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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2일 05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4일 14시 12분 KST

'백 투 더 퓨처2'의 미래와 현실

<백 투 더 퓨처 2>에서 묘사한 2015년의 미래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2015년 현실과 어느 정도 들어맞을까? 미래연구자들은 영화의 묘사가 실제 현실과 맞아떨어진 예로 벽걸이 평판 TV,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헤드기어형 디지털기기, 스카이프와 같은 영상통화 시스템, 입체 영화, 오늘날의 '애플 페이'를 연상시키는 지문인식 결제 시스템 등을 꼽았다. 반면 영화에 등장한 호버보드(공중에 떠다니는 스케이트보드), 자동매듭 운동화, 회춘 성형수술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으로 꼽혔다.

영화 <백 투더 퓨처 2> 포스터. 사진 출처는 위키피디아와 삼성전자 블로그(samsungtomorrow.com)

타임머신 들로리안이 날아간 30년 후 미래 '2015년'

2015년 새해를 맞아 미국에선 26년 전 개봉했던 한 영화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1989년에 나온 공상과학영화 <백 투 더 퓨처 2>(Back to the Future, Part II)에 대한 이야기다. 80년대 추억의 영화가 다시금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미래가 바로 2015년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이 마치 푸닥거리라도 하듯 일제히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미래 영화의 고전'처럼 돼버린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와 브라운 박사가, 위기에 처한 맥플라이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날아간 미래 시점은 정확히 2015년 10월21일. 영화 속 현실이 1985년이었으므로 30년 후의 미래로 날아간 셈이다.

2015년 미래에서 다시 1985년으로 돌아가기 위해 설정한 타임머신 시계. syracuse.com

미래 도착 장면

미래연구자들이 영화와 현실 비교해보니

영화에서 묘사한 2015년의 미래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2015년 현실과 어느 정도 들어맞을까? 한번쯤 따져볼 법한 이런 질문들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미래연구자들에게 던졌다. 미래연구자들은 영화의 묘사가 실제 현실과 맞아떨어진 예로 벽걸이 평판 TV,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헤드기어형 디지털기기, 스카이프와 같은 영상통화 시스템, 입체 영화, 오늘날의 '애플 페이'를 연상시키는 지문인식 결제 시스템, 마이크로 소프트의 키넥트와 같은 동작기반 컴퓨팅 등을 꼽았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두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와 브라운 박사. 사진은 Universal Pictures(mashable.comm서 재인용)

반면 영화에 등장한 호버보드(공중에 떠다니는 스케이트보드), 전화 부스, 자동매듭 운동화, 핵융합 에너지, 변호사, 회춘 성형수술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으로 꼽혔다. 이 가운데 호버보드, 핵융합, 자동매듭 운동화, 회춘 성형수술 등은 너무 앞서간 예측으로 분류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화 부스는 실제 통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미처 상상해내지 못한 결과이다. 영화에서는 여전히 전화 부스가 도시 거리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그려져 있다. 스마트폰은 당시 제작자들로선 상상할 수 없는 제품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오늘날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이제 거리에서 전화 부스는 거의 사라졌다. '백 투 더 퓨처 2'의 전화 부스는 스티브 잡스가 얼마나 강력한 혁신가였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징표이다. 또 영화에선 법률가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법률가들이 훨씬 늘어났다.

드론과 홀로그래픽,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반쯤 들어맞은 사례로 꼽혔다. 드론은 반려동물 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도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홀로그래픽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화에서는 미국 신문 중 'USA투데이'만이 살아남아 드론 비슷한 기기를 이용해 사건 현장을 공중 촬영하는 장면이 나온다. 플라잉카는 사실 <백 투 더 퓨처2> 말고도 <젯슨 가족>을 비롯한 많은 TV시리즈물과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미래 수송수단이다. 현재 시제품이 나와 있는 단계이다.

영화 속 장면 중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은 미래 제품들 가운데 몇가지를 골라 현재 어떤 개발단계에 와 있는지 살펴보자.

