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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09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16일 13시 40분 KST

박찬일 셰프가 본 '백년식당'의 한 가지 비밀, '진정한 맛집은 '좋은 직장'이다'

'백년식당'/노중훈

책 '백년식당'은 셰프이자, 칼럼니스트인 박찬일이 직접 '노포'를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대화를 하면서 써낸 기행문이다. '노포'(老鋪)는 말 그대로 오래된 점포를 뜻한다. 대대로 물려서 오랫동안 영업한 점포를 뜻하기도 한다. 박찬일은 책의 서문에서 '노포'를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으로 정의했다.

총 18곳의 노포를 취재한 그는 다음의 세 가지로 노포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첫째는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주인이 직접 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요조건이라기보다 결과적인 면이다. 식당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은 내용이 있다는 것이고,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사람 대우'를 해주니까 오래 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가 말한 세 번째 특징만으로도 진정 맛있는 식당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찬일 셰프가 찾아간 18곳의 식당 가운데 그가 '장기근속 직원'을 만난 식당을 정리해 보았다.

*우래옥 | 창업 연도 1946년

'우래옥'의 1층 홀에 서서 손님을 반기는 김지억씨는 '우래옥'의 사장이 아니다. 그의 직함은 전무. 1962년 입사해 전무에 오르기까지 5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 "그는 식당의 전체적인 관리, 당시 용어로 '조바'와 '카운터'를 챙겼다. 요즘 서비스 업계 용어로 '리셉션'이라고 부르는 손님 접대 관리 업무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은 지금도 계속되어, 김 전무는 여전히 영업시간에 홀을 지킨다." 박찬일 셰프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종신 고용이 아닐까 싶다"며 "기업 경영과 노사 관리, 인사 관리를 하는 이들"에게는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우리가 이 놀라운 종신 직원을 보게 되면 서로 인사부터 하고 볼 일이다."

*청진옥 | 창업 연도 1937년

'청진옥'에서 나이가 예순 중반 정도의 직원은 "젊은이"로 취급한다. 야간 담당 매니저는 1971년도부터 일했다. "(청진옥 직원들의)근속 연수를 합쳐서 200년이 넘은 적도 있다." 여러 직원중에도 특이한 근속사례는 주방장이다. "원래 큰형이 하다가 동생에게 주방장 자리를 물려주고는 이제 셋째가 그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최상복 주방장이 그 주인공인데, 열다섯 살에 들어와 지금 쉰다섯 살이 되었다." 최준용 사장은 '청진옥'의 인사정책에 대해 "원할 때까지"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동작이 느리지만, 일하는 노하우와 연륜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나오고 싶으실 때까지 나오도록 합니다. 정년이 없지요." 이는 또한 창업주인 아버지의 뜻이었다고. 젊은 직원을 쓰겠다고 했더니, "아니다. 그냥 그 양반들이 있을 때까지 있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삼진어묵 | 창업 연도 1953년

부산 영도에 위치한 '삼진어묵'은 어묵을 파는 가게이자, 어묵을 만드는 공장이다. 박찬일 셰프가 만난 공장의 직원들은 모두 "손으로 만드는 공정을 번개 같이 해치우는 전문가"들이었다. 보통 근속 연수는 30년이 넘는다고. 지금도 그들은 삼진어묵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있다. "이런 어묵 기술자들을 예전에는 '칼잡이'라고 불렀다. 넓적한 칼로 재료를 짓이기고 성형하여 튀기기 때문이다." 삼진어묵의 창업 연도는 1953년이다. 지금의 직원들은 그때의 직원들에게 기술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공정을 위해 또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중이다.

*부원면옥 | 창업 연도 1960년

"남대문 부원면옥은 우리 가족의 고향 같은 곳이다." 박찬일 셰프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족들과 이곳에서 냉면을 먹었다고 전한다. 아마 당시 초등학생에게 냉면을 가져다주던 그 손은 지금도 그에게 냉면을 서빙하고 있을지 모른다. '부원면옥'의 주방장은 40년 넘게 근속 중이다. 더 놀라운 건, 직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주머니도 2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20년 넘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박찬일 셰프는 "주인이 덕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집의 요리는 절대 사술이 없다는 것도 필자의 경험이다. 직원에게 신망이 있는 집은 비밀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