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1월 07일 09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9일 14시 12분 KST

의학사에 빛나는 10대 업적

2. 윌리엄 모튼(William Morton)과 마취 놀랍게도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의사들 사이에 아프게 수술해야 제대로 된 수술이란 그릇된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도그마는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튼이 사상최초로 에테르 가스를 이용해 아프지 않게 치아를 뽑는 수술을 시연하는데 성공하면서 깨졌다.

jupiterimages

진실은 언제나 역사란 거울을 통해 드러난다. 어려워 보이는 의학도 마찬가지다. 첨단의학을 관통하는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의학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류는 유사 이래 최고의 건강을 누리고 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넘보고 있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인구의 절반이 사춘기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야 했다. 지금은 간단한 수술로 완치되는 급성 충수돌기염(흔히 말하는 맹장염)도 대부분 뱃속에서 곪아 터져 숨져야 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죽는 장면을 한평생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과거엔 죽음이 늘 목격되는 일상이었다. 역설적이지만 나는 오늘날 예술과 철학, 종교가 초라해지는 이유도 과거처럼 죽음의 심연까지 체득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안온한 삶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결코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2015년 새해를 맞이해 의학사에 빛나는 10가지 업적들을 살펴보자. (주 - 업적의 선정은 전적으로 필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1.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와 백신

유사 이래 인류 최대의 사망원인은 단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페스트와 천연두, 독감 등 전염병이 한번 유행하면 많게는 수천만명씩 죽어나갔다. 의학이 인류의 건강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 바로 백신인 이유다. 백신의 시조는 종두법을 창안한 영국의 제너다. 그러나 백신의 원리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대량생산의 기틀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파스퇴르다. 그는 광견병과 탄저병 백신을 직접 개발했으며 저온살균법을 고안해 농업발전에 기여했다.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잘못됐음을 실험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우연은 준비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과학에 국경은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를 빛낸 최고의 영웅으로 늘 나폴레옹을 제치고 선정되는 인물이 파스퇴르이기도 하다.

2. 윌리엄 모튼(William Morton)과 마취

놀랍게도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의사들 사이에 아프게 수술해야 제대로 된 수술이란 그릇된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도그마는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튼이 사상최초로 에테르 가스를 이용해 아프지 않게 치아를 뽑는 수술을 시연하는데 성공하면서 깨졌다. 통증은 인류 생존에 긴요한 협조자였다. 예를 들어 허리가 삐끗했다고 가정해 보자. 척추 근육이 찢어지거나 인대가 늘어난 염좌다. 디스크나 골절처럼 후유증이 남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대단히 아프다.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어야 하며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이렇게 아파야만 가만히 누워 휴식을 취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상처가 나을 수 있다. 여기까진 통증의 고마운 역할이다.

그러나 진화론은 완벽하지 않은 법이다. 통증도 지나치면 통증 자체가 질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통증이 필요 이상 장시간 지속되면 염증이 악화되고 신경 자체에 변성이 일어나 나중엔 통증의 원인이 사라져도 통증이 계속되는 이른바 악성 통증을 낳게 된다. 요즘 노인들에게 흔한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대표적 사례다. 치료 후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환자는 바람만 스쳐도 칼로 베이듯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통증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백해무익한 통증이다. 결론적으로 질병의 초기 단계부터 통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옳다. 인류는 아스피린 류의 진통소염제부터 모르핀같은 마약진통제까지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말기암 등 약물로 해결되지 않는 통증은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잘라내거나 파괴시키는 각종 마취통증의학 시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현대의학에서 참는 것이 미덕인 통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든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고 의사는 환자를 가능하면 아프지 않게 치료할 의무가 있다.

