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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9일 05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29일 05시 52분 KST

'정윤회 vs 박지만' 권력암투설 수면위로

문건작성 행정관의 직속상관

김기춘 실장 보고뒤 청와대 떠나

박지만 회장과 막역한 사이

정윤회 등 핵심측근 견제용 해석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브이아이피(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정윤회씨와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이 만난 곳으로 나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중식당. 세계일보 제공

<세계일보>가 28일 보도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동안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비선 실세’로 지목받았던 정씨가 청와대 측근 3인방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개입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돼있기 때문이다. 문건 역시 청와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는 “이른바 ‘찌라시’ 수준의 풍설(떠도는 소문)을 긁어 모은 것”이라고 사실 관계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청와대의 이런 해명 자체가 ‘누워서 침뱉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 스스로 “유사한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인정했듯이, 보도된 문건은 증권가에서 작성된 정보지가 아니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친인척과 측근, 고위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정·관계와 관련된 중요하고도 은밀한 정보를 다루는 곳이다.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떠도는 소문’을 보고서로 작성했다는 해명은 상식적이지 않을 뿐더러, 청와대 스스로 조직의 역할과 권위를 부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박지만씨가 2012년 8월15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앉아 있다. 강창광 기자

향후 국정조사나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번 문건을 통해 그동안 정권 실세 및 비선 권력 사이에 존재했다고 알려졌던 갈등의 윤곽이 드러난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경찰 출신의 박아무개 행정관과, 박 행정관의 직속상관이자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런 내용을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한 이후인 지난 2월과 4월 각각 청와대를 떠났다. 정치권에서는 조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문건이 정윤회씨와 그 측근들(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에 대한 박 회장 쪽의 공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조 비서관과 박 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이런 견제가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 등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밀려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아온 정윤회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청와대가 “김기춘 실장이 문건 내용을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밝힌 만큼, 김 실장이 이런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박 대통령이 이런 갈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내부 정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를 보면, 조응천 비서관뿐 아니라 홍경식 민정수석 등 민정 라인 참모들이 시차를 두고 줄줄이 옷을 벗은 반면, 문건에서 ‘교체설’로 언급됐던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참모들은 대부분 건재했다. 겉보기에는 박 대통령이 결국 친인척이 아닌 핵심 측근과 참모들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인데, 지난 1월 문건이 보고된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좀 더 명확한 진상규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이날 곧바로 “검찰에 <세계일보>와 문건을 작성 또는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박아무개 행정관에 대해 고소를 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 대목도 눈길이 쏠린다. 진상규명을 국회 등이 아닌 검찰에 곧바로 넘기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건을 작성한 전직 박아무개 행정관(현직 경정) 등에 대한 소환조사 등이 불가피하다.

청와대가 검찰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문건에 등장하는 것처럼 ‘(김기춘 실장의) 검찰 다잡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인지는 검찰 조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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