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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1일 05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31일 14시 12분 KST

얼마나 벌면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목욕탕에서나 볼 것 같은 낮은 의자에 앉아서 쌀국수 한 그릇과 전통음식이라는 반고이와 약간의 음료수까지 먹었지만 한 끼에 2000원 정도면 충분했다. 택시기본료는 500원 수준, 유명한 수입맥주들도 몇백원이면 마실 수 있는 신기한 도시에서 문득 우리가 사는 모양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10년 전 20년 전보다 발전된 나라에서 편리해진 생활을 누린다고 말들은 하지만 우리보다 그 정도 뒤처졌다는 그 나라 그 도시에서도 대부분의 것들은 다르지 않게 누리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무엇을 위해 이리도 애쓰는 것인가 하는 혼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peregrinari/Flickr

강연과 관련한 출장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숙소와 비행기편은 지원을 받아서 해결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식사는 스스로 해결을 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의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목욕탕에서나 볼 것 같은 낮은 의자에 앉아서 쌀국수 한 그릇과 전통음식이라는 반고이와 약간의 음료수까지 먹었지만 한 끼에 2000원 정도면 충분했다.

택시기본료는 500원 수준, 유명한 수입맥주들도 몇백원이면 마실 수 있는 신기한 도시에서 문득 우리가 사는 모양을 생각해 보았다.

자본주의 혹은 자유경제라는 그럴듯한 핑계 아래 우리는 남들보다 조금 더 벌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원초적 욕심을 숨기면서 살아간다.

스펙을 쌓고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만 승진을 위해 더 큰 집을 위해 우리의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연봉 인상과 그럴듯한 지위는 약간의 보상이 되지만 그것들을 얻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의 월급은 조금씩이라도 오르고 있지만 그것과 삶의 질은 특별히 상관관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물가상승은 언제나 급여인상률을 앞지르고 그것을 쫓는 동안 우리에겐 여유와 성찰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일한 우리의 결과는 몇몇의 괴물같은 부자들을 만들어 내고 우리와 함께 달려오던 사람들을 극빈층으로 만들어 밀어내는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노이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적게 벌지만 같은 물건을 우리보다 적은 돈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그들도 세 끼를 먹고 함께 모여 맥주 한잔을 기울일 정도는 벌고 있었다.

우리처럼 스마트폰을 쓰고 가끔은 명품도 손에 들지만 우리가 보던 가격은 아니었다.

우리는 10년 전 20년 전보다 발전된 나라에서 편리해진 생활을 누린다고 말들은 하지만 우리보다 그 정도 뒤처졌다는 그 나라 그 도시에서도 대부분의 것들은 다르지 않게 누리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무엇을 위해 이리도 애쓰는 것인가 하는 혼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존재의 의미도 달려가는 방향도 깊은 고민 없이 누군가를 쫓듯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 걸까? 서로의 눈치만 보고 달리느라 쉬지도 즐기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가 특별히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마저 망각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릴 적 악기를 배우고 처음 밴드부에 들어갔을 때 생각이 났다.

나처럼 처음 들어온 아이들의 공통점은 내 소리를 뽐내기 위해 자기도 잘 모르는 사이 볼륨을 높여간다는 것이었다. 너도 나도 소리를 높이다 보면 결국 힘만 들고 조화는 깨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우리는 헛심을 빼지 못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은 함께 연주하는 동료의 소리를 들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풋내기들은 한참 동안이나 몰랐던 것 같다.

우리네 지금 사는 모습이 혹시나 그런 풋내기 악사들 같은 건 아닐까?

싸구려 쌀국수를 고급레스토랑에서 몇만원씩 주고 사 먹으면서 주류사회를 꿈꾸는 사이 졸업식 날 먹던 동네 중국집의 한 그릇 짜장면의 진한 기쁨은 잊어가는 것 같다.

우리가 어릴 적 먹던 무언가의 맛을 요즘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건 그것들의 재료나 만드는 이가 변한 탓이 아니라 쓸데없이 경직되어버린 우리 때문은 아닐까?

소리가 작은 악기와 조화를 맞추기 위해 함께 힘을 빼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처럼 우리도 조금 천천히 함께 가면 안되는 것일까?

가끔 가지는 무료할 만큼의 여유와 진한 삶의 성찰, 옆을 볼 수 있는 아량과 배려는 정녕 무한경쟁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다닥다닥 벽을 맞대고 서로의 음식을 나누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어릴 적 골목의 사람 향기가 문득 그리워진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