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최강욱의 '성희롱 발언' 문제 제기 입 막았다" : 박지현이 직접 털어놓은, 이재명과 갈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

출마 자격 논란과 팬덤 정치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이재명 의원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당시 “지금은 지방선거 기간이고 전쟁 중인데 그런 식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징계 절차를 미루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5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최 의원 성희롱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 조사 등을 지시한 이후, 이 의원을 따로 만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옳다고 하는 것은 밀고 나가는 분이라 생각해서 지지하고 응원했는데, (이 의원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옳은 일에) 침묵하거나, 제 입을 막는 모습으로 변했다”며 “(독대 외에 이뤄진) 개인적인 통화 내용을 세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여러 지점들이 겹치면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갈라섰구나 생각하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 의원을 정면 비판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로 최근에 (이 의원과) 소통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의원은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며 “지금부터 청년, 당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과 함께 ‘민주당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 비대위가 6개월 당적 유지 요건을 못 맞춘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비대위원장 임명 당시 당 중앙위원회 투표(84.4% 찬성)를 거쳤던 만큼, 당시의 피선거권이 현재도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명확한 유권해석이 없으면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대위가 안건 상정·의결 등 정식적인 의결을 거친다면 “비대위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당 안팎에선 ‘원칙을 무시한 채 예외를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당 대표에 출마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출마를 했다”며 “컷오프 전까지라도 당의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비대위원장 당시 ‘민주당이 정말 민주적인가’를 따졌을 때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당이 일부 팬덤의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다”며 “(저의 출마 선언에) 그런 우려가 내포된 것이라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비 납부횟수나 당원 자격 6개월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권리당원이 예외를 인정받아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당원 당규를 확인해보면 아시겠지만,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저는 그 규정에 대해 절차를 통해서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합당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김동연 지사와는 경우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는데.
“김동연 지사 말고도 김용민 의원 같은 경우도 6개월이 되지 않았는데 당무위원회의 결정으로 (출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알기로는 우상호 위원장도 그렇고 당내 많은 의원들이 (당무위 의결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조항을 통해서 우리 당에 기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 이 조항이 저에게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비대위원장 당시 중앙위 투표로 선출되었으므로 현재 전당대회에서도 피선거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므로 둘을 연계시키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당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또 (비대위원장) 당시 당 중앙위원회 인준을 굳이 거치지 않았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윤호중 위원장께서 이 절차를 거치자고 하셔서 저도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 당원분들의 인준을 거쳐서 비대위원장이 된 것이다. 이후에 제가 사퇴를 했다고 할지라도 이미 피선거권이 부여된 것인데, 그게 박탈당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면 그때 있었던 것이 지금은 없어질 수 있냐고 묻고 싶다. 그에 대한 유권해석은 당에서 해주시리라 생각하고 있다.

―대선 당시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했던 이재명 의원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바뀌었고, 이유는 무엇인가.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논란) 사건 관련해서 제가 목소리를 낼 때, 최 의원이 변명하는 과정들이 저는 굉장히 문제적으로 보였다. 보좌관과 의원 사이의 위계, 보이지 않은 권력관계로 입막음하는 것들이 특히 심각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과 따로 만나는 적이 있는데, 최강욱 의원 이야기를 꺼내면서 ‘지금은 지방선거 기간이고 전쟁 중인데 그런 식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당 안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선거라는 대의를 이유로 미루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제가 대선 때 이재명 의원을 응원했던 이유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곧게 가지고 나가는 분이었기 때문인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는 오히려 (당내문제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제 입을 막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도 이재명 의원과 소통한 적이 있나?
“지방선거 때 이후로 최근에 소통한 적은 없다.”

―최근의 메시지들을 보면, 민주당에 큰 실망감, 그걸 넘어 분노마저 느껴진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당권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저는 민주당의 당원이고 전 비대위원장으로서 민주당에 대한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이 당 안에서 있으면서 힘들었던 일도 많고 실망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본질은 결국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 아닌가. 그 본질을 잊지 않고 계시는 의원님들이 (민주당에) 저는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또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민주당의 아젠다를 선점해서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가 될 수도 있고, 차별금지법이나 연금 개혁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우리 삶에 깊이 연결된 부분들을 민주당이 아젠다로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청년이 선봉장에 설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권 출마의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면?
“지난 7월1일에 민주당 그린벨트 간담회가 끝나고 청년들과 만나서 뒤풀이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5시간 정도 했었다. 당시 청년들이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 본인이 특정 아젠다에 전문성이 있다면,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같은 역할도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하셨다. 누군가 앞에 나서는 용기를 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위원장의 출마가 원칙의 예외로 보는 시선이 있고, 그래서 반감이 퍼진 상황인데 전당대회에서 출마해 유의미하게 득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저도 그 부분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이 혁신하고 쇄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되는 것도 염두에 두고 나간 것이다. 저의 출마로 다른 청년들이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고 봤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 당에 있구나’하고 민주당에 등 돌린 중도층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결국 제 진심을 알아주시고 국민들께서 지지해주신다면 당내 기반도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것이라 보고 있다. 제가 당장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욕을 먹을지언정 내야 하는 목소리는 계속 내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고 있다.”

―최고의원이 아니라 당대표로 출마한 이유는?
“제가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권한은 있었지만, 원외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힘이 많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대부분 최고위원을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제가 이루고 싶은 변화는 어느 정도 권한이 분명히 필요했고, 최고위원보다는 당대표를 도전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비대위가 정식절차와 의결을 거친 뒤에도 선대위 출마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그 뒤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는 가정 하에 비대위에서 내린 결정을 따를 것이다. 그 이후에 제 행보는 그때 가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향후 행보의 예고로도 보이는데.
=일단 그렇게 봐주시는 게 맞다. 제가 당내에서 ‘민주당이 정말 민주적인가’라고 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민주당 내에서 일이 흘러가는 과정을 봤을 때 너무 팬덤에 의존해서 일부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도 (향후 행보에) 같이 내포된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한겨레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박지현 #최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