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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6일 13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06일 13시 31분 KST

보건복지부 피임 캠페인, 과연 적절한가?

보건복지부 피임 포스터

보건복지부의 피임 캠페인 포스터가 부적절한 표어와 이미지를 담고 있다며 누리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복지부의 피임 캠페인 포스터가 비판을 받고 있다.

포스터를 보면,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고 적힌 커다란 문구와 함께 아래쪽에 보건복지부 상징이 인쇄 돼 있다. 함께 적힌 작은 글귀를 보면, ‘피임은 셀프입니다. 피임은 남자 혹은 여자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함께 신경써야 할 소중한 약속입니다. 적극적인 희망실천! 당신의 사랑에 책임을 더합니다’라고 돼 있다.

‘피임은 셀프’라는 말은 성인들의 성생활에서 임신을 원치 않는다면 적극적인 피임을 스스로 일상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피임은 남자 혹은 여자만의 의무가 아닙니다’라는 말도 피임이 남녀 어느 한쪽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논란은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는 글과 포스터 사진이 담고 있는 은유 때문이다. 포스터 안 사진은 젊은 한쌍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은 여성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역시 여성의 쇼핑 아이템이 가득 담겨있는 것으로 암시되는 쇼핑백을 주렁주렁 손에 들고 있다. 반면 여성은 아무 것도 들지 않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짐을 잔뜩 진 남성의 팔짱을 낀 채 카메라를 살짝 돌아보고 있다.  

이 포스터는 남성에게 자기 가방을 모두 짊어지게 한 여성의 이기적인 모습을 형상화한데다 피임이 마치 여성만의 책임인 것처럼 비쳐진다는 이유로 누리꾼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포스터 안 작은 글씨엔 피임이 남녀 모두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큰 글씨엔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며 피임을 여성이 챙겨야 할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가방셔틀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저 여자분 연핑크 원피스부터… 혹시 쌍팔년도 제작 포스터인가요…. (첫**)” “남녀 양쪽에서 욕먹을 만한 포스터”(쿨**), “둘다 노력해야지 이게 무슨”(나***) 등이다. “그니까 시방 여성들이 핸드백에 쇼핑백 맡기고 피임까지 남자한테 맡겨서 문제라는 거? 이런 일베식 판타지를 중앙정부 공무원이 ‘현실’로 수용한거?”(S***)란 반응도 있다. 남녀차별적인 데다 시대착오적인 캠페인이라는 비판이다.

복지부 캠페인의 수준이 낮아 시민의 자발적 항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다만 한국여성민우회는 페이스북에서 “광고 목적은 피임 실천의 책임을 설득하기 위한 것일 텐데, 남자에게 핸드백과 쇼핑백을 다 맡기는 개념없는 여자 이미지를 유통시키는 방식이어야만 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피임 문제는 ‘피임 마저도’ 남자에게 떠넘기는 여자 책임이 아니라, 여성이 피임을 먼저 얘기할 수 없는 성관념 등 복잡한 문제가 있는데도 복지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쓸 데 없이 부적절한 성고정관념을 오히려 강화해 안 하느니만 못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민우회 쪽은 밝혔다.

박봉정숙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피임을 남녀 대립구도의 갈등 문제인 것처럼 선정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복지부가 남자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는 여성의 이미지를 포스터로 보여주는 것 또한 여성혐오의 시선을 재생산하는 듯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