 총 580만 달러(약 62억5,762만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소송은 2013년 6월 제기되었고, 이에 콘데 나스트사는 아예 인턴 제도를 없애버렸다. 이는 콘데 나스트사 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에스콰이어Esquire', '마리끌레르marie claire', '바자Bazzar', 엘르 등이 소속된 출판사 허스트도 지난 2012년 최저임금과 초과근무 등 근로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들에게 소송을 당했다.

최근 한국도 패션계의 '열정페이' 논란이 뜨겁다. 이번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작년 10월 2015 S/S 서울패션위크 때부터다. 패션쇼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보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한가운데 몇몇 청년들이 'YOU ARE NOT FREE(당신은 공짜가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가두홍보를 했다.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패션노조'와 '알바노조' 회원들이었으며 패션계에서 벌어지는 무급인턴,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환경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 1월 7일, 청년단체인 청년유니온·패션노조·알바노조는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명의로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회장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2014청년 착취대상'을 수여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의류·패션 디자인 업체 등을 상대로 광역단위의 특별 고강도 근로감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열정페이'를 받는 걸까?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악마인 걸까? 허핑턴포스트가 패션게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정말 그정도의 돈을 받는가?

이상봉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회사는 수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의 급여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며 강한 비판을 받았다. 패션 디자인과 학생인 A씨는 "회사의 규모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저임금(월급은 116만원 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업계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스케줄(패션위크, 룩북촬영 등)이 있을 때면 정시에 퇴근하는 건 무리"라고 대답했다. 또한 "학교 친구들도 이러한 업계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힘든지 또 버티는 것은 얼마나 무리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2. 디자이너 지망생만 그런 건가?

잡지, 대행사, 명품 브랜드, 사진 스튜디오 등 패션계를 촘촘히 이루고 있는 업계들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패션잡지에서 1년 넘게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는 B씨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잡지는 속해있는 회사가 크든 작든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 적게는 무급에서, 많게는 40~50만원 정도다. 매년 물가는 오르지만 이 금액은 몇 년간 굳어져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B씨는 "이 적은 돈에서 3.3% 세금을 떼는 곳도 있다. 잡지의 특성상 매일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는 생필품도 사기 급급하다."라고 전했다.

B씨에 따르면 최근 한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직원은 휴가체계가 이상한 것 같다고 건의를 한 뒤 회사측으로부터 (노동법규보다) "다른 대행사에서 어떻게 휴가를 가는지 알아보라. 업계에서 하는 만큼 휴가를 주겠다"는 통보를 들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보다, 자신이 먼저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자기도 그렇게 고생해서 그 위치에 올라가 놓고 왜 똑같은 관행을 반복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재단, 패턴 등 옷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C씨는 "디자이너보다 제작자가 오히려 더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제품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도제식으로 장시간 배우기도 한다. 이때는 일종의 교육을 받는 것이므로 (인턴들이) 무급 견습생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3. 국내 기업만 그런 걸까?

글로벌 명품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D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기업이라도 임금의 격차가 천차만별이다. 똑같이 주 5일을 일해도 30만원, 혹은 무급으로 일하는 명품 회사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보통 명품 회사의 총괄 지점은 해외에 있어서,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지정해준 인원 이상으로 채용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D씨는 "당시 봉급은 수긍할만했다. 저녁이 되면 저녁값이 나왔고, 차가 끊기면 택시비도 나왔다."라며 다시 명품 회사 쪽으로 취직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4. 그럼에도 열정페이를 받고 일하는 이유는?

우선 말 그대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이 인턴을 시작한 지 1년 안에 정직원이 되면 오히려 '욕심'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패션업계의 불합리를 모두 알고서 시작했으며,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악착같이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공급이 너무 많아서다. 현재 패션디자이너로 활동중인 D씨는 "전국의 2년제, 4년제 패션디자인과, 패션 전문학원에서 배출해내는 학생의 수가 시장이 필요한 인원보다 너무 많다"며 "게다가 학교에서 현장에 필요한 실무를 다 배우고 졸업한 것이 아니다. 실무에 소홀한 학교의 탓도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는 '가능성'이 없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자리 잡은 사람들,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으며, 곁에 있는 선배들이 '우리 때도 다 그랬다'고 말하니까 어떻게 보면 희망고문인 것"이라고 B씨는 말한다. 또한 그는 "대기업에서 뽑는 인턴 및 정규직도 공채보다 비공개 채용이 더 많다. 이 일을 해서라도 업계 사정을 알 수 있으니, 밖에서 혼자 인터넷만 들여다 봐서는 업계에서 일하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5. 최저임금을 맞추면 모든 게 해결될까?

견습생으로 일했던 C씨는 이번 일로 인해 패션계,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조명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열정페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용주입장에서는 줄 돈이 늘어나니, 인턴이며 디자이너며 고용인원을 축소할 텐데 그러면 돈 안 줘도 되니까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며 "더더욱 유명한 디자이너의 사무실에는 그렇게라도 배우고 싶은 사람이 넘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D 디자이너 또한 "모든 걸 지켜야 한다면 고용인원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견기업에서는 이러한 노동윤리가 적용되겠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이번 사례로 누군가를 유행처럼 마녀사냥하는 것보다는 이번 일을 시범 케이스 삼아 오랫동안 경각심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C씨는 패션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패션을 하고 싶다면 그중에서도 자기가 어떤 걸 잘하는지 보고, 한 가지를 정해서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패션에는 패션 디자이너만 있는 게 아니라 마케터, 소재실, 봉제, 패턴, 샘플, 원단, 부자재, 딜러 등 다양한 직종이 있다. 맹목적인 열정으로 열정페이를 받으면서 적성검사 받듯 일을 대하는 자세도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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