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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3일 12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22일 14시 12분 KST

전쟁을 성찰하는 박물관 | 존 레넌의 침대 위(Bed in) 시위

전쟁 느낌 전시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무드가 무르익었던 1969년 존 레넌과 요코 오노(John Lennon과 Yoko Ono)가 "침대 속에서 평화를(Bed-ins for peace)"이라는 시위를 재연한 것이었다. 냉전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그대로 한반도에 살아있다. 전쟁 시기에는 있음직한 애국심과 증오심만이 고조되어 있지,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성찰은 없다. 매일같이 남북한 간에 적대감과 공분만을 미디어가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안식년을 맞이해서 베를린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3개의 카드가 있다. 일단 식당 카드가 중요해서 학생 회관(Mensa Karte)를 제일 먼저 만들었다. 안식년 교수 신분이라서 학생만큼 싸지는 않지만 다양한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바로 골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다른 하나는 베를린 전체의 모든 교통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월간 교통카드(Monatskarte)이다. 이것만 있으면 지하철 U-bahn, 도시철도 S-bahn, 버스, 트램 등 모든 교통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문화 예술의 양식을 제공할 베를린 미술관 연간 입장권(Jahreskarte der staatlichen Museen zu Berlin)이다. 19개의 베를린 시립 박물관에서 하는 일반 전시를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카드로 가격은 50유로이다. 이 카드만 있으면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박물관은 언제라도 내 휴식의 장소가 된다. 베를린에 있는 모든 공공 박물관이 나에게 열리는 순간이다. 베를린 시민이 갖는 문화생활의 핵심카드이다.

연간카드를 만들고 첫 미술관 방문은 베를린 자유 대학의 달렘 역 바로 옆에 있는 달렘 박물관(Museen Dahlem)이었다. 그곳에서는 전쟁 느낌(Feeling War)라는 조금은 낯선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모든 전쟁은 자기 나라에 대한 애국심, 상대 나라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의 감정을 자아내는데 그러한 느낌을 재연하여 전쟁 자체를 성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 공간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대승을 이끌었고 나중에 수상까지 한 린덴 부르그(Hindenburg)의 전신상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광기를 만들어냈던 당시의 역사적 사진도 함께 보면 전쟁의 참혹한 실상이 체감된다. 특히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에 유행했던 독가스 살포와 그에 대비한 방독 마스크 등의 전시가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전쟁을 전시하는 것의 의미가 상대 국가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를 전시하여 전쟁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쟁 느낌 전시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무드가 무르익었던 1969년 존 레넌과 요코 오노(John Lennon과 Yoko Ono)가 "침대 속에서 평화를(Bed-ins for peace)"이라는 시위를 재연한 것이었다. "Hair Peace, Bed Peace"를 붙여놓고 침 대속에서 평화를 갈구했던 존 레넌과 요코 오노의 시위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유명 가수의 신혼여행의 호텔방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했으니 전 세계의 모든 언론에서 인터뷰가 쇄도했고, 그들은 신혼여행 내내 침대 위에서 제발로 찾아오는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암스테르담과 몬트리올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침대 위 시위를 이어갔다. 그들의 반전 의식은 그대로 존 레넌의 '이매진'이라는 노래 가사에 담겨있다. "천국도 없고, 나라도 없고, 재산도 없는" 것을 상상하는 그들의 마음에 평화가 있었던 것이다.

냉전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그대로 한반도에 살아있다. 세계사의 흐름과 달리 남북한 평화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한반도 전쟁의 두려움이 더욱 강화되어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6.25전쟁이 휴전체제로 접어든 지 60년도 훨씬 넘어가지만 우리는 아직도 평화를 위한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느낌만을 강화하고 있다. 전쟁 시기에는 있음직한 애국심과 증오심만이 고조되어 있지,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성찰은 없다. 매일같이 남북한 간에 적대감과 공분만을 미디어가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모든 재산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리는 전쟁을 경험한 국가로서 이제라도 전쟁 자체를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평화를 꿈꾸는 John Lennon과 Yoko Ono의 침대 시위가 더욱 그리워진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