3.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과 페니실린

영국의 과학자 플레밍은 억세게 운이 좋은 과학자다. 세균배양배지에 한번은 콧물이 섞여 들어, 또 한번은 푸른곰팡이에 오염돼 라이소자임(lysozyme)이란 항균효소와 페니실린(penicillin)이란 항생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파스퇴르가 말한 대로 준비된 사람에게 우연이 찾아온 경우다. 오염된 배지에 세균이 자라지 않은 현상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개발한 공로로 194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페니실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폐렴에 걸린 처칠의 생명을 구해 연합국 승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니실린 이후 수백여종의 항생제가 등장했으나 세균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강의 항생제로 불리우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에도 죽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세균 내성의 결과다. 항생제 남용은 소총으로 충분한 감염질환에 대포를 쏘아댄 결과다. 일종의 도덕적 해이다. 나만 빨리 낫고 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항생제 처방은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4.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의 DNA

바이러스에서 인간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과 닮은 후손들을 만들어낸다. 여러분 몸의 절반은 아버지에게서, 절반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도대체 생명현상은 어떻게 유전되는 것일까? 이를 규명해낸 것이 약관의 과학자 왓슨과 크릭이었다. 대학원생에 불과한 둘은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유전현상을 주관하는 핵산이 DNA 이중나선 구조란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1953년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은 생물학사상 최대의 업적으로 불리울 정도로 의미가 크다. 현재 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서열들을 규명하는 인체게놈사업이 진행중이다. 이들 모두 규명되면 조물주가 창조한 인체 설계도가 베일에 감추어왔던 속살을 드러내게 된다. 왓슨과 크릭은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엑스선 회절기법으로 이들의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미모의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수상에서 제외됐다. 37세에 암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겨도 대개 죽은 사람에겐 수여되지 않는다.

5. 프래밍험 스터디(Framingham Study)

프래밍험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미국 매서추세츠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1948년 이곳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역학 연구를 위한 최초의 대규모 인구집단이 구성된다. 30세에서 62세 남녀 5209명이 참여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과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수십년동안 관찰을 통해 규명된다. 흡연과 콜레스테롤, 고혈압, 비만이 심장을 일으킨다는 오늘날 우리의 상식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증명됐다. 이 연구는 2002년까지 지속됐으며 지금까지 1,000여편의 의학논문들이 쏟아져나왔다. 알다시피 의학은 윤리적 이유로 연구자의 자의적 연구가 금지돼있다. 어떤 원인이 질병을 유발하는지, 어떤 신약이 정말 치료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역학연구나 엄격한 통제가 가해진 임상시험을 통해야 가능하다. 표본의 크기가 커야 하고 오랜 기간 관찰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의학 연구에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임상시험이나 역학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모르모트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6. 크리스티안 바나드(Christiaan Barnard)와 심장이식

1967년 54세의 말기 심장병 남성에게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여성의 심장이 이식된다. 남아공의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나드 박사가 집도한 사상 최초의 심장이식수술이다. 환자는 18일 동안 생존했다. 장기이식 시대의 문을 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수술이 잘되어도 환자가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유는 이식거부반응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클로스포린을 비롯한 우수한 면역억제제가 등장하면서 이식 생존률은 현저하게 높아졌다. 지금은 위장을 제외한 복부 내 모든 장기를 수술로 이식할 수 있다. 문제는 뇌사자 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생전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에 한해 가족 동의 없어도 사후 기증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7.고프리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와 CT(Computed Tomography)

영국의 공학자 고프리 하운스필드는 의사가 아닌데도 197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CT(컴퓨터 단층촬영검사)를 개발한 공로 때문이다. CT는 단일기술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의학적 가치가 높다. 직경 0.5cm 종양까지 칼로 배를 열지 않고도 척척 찾아내기 때문이다. 인체 조직의 엑스선 흡수율 차이를 컴퓨터 화면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원리다. 최근엔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검사)와 구조뿐 아니라 기능까지 찾아내는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검사) 등 첨단영상촬영검사들이 속속 도입돼 질병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반면 의사의 상징인 청진기는 진료실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진단장비의 발달로 굳이 의사들이 청진기로 심장소리를 들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8. 영국의 건강보험제도(NHS)

