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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5일 11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7일 14시 12분 KST

비긴 어게인 프로젝트

2013년부터인 것 같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고, 부러워하던 대기업 출신 선배 미생들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쫓겨나 사회라는 지옥으로 대거 떠밀려 나오기 시작한 일이. IMF가 시작되던 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지금까지 그런 미생의 대이동을 직접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미생들의 스펙은 너무 훌륭하다. 그리고 미생을 부러워하는 또 다른 종족(?)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아직 미생조차 되지 못한 미취업 청년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비생(非生)들.

지옥으로 떠밀려 오는 미생들을 만나다.

드라마 '미생'이 아직도 화제다. 여러분도 재시청 중이신가? 이제 미생은 고달픈 직장인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돼버렸다. 2013년부터인 것 같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고, 부러워하던 대기업 출신 선배 미생들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쫓겨나 사회라는 지옥으로 대거 떠밀려 나오기 시작한 일이. IMF가 시작되던 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지금까지 그런 미생의 대이동을 직접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미생들의 스펙은 너무 훌륭하다.

그리고 미생을 부러워하는 또 다른 종족(?)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아직 미생조차 되지 못한 미취업 청년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비생(非生)들. 그들은 좌절하고 있었다. 재능을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꽃망울처럼, 태어나자마자 온갖 늪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악어 새끼처럼 눈물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종족의 중간에 끼어 있었다. 다행히 귀는 2개였고, 그래서 귀 기울여 진심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술을 마시는 날이 늘어갔다. 하지만 술은 위로의 본질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심장을 뛰게 하는 꿈이고, 전력질주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의 힘은 아직 미약하다. 죽여주는 생각이 필요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몇 명은 도울 수 있지만,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희망은 우연처럼 날아들었다. 영화를 보다가 떠올랐다.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고 떠오른 생각

지난 추석이었다. 처가에 들렀다가 처가댁 식구들과 영화를 관람했다. 나는 '해적'을 아내는 '비긴 어게인'을 선택했다. 명절에는 역시 코믹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판단 착오였다. 아내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에게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비긴 어게인'을 꼭 관람하라고 지시(?)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보면 알 거라고 했다. 내심 못마땅했지만 지엄한 아내의 지시였다. 영화정보를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이다. 오케이 굿!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 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 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

결국 선배 미생과 후배 미생의 만남이 둘 모두의 극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지옥으로 떠밀려 오는 미생들을 위해 죽여주는 생각을 고민하던 나에게 강력한 영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와우!

수퍼스타K와 SM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을 탐구하다

지난해 수퍼스타K는 말 그대로 수퍼스타를 양산한 최고의 오디션이었다. 인디와 언더가 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꿈의 무대였다. 수퍼스타K의 본질은 무엇일까? 단 1명의 우승자를 뽑는 시스템? 냉혹한 심사위원? 아니면 방송사의 프로듀싱 시스템?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본질은 매년 3백만 명 이상이 지원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지원자들은 오디션에 떨어져도 낙심하지 않고, 더욱 성장해서 다시 도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 수퍼스타K의 정반대 편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뭘까? 체계화된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 축적된 연습 노하우? 다량의 좋은 작곡가와 프로듀서? 내가 생각하는 SM엔터테인먼트 성공의 본질은 수많은 연습생 중에 현실적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집중하는 과감한 선택이다. SM은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돕는 일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두 들어 올릴 필요가 없다. 종이의 한 귀퉁이만 잡아올리면 모두 올라가니까.

둘의 장점만 결합한다면, 세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설계에 착수했다. 이제 필요한 건 선한 영향력을 가진 조력자들이다.

그래서 만든 죽여주는 생각 '비긴 어게인 프로젝트'

나는 2015년부터 가칭 '비긴 어게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지난 10년간 내가 가장 잘해왔던 사업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을 생각이다. 대상은 기업에서 사회로 밀려난 40대 중년 미생들과 재능을 꽃피우고 싶은 미취업 청년 미생들이다. 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매우 혹독한 훈련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낙오자가 더 많을 것이다. 상관없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완생(完生)이 수 백만명을 먹여살린다는 믿음만 있다면. 끝까지 가보는 거다.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버티는 게 이기는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얘기야.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 본 원고는 마케팅 전문 매거진 월간 '아이엠'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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