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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이즈다” 프레디 머큐리 사망 30년, HIV 감염인들이 느끼는 차별은 비통할 지경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칠레만이 유일한 HIV 감염 증가세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있던 퀸의 웸플리 콘서트에서 프레디 머큐리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있던 퀸의 웸플리 콘서트에서 프레디 머큐리 ⓒullstein bild Dtl. via Getty Images

퀸의 메인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죽음을 직감한 그는 마지막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AIDS)에 걸렸음을 세상에 알리고, 바로 다음 날 부고 소식을 전했다. 1981년 공식적으로 에이즈 환자가 의료계에 보고되면서 병증을 고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그가 사망한 1991년까지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에이즈는 의료계의 발전으로 매일 알약, 한 알 씩만 복용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되었다. 1985년 보고된 우리나라 1호 HIV 감염인 또한 건강하게 살고 있다. 즉, 지금이었더라면 프레디가 여전히 음악 생활을 하며 우리를 감동시킬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에이즈와 죽음으로 전세계 신문을 도배했던 날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의료계가 바이러스로부터 승기를 얻어내고 환자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무수한 날 동안 우리가 에이즈를 바라보는 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코로나19로 달라진 ‘감염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겪었던 2020년 대구, 그때 모두가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기억하는가? 서울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1천 명 이상씩 나오는 2021년 12월 요즘과 비교하자면, 감염 확률이 훨씬 높아졌음에도 이전보다 자유롭게 활동한다. 확진자의 동선도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건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약 20개월 사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특징이 드러났고, 국민의 80%가 백신을 접종하고 치료제 개발로 희망도 생겨났다. 감염성 질병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보와 치료제가 핵심 키워드라는 점을 지난 2년간 몸소 깨달은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HIV/AIDS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닐까?

 대구 선별진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대구 선별진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NurPhoto via Getty Images

지난 9월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HIV/AIDS 신규 감염 건수가 전년 대비 1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를 긍정의 신호가 아닌 HIV 검사 중단으로 일한 일시적 현상으로 읽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7월 배포한 ‘최근 10년간 전국 보건소 HIV 선별검사 현황’(2011~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선별 검사 수는 17만 8653건으로 전년 대비 59.4% 감소했다. 2011년 조사 이래로 9년간 연평균 HIV 선별 검사 수는 44만 3609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HIV 익명검사를 실시해온 전국의 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잠정적으로 검사를 중단했던 점이 감염수 급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전문과가 있는 대학병원의 문턱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방문 목적을 밝혀야 하는 등의 익명성 보장이 불투명해진데다가 감염내과가 코로나19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에 방문도 어려웠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향도 있겠으나 암암리에 바이러스가 퍼져 감염인들이 오히려 두려움에 떨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HIV자가진단키트인 오라퀵 사용 후 포털사이트에 익명으로 올라온 무수한 글 속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으나 검사자들은 글을 올려 확실하게 음성임을 확인하려했다. HIV가 내포한 두려움과 압박감의 크기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내용과 상관없는 인물
내용과 상관없는 인물 ⓒRUNSTUDIO via Getty Images

우리나라는 발병해서 죽는 에이즈 감염인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더 많다.

 

수치심과 죄책감,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나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2020 HIV및 AIDS에 대한 HIV 감염인 인식조사보고’ 결과에 따르면 HIV 감염인 중 대다수는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고 특히 자기탓을 하며,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이전에도 HIV/AIDS는 공포의 질병이었고, 본인 또한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질병을 얻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HIV 감염인은 세금도둑’이라는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힘들다’는 답변이 23.5%가 나왔으며, 더욱 가슴 아픈 건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질문에 72%가 그렇다고 대답한 점이다. 이는 HIV/AIDS에 대한 혐오가 감염인 자신에게도 내면화되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HIV 감염인 중 상당수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HIV 감염인 중 상당수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RUNSTUDIO via Getty Images

또한, ‘HIV에 감염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주위에서 듣는 AIDS에 대한 혐오나 비하 발언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라는 응답에는 전체의 94.2%가 그렇다고 답했다. HIV 감염사실보다 주위의 시선이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전히 HIV/AIDS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뜻이 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HIV 감염인보다 40배 많다. 호흡기로 익명의 사람에게 마구 전파되는 코로나19에 비해 HIV는 감염 방식이 폐쇄적이다. 2020년 HIV 신규 감염인의 99.7%가 성접촉에 의해서 발생했다. 밥을 먹거나 수영장 혹은 목욕탕 등 일상 생활에서 걸릴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HIV의 감염 경로, 예방법을 모른채 무작정 회피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테다. 하지만,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생활시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이 질병에 대해 어째서 호흡기로 전파되는 코로나 19 보다 더 큰 혐오를 갖게 되는 것일까? HIV를 예방하고 싶다면, 마스크를 쓰듯 콘돔을 사용한 안전한 성관계로 본인을 지켜야 한다. 또한 감염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HIV/AIDS를 양지로 이끌어낼 필요성이 있다. 코로나19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빠른 진단과 치료만이 전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당신이 알고 있는 HIV/AIDS, 확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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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allista Images via Getty Images

HIV와 AIDS는 같다? (X)

HIV는 바이러스 명칭이고 AIDS는 병명이다.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라고 한다. 면역 기능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로 혈액 내 잠복해 있다가 점점 면역을 파괴하고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AIDS 에이즈가 발병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HIV 보균자’는 관리를 잘하면 ‘에이즈’에 걸리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다.