'요람에서 무덤까지'

1948년 영국은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최초로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국가주도형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의사가 공무원이며 병원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모든 국민은 감기에서 암까지 원칙적으로 무료진료다. 국가가 한평생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NHS의 철학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꿈과 다르다. 환자들은 조그만 수술 하나를 받기 위해 몇년씩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고, 의사와 병원을 선택할 자유가 없다. 관료화된 시스템의 비효율성으로 의료의 질도 떨어졌다. NHS와 정반대에 있는 것이 미국식 시장경제 민간의료다. 환자들은 자유롭게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며 돈을 낸 만큼 진료받는다. 자본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미국 의료기술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 건강보험은 민간회사에서 운영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의료소외가 심각하다.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 입원료만 최소 1,000달러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마음 놓고 놀이터에 내보내지도 못한다. 놀다가 팔이라도 부러지면 집안이 거덜 나기 때문이다. GM 같은 거대기업이 직원들의 건강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을 정도다. 영국식 의료와 미국식 의료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영국식 공공의료의 형평성을 기본으로 미국식 민간의료의 효율성을 접목하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

9. 이안 윌무트(Ian Wilmut)와 복제양 돌리의 탄생

1996년 사상최초로 체세포 복제를 이용해 양이 태어났다. 영국의 과학자 이안 윌무트 박사가 양의 유선에서 떼어낸 체세포에서 핵을 추출한 뒤 핵을 제거한 다른 양의 난자와 전기충격으로 융합시킨 뒤 이를 자궁 속에 이식해 태어나게 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다. 인류는 사상 최초로 정자와 난자란 전통적 생명탄생 과정이 아닌 자신의 살점이나 혈액, 머리카락 등 체세포 몇개만 있으면 언제든 자신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태어나게 할 수 있게 됐다. 복제양 돌리는 배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알다시피 배아란 수정후 14일 이내의 세포덩어리 단계를 말한다. 가톨릭 등 종교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란부터 생명의 시작으로 본다. 그러나 과학이 바라본 배아는 다르다. 세포는 생명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지만 '세포=생명'은 아니다. 세포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위와 간, 혈액 중 10년 전 세포는 일부 뇌세포를 제외하곤 대부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세포가 몽땅 뒤바뀌었음에도 10년 후의 나는 여전히 나다. 생명은 세포 이상의 존재라 뜻이다. 물론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인간이 태어난다. 배아를 생명의 씨앗으로 보는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생명의 탄생은 배아뿐 아니라 살점이나 혈액 등 다른 체세포에서도 가능하다. 이것이 조물주가 만든 세상이다. 복제양 돌리 이후 깨닫게 된 사실이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0. 비아그라(Viagra)와 프로작( Prozac)-해피메이커의 출현

1998년 사상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나타났다. 산화질소가 음경혈관 내피세포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원리를 찾아낸 세명의 과학자가 같은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류는 알약 하나로 로마시대 황제도 누리지 못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알약이 질병이 아닌 행복에 기여하는 이른바 해피메이커다. 1987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우울증치료제 프로작(prozac)이 해피메이커의 원조다. 뇌 속에서 무드를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농도를 올려주는 약물이다. 지금은 수십여종이 시판 중이다. 머리카락을 나오게 하는 프로페시아(propecia)나 지방흡수를 줄여 살을 빼는 제니칼(xenical)도 해피메이커의 일종이다. 해피메이커의 등장엔 다분히 제약회사의 상업적 이윤추구가 깔려있다. 운동 않고 살빼는 약,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물론 남용과 오용의 소지가 크다. 이런저런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무병장수의 시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알약을 찾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일지 모른다. 마약이 아닌 다음에라야 큰 부작용이 없다면 내가 행복해지겠다는데 누가 말릴 것인가.

PRESENTED BY 일동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