영화속의 호버보드

헨도 호버보드

걸음마 수준 호버보드, 10월21일 공급 예정

첫번째는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타고 다닌, 공중을 떠다니는 스케이트보드 '호버보드'이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연상시키는 제품 발상에 관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자, 이후 많은 개발자들이 실제 호버보드 제작에 도전해 왔다. 하지만 이는 중력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이 가운데 영화 콘셉트와 가장 가까운 것은 2011년 파리 디드로대 연구진이 만든 맥보드(MagBoard)이다. 연구진은 보드 밑바닥에 액체질소로 냉각시킨 대형 초전도체 판을 부착해 보드가 자기부상 방식으로 트랙 위에서 뜨도록 했다. 하지만 부양 정도가 낮고, 온도 유지 등의 기술적 문제들로 인해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올해 마침내 실제 호버보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헨도 호버보드(Hendo Hoverboards)'라는 이름의 이 호버보드 역시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방식이다. 보드에는 원반 모양의 자석 장치 4개가 달려 있어, 자력의 힘으로 지상에서 3cm 정도 뜰 수 있다. 두 사람이 타도 뜰 수 있을 만큼 부양력이 제법 강하다. 작동시간은 한 번에 15분 정도. 다만 아무데서나 뜰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장이 발생해야 하므로 금속이나 전기가 통하는 물체 위에서만 작동한다. 부양력이나 작동 조건에서 영화 속의 호버보드와 견줄 수준은 못되지만, 일반 개인이 공중부양을 간단하게나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작업체는 미 캘리포니아의 기술벤처기업 아르스 팍스(Arx Pax). 이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1만달러씩 투자한 사람들에게 마티 맥플라이가 날아간 2015년 10월21일 당일에 실제 호버보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개발자인 이 회사의 그레그 헨더슨 대표는 호버보드가 이룬 진짜 혁신기술은 호버보드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특별한 자기부상 기술이라고 말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자기부상을 실현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예컨대 2027년 건설 예정인 일본의 자기부상열차는 1마일당 5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헨더슨은 자신의 기술을 쓰면 1킬로그램당 40와트라는 작은 에너지로도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쪽은 특히 이 기술을 지진발생지역 건물에 활용할 경우, 지진 발생시 건물 전체를 일시적으로 부양시킴으로써 내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값비싼 예술품을 보관하는 데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사매거진 <타임>은 헨도 호버보드를 2014년의 최고 발명품 25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기술의 잠재성이 높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영화 속의 자동매듭 운동화

나이키 맥 홍보 동영상

자동매듭 운동화, 나이키 5월15일 출시 공언

두 번째는 마티 맥플라이가 신었던 하이탑(복사뼈까지 덮는 신발) 형태의 자동매듭 운동화다. 영화 관객들로부터 호버보드 못잖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다. 나이키는 2011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운동화의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운동화를 '나이키 맥(Nike Mag)'이란 이름으로 1500켤레를 제작해 판매한 바 있다. 당시 수익금은 마티 역을 맡았던 마이클 폭스가 설립한 마이클폭스재단에 기부됐다. 그는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린 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이 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나이키의 운동화는 똑같은 모양에 빛이 반짝이는 구두창, 재충전 내부배터리는 갖췄지만 자동끈매기 기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나이키는 영화가 설정한 미래시점을 맞은 올해 드디어 자동매듭 기능까지 갖춘 운동화를 '파워 레이스'(power laces)란 브랜드로 내놓을 예정이다.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 폭스는 <유튜브> 영화 스틸에 올린 댓글을 통해 5월15일 이 제품이 출시된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이미 5년 전인 2010년에 자동매듭 운동화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백 투더 퓨처 2>의 또다른 주인공인 하늘을 나는 타임머신 차 '들로리안'. 유튜브 화면 캡처

