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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6일 04시 57분 KST

[인터뷰] '박 대통령 경제 교사' 김광두 교수

한겨레

“최근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 인사가 청와대의 권력 핵심 실세와 친하다는 것을 내세워 금융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사 개입을 한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과 연계된)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됐는데, 금융권에도 비선 실세가 있는 셈이다.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이런 인사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김광두 원장 주도로 2010년 말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설립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두뇌집단)인 ‘헤리티지’와 ‘브루킹스 연구소’를 모델로 삼아 ‘독립적 민간 싱크탱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현 경제 상황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경제는 크게 3가지 프레임(틀)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희망이 있느냐다. 희망의 요체는 일자리 만들기인데, 그러려면 성장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 둘째는 국민 화합이 돼야 평화롭고, 경제적으로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셋째는 경제 안정으로, 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느냐다. 국민이 희망을 갖고, 화합할 수 있고,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할 수 있으면 경제는 잘되는 것인데, 지금은 세가지 모두 시원치 않으니 위기라고 봐야 한다.

2000년대 초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업수당 축소 등을 포함한) ‘비전 2010’을 발표하며 자기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가, 결국 선거에서 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리더십이 안 보인다.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소통 능력도 너무 떨어진다. 어려움을 돌파하려면 정책 추진력이 중요한데, 현 정부는 이것도 약하다. 미래의 희망을 갖기 힘들다. 우리는 지금이 제일 잘사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인가?

“이대로 가면 그렇다. 변화를 하려면 기득권의 저항이 발생한다. 기득권을 조정하려면 정치권이 국민을 향해서 고통을 함께 나누고, 거품을 없애고, 센 사람이 더 많이 양보하자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은 가장 앞장서서 그런 능력이나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 대처 총리는 1980년대에 이를 해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한 것이 없지 않은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처음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급하니까 부동산 중심으로 정책을 내놓았더라도, 곧바로 구조개혁을 강조했어야 했다. 정부가 쓰겠다는 41조원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다. 국민들은 그것만 갖고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도 20년간 그런 정책에 머물다가 구조개혁을 못 했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업 구조조정을 살펴보자. 3년간 이자보상배율(지급이자/영업이익)이 1 이하일 정도로 경쟁력과 재무구조가 안 좋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실제 그런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안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가 일시적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부실기업을 살리려 하면 반대로 살 수 있는 기업까지 죽는다.”

-정부가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을 강조했는데.

“방향은 제대로 된 것 같은데 타이밍(시점)이 문제다.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 팀이 부양책을 발표할 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정부 정책이 실행되려면 이해 당사자들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 간에 상호협의나 소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것이 안 보인다. 정부의 경제정책 수행 능력이 참 떨어진다.”

-정권 출범 초기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기용할 때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대통령이 무시했다.

“왜 그런 사람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최 부총리에게도 차라리 당신이 지난해 먼저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다 보낸 꼴이 됐다. 대통령의 (의사결정) 수준이 납득이 안 된다. 최 부총리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지금이라도 경제를 살릴 대책이 있다면?

“교육, 건강(의료), 안전산업처럼 성장과 일자리, 국민 화합에 모두 도움 되는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모두 환영할 것이다. 일례로 초등학교의 의자, 책상, 어학실습시설, 낙후 교사를 업그레이드(격상)하는 데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건설, 전자제품, 커리큘럼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가 상당할 것이다.”

-2007년 경선 당시 줄푸세(감세, 규제 완화, 법질서 확립) 공약을 입안했다. 감세정책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당시 전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였다. 국제화 시대에 그 추세에 안 맞추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로 나갈 수 있다.”

-복지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재정도 안 좋은데, 감세정책으로는 어려운 것 아닌가?

“지금도 우리 법인세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복지 수요는 늘고, 세금은 안 걷히니 정책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복지를 계속 늘리려면, 증세를 하거나 국가부채를 늘려야 한다. 만약 국가부채가 위험하다면 증세를 해야 하고, 어느 세금을 올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인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국민들은 정부 출범 2년이 되도록 실감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얘기를 잘못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 아이디어다. 새 아이디어가 사업화되어 경제적 가치가 생기려면 짧아도 3년, 길면 10년이 걸린다. 또 그 과정에서 전문인력, 금융, 대기업 문화 같은 인프라(기반)가 중요하다. 우리는 이것들이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창조경제를 위한 인프라를 깔겠으니 다음 정부가 꽃피워달라고 했어야 한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해 대기업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맡기고 있는데.

“새 아이디어는 벤처 중소기업이 내놓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대기업이 하는 곳은 없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성과를 내려고 대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는 창조경제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안 된다.”

-최근 케이비(KB)금융 내분, 우리은행 행장 선임 논란 등을 계기로 ‘신관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 인사가 권력의 핵심 실세와 친하다는 것을 내세워 금융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공공연하게 인사 개입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요즘은 한 금융지주 회장에게 누구를 자르라는 압력을 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이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인데 왜 주의를 안 주냐고 했더니 주의를 줬다고 하더라. 그런데 왜 말을 안 듣냐고 물었더니, 최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뒤에서 봐준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안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봐준다는 얘기가 있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안 수석은 아니라고 부정했다.”

-문제의 권력 핵심 실세가 최근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하나라는 얘기가 있다.

“맞다. 과거에 그 사람(청와대 권력 실세)과 일했던 인사에게 연락해, 대통령이 큰 손해 나는 일 아니냐고 그랬다. 그 인사가 (권력 실세에게) 전화를 해서 물으니, (금융감독당국 고위인사의 뒷배경이) 자기는 아니고 안종범 수석이라고 답했다고 하더라.(허탈한 웃음)”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를 했는데.

“나도 대단히 안타깝다. 객관적으로 다들 대통령이 못한다고 하고, 내가 봐도 그렇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함께 일하자고 자리를 제안하면 받아들이겠나?

“(단호하게) 난 안 한다. 학자가 정치인을 도울 때는 ‘자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어렵다. 일부에선 내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자리를 안 주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건 아니다. 연구원 설립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공직은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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