 

약을 잘 먹는 HIV 보균자는 감염시킬 확률도 낮다 (O)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을 한 알씩 복용하면, 혈류 내 HIV 검출량이 줄어든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HIV’가 유전자 변형에 천재인데다가 외부가 미끄러운 당 성분으로 둘러싸여 이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백신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바이러스를 몸에서 제거하는 일은 못 한다는 거다. 그래서 HIV의 증식을 아예 억제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개발됐고, 이 약물들을 섞어서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정착되면서 HIV는 치료의 질병이 됐다.

방식은 이렇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 혈액 속의 HIV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적어진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도 되지 않는다. 이것이 HIV/AIDS의 대표적인 개념인 “U=U(Undectable = Untransmittable)”이다. ‘검출되지 않으면(Undetectable) 감염되지 않는다(Untransmittable)’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약을 성실히 먹으면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고, 나도 에이즈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HIV 감염인은 무조건 치료를 받는 것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매우 중요해진다.

 

HIV 감염인과 함께 밥을 먹고 빨래를 같이 하고 수영장에 가도 감염되지 않는다 (O)

HIV 감염인과 성접촉, 혈액 접촉을 하지 않는 한 감염 가능성이 없다. HIV 감염인의 침이나 눈물, 땀과 소변 등에는 HIV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 감염 능력을 상실한다. 또한 수영장, 목욕탕 등의 물에는 염소 성분이 들어있어 HIV가 단시간에 비활성화 상태에 이른다. 키스를 한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때 체액에 피가 섞여 있고, 내 입안에 상처가 있어 혈액이 몸 속으로 들어갈 통로가 있다면 감염 가능성이 생긴다.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HIV의 주요 전파 경로다 (O)

HIV는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및 모유를 통해서 주로 감염된다. 2020년 국내 HIV 신규 감염인 대부분이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0.3% 만이 마약주사 공동 사용에 의한 감염이었으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아이들의 경우 감염인인 엄마가 자연분만을 하는 과정 또는 감염인의 모유를 먹고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밀접하지 않은 타인과의 일반 접촉에서는 안심해도 되고, 혹시 모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콘돔 사용을 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성생활을 하면 된다.

 

20분 만에 HIV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

약을 먹으면 혈류 내 바이러스 줄고, 감염 가능성도 줄어들어

그 무엇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잃게 만들 수 없다. HIV 감염 고위험군이거나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빠른 진단과 치료만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도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고, 약을 복용하게 되면 혈류 내 HIV 바이러스 활성도가 낮아진다. 일단 혈류 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감염인 본인의 면역이 공격당해 에이즈로 발전할 가능성과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 모두가 줄어든다. 같은 1mm의 피라도 HIV 바이러스의 수가 많을수록 자신과 타인 모두 공격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983년 6월 뉴욕 맨해튼에서 '에이즈: 우리는 히스테리가 아니라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도 이 문구는 유효하다.
1983년 6월 뉴욕 맨해튼에서 '에이즈: 우리는 히스테리가 아니라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도 이 문구는 유효하다. ⓒBarbara Alper via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HIV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1~2회씩 정기적 HIV 검사를 자발적으로 받기를 권장한다. 국내 보건소에서는 익명으로 HIV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20분만에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코로나19 선별 검사로 인해 원활하지 않지만, 강남구, 강북구, 관악구, 도봉구, 종로구 보건소 등 서울 5곳에서는 여전히 HIV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역 보건소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보건소는 익명 검사가 가능하면서도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양성 가능성이 있다면, 채혈을 하는 정밀 검사도 바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혹시나 보건소가 어렵다면 감염내과가 있는 전국 71개 병•의원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오라퀵이라는 자가진단키트 등의 방법으로라도 HIV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일단 의료진에게 현재 상태를 검사 받은 후 양성 진단을 받게 된다면 정부에서 HIV/AIDS 치료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콘돔을 사용한 안전한 성생활이 중요하다.
콘돔을 사용한 안전한 성생활이 중요하다. ⓒJavier Zayas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치료제는 있다, 이제 정보를 얻고 편견을 거둘 준비 만이 필요할 뿐

HIV/AIDS는 예방도 가능해졌다. 세계에는 건강한 생활을 하며 결혼하고 보통 부부들처럼 지내는 이들도 있다. 의료계나 경찰 등 특수한 조직에 근무하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서 감염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칠레와 더불어 유일하게 HIV 감염인 수가 증가 중이다. 특히나 그 중에서 10~20대들의 증가세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염인을 향한 무근본적인 차별과 낙인을 찍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콘돔을 사용한 안전한 성생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성교육에 HIV를 포함해 10~20대 젊은 감염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HIV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만이 HIV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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