에어로모빌 3.0

25년째 개발중인 플라잉카는 여전히 시제품 단계

세 번째는 브라운 박사와 마티가 2015년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날 때 이용한, 하늘을 나는 차 '플라잉카'이다. 영화에서 플라잉카 들로리안(DeLorean)을 탄 브라운 박사는 "우리가 가려는 곳에는 길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지상의 도로를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 플라잉카가 실용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플라잉카 분야에선 현재 두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MIT 항공엔지니어 출신들로 구성된 테라푸기아(Terrafugia)와 슬로바키아 디자이너인 스테판 클라인이 설립한 에어로모빌(Aeromobil)이 두 주인공이다. 테라푸기아는 1세대 시제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콘셉트 플라잉카(flying car) 'TF-X' 이미지를 공개하고 타당성 연구를 하고 있다. 에어로모빌은 <백 투 더 퓨처 2>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1990년부터 무려 25년째 플라잉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 3.0버전의 시제품까지 내놓은 상태이다. 지난해 10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3.0버전은 이륙하는 데 필요한 활주거리가 더욱 짧아지고, 시속 120마일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에어로모빌은 정규비행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경쟁업체인 테라푸기아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칼 디트리히(Carl Dietrich)는 자신의 궁극적 목적은 누구나 자동으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테라푸기아가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플라잉카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플라잉카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며, 그 자리를 무인기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영화 속의 연료주입로봇

자동 연료주입 시스템

자동 연료주입 로봇, 미국서 올해 안 서비스 시작

네 번째는 플라잉카와 함께 마티 맥플라이의 입을 벌어지게 한 연료주입 로봇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플라잉카 서비스센터에서는 로봇이 자동차 전체를 두루 살피면서 체크해준다. 연료노즐업체인 미국의 허스키사는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자동으로 연료를 주입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 안에 미 중서부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허스키사의 제품은 로봇 대신 소형 노즐이 쭉 나와서 자동차의 가스탱크를 열고 가스를 채워준다.

이 자동연료공급 시스템을 사용하면 노즐을 손에 쥘 필요가 없어 손이 더러워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 주유를 위해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외딴 곳이나 밤에도 안전하게 주유를 할 수 있다. 회사쪽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앱을 통해 차 안에서 자동연료 주입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앱을 열고 시작 신호만 주면 모든 게 자동으로 진행된다.

가정용 에너지융합발전기 장면

스웨덴 크리스티안스타드에서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가스를 운반하고 있는 차량. 사진은 carbonn.org.

핵융합은 멀지만, 쓰레기의 바이오가스 전환은 현실로

다섯 번째는 쓰레기를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 브라운 박사는 쓰레기통 속에서 바나나 껍질, 맥주, 콜라 남은 것 등을 꺼내 플라잉카 들로리안에 주입한다. 이 쓰레기들은 차에 장착된 '미스터 퓨전'(Mr. Fusion)이라는 가정용 핵융합반응기 안에서 연료로 바뀐다. '미스터 퓨전'은 영화에서 차의 주행용 연료와 함께 시간여행을 위한 거대한 핵융합 에너지원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그러나 아직 이와 같은 기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가까운 미래에도 등장할 가능성은 적다. 세계 각국이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고 있지만, 21세기 중반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록히드 마틴이 10년 안에 소형 핵융합 발전기를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그러나 쓰레기를 메탄가스 연료로 전환시키는 기술은 상용화돼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소개된 것을 보면, 유럽 주요 농업지역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의 항구도시 크리스티안스타드(Kristianstad)에서는 돼지고기 부산물이나 가정의 음식 쓰레기 등으로부터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용, 트럭 연료 등으로도 활용한다. 이 도시는 이를 통해 매년 180만갤런(70만리터)의 디젤연료를 대체하는 효과를 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알타몬트사가 쓰레기에서 매일 1만3000갤론의 LNG를 만들어 이 지역의 쓰레기수거차량 연료로 쓴다. 하지만 쓰레기에서 만들어낸 바이오가스는 천연가스에 비해 아직 처리비용도 많이 들고 순도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자신이 이 영화를 통해 미래를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 제작 후일담에서 "내게 미래 장면을 영화에 담는 것은 전체 3부작 제작 과정 중에서 극히 작은 즐거움일 뿐이다.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올바른 예측을 하려 해봤자 결국엔 틀릴 것이다. 그러니 그저 재미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쨌든 이 영화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과학자들의 자문을 토대로 미래 장면들을 그려냈다. 저메키스와 함께 영화 대본을 썼던 밥 게일은 "2015년까지 플라잉 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영화에서 플라잉 카가 필요했다"라고 말한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는 얘기다. 거기엔 당시 과학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상상의 세계가 들어 있다. 꿈을 담은 그 상상은 다시 연구진과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미래의 씨앗은 이런 식으로 도처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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