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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1일 07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1일 07시 00분 KST

미국,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본격 검토

ASSOCIATED PRESS
President Barack Obama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in the Brady Press Briefing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Friday, Dec. 19, 2014. The president claimed an array of successes in 2014, citing lower unemployment, a rising number of Americans covered by health insurance, and an historic diplomatic opening with Cuba. He also touts his own executive action and a Chinese agreement to combat global warming. (AP Photo/Carolyn Kaster)

미국이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에 대한 해킹사건과 관련, 북한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조치를 6년 만에 재검토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재지정되면 북·미 관계에 상당히 큰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여러 가지 '비례적 대응' 옵션의 하나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공식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토결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우리는 나라와 동맹, 그리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법에 따라 외교, 정보, 군사, 경제적 측면에서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의 미국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건과 절차, 국내외적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작업을 거쳐 이를 금융제재를 비롯한 다른 대응옵션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검토 중인 다양한 대응옵션이 나에게 보고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이번 범죄의 속성에 맞춰 비례적이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옵션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1979년 수출관리법 6항 ▲1976년 무기수출통제법 40항 ▲1961년 외국원조법 620항에 따라 테러지원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정요건은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 금융 지원 ▲테러조직의 활동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다른 형태의 협력 등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활동의 형태나 수위 등이 적시돼 있지 않아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여지가 크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 1987년 11월 김현희가 연루된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으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검증 합의에 따라 지난 2008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4개국이며 이중 쿠바는 미국이 국교정상화 추진에 따라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무역, 투자, 원조, 국제신용, 금융거래에서 후속 제재가 뒤따르지만 북·미간의 교역규모가 워낙 미미한데다 북한이 이미 강도 높고 폭넓은 제재 하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상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최근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론이 고조된 가운데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까지 씌워지면서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으로서도 외교를 통한 북한과의 관계개선 여지가 크게 좁아지는데다 북한 내부의 강경파 입지를 키워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을 의식해 검토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소니 해킹과 같은 사이버 테러는 국무부가 전통적으로 규정해온 테러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보다 면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법(18편, 22편)은 '테러'의 정의에 대해 ▲사전에 계획되고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폭력행위이자 ▲준국가 단체 또는 비밀 요원들이 비무장 목표물을 향해 가하는 행위이며 ▲미국 형사법에 위배해 인명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전통적인 테러의 개념은 폭력이 수반되고 인명에 대한 위해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해킹 사건과 같은 사이버 테러는 이 같은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며 "매우 면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19일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북한이 주요 다국적 기업에 대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예술적 자유를 침해하는 '국제적 검열'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은 테러행위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특히 미국이 매년 상반기 펴내는 '테러리즘 국가 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미국은 소니 해킹사건에 따른 대북 보복조치로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외에 사이버 보복공격과 고강도 금융제재, 한·미 군사력 증강 등을 검토 중인 알려졌다.

특히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다음 달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 대로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과 같은 초고강도 금융제재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올해 회기(113대 회기)에 자동 폐기된 '대북 제재 이행 법안'(HR 1771)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법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은행, 정부 등이 미국을 상대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다시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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