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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05시 34분 KST

마사회, 주민과 대화하자며 '소송' 걸었다

한겨레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 주민대책위 소속 지역주민들이 7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 앞에서 '용산 주민대책위, 경찰 출두에 즈음한 입장 발표 및 마사회 강력 규탄, 즉각적인 고소 취하와 주민투표 해법 수용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마사회는 6월 30일 용산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김율옥 성심여중고 교장을 비롯해 17명의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화하겠다고 해온 한국마사회가 그사이 특정 주민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다른 반대 주민들을 향해 ‘본보기 소송’을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 운동을 하던 한 주민(49)은 최근 마사회가 자신을 상대로 업무방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는 확인증을 서울서부지법에서 받았다.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명의의 소장이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마사회는 지난 7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소속 9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주민들이 소유한 부동산 등의 가압류를 신청했었다.

마사회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고발한 주민은 23명에 이르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마사회는 지난달 25일 반대 주민들에게 “고소·고발 취하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한 것이다.

수천만원짜리 소송을 당한 주민은 “손해배상 소송 얘기를 듣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 거대 공기업인 마사회가 일개 주민인 나에게 이런 소송을 제기한 것은 결국 주민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방 대책위 공동대표는 “소송을 당한 주민은 반대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긴 했지만 집회 현장 등에서 앞장서지는 않았다. 주민 한 명을 본보기 삼아 반대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마사회 쪽은 “가압류를 걸어놓은 주민에게 소송을 제기할지 결정하라는 법원 통지가 와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을 뿐이다. 끝까지 소송을 진행해 배상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주민들과 대화 과정에서 고소·고발 문제가 원만히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