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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4일 10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4일 14시 12분 KST

요즘 문화마케팅에는 발톱이 없다

기업은 더 이상 예술을 사랑하지 않는다. 언론에 기사화되는 일을 더 애정한다. 그래서 발톱은 사라졌다.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더 이상 문화를 창출하지 못한다.

0. 문화마케팅의 결핍.

문화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다. 문화마케팅은 크게 문화예술의 마케팅 활동과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구분된다. 전자를 아트마케팅, 후자를 기업문화마케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후자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문화마케팅은 컨셉도 불분명하고 목표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왜 그럴까? 전문가도 부족하고, 경쟁도 치열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1. 문화마케팅의 기원.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그 기원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설은 메세나(Mecenat)다. 메세나란 2000여 년 전, 시인 호러스(Horace)와 버질(Virgil) 등의 예술가를 전폭적으로 후원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 BC 67∼ AD 8)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후 이 전통은 유럽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이 목적을 가지고 예술을 후원하는 용어로 정착됐다.

2. 문화마케팅의 정착.

유럽의 메세나 활동은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1997년, 국제 기업예술지원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Business Arts Association)가 조직되어 정보가 교환되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1994년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그런데 2014년 현재 회원 수는 250곳이 넘지 않고, 연간 지원금도 천억 원에 멈춰있다.

3. 후원에서 이미지 제고로.

메세나 지원금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이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하면서다. 기업들은 후원을 통한 장기적인 이미지 제고보다는 확실한 이익 창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포장지의 이름은 후원이었다. 그래야 기사가 나니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문화마케팅의 성과는 언론지면에 소개되는 기사로 환산되기 시작했다. 담당자의 실적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4. 한국 문화마케팅의 종결자.

나는 1999년부터 문화마케팅을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공연 마케팅을 총괄하기도 했고, 서울세계불꽃축제의 성과도 분석했고, 아모레퍼시픽의 뮤지컬 마케팅도 진행했다. 꽤나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니면서 우쭐했었다. 그런데 2007년의 어느 날, 내 앞에 넘사벽이 등장했다. 바로 현대카드의 슈퍼시리즈였다.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위용과 규모였다. 난 잠시 지켜보다가 업을 중단했다.

5. 슈퍼시리즈 이전과 이후.

한국의 문화마케팅은 슈퍼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은 메세나의 향연이었고, 이후는 마케팅의 축제다. 중요한 건 슈퍼시리즈 이후에 나온 어떤 문화마케팅도 그 위세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일까?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마케팅의 컨셉과 방향은 담당자가 바뀌면 수시로 바뀌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슈퍼시리즈는 그렇지 않았다. 슈퍼시리즈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6. 발톱을 잃은 문화마케팅들.

문화마케팅은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경영의 일환이고, 경영의 본질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다. 이미지 제고나 고객과의 친밀도 상승 등은 포장지일 뿐이다. 최근 기업들이 활발하게 추진하는 브랜드 웹툰이나 웹드라마, 얼마 전 대규모로 기획된 석촌호수 이벤트도 마케팅의 본질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다. 일단 성과 지수부터 기준이 없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하다. 왜 돈 좀 벌고 싶다고 말을 못해?

7. 문화마케팅의 발톱.

과거의 문화마케팅에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 발톱의 이름은 예술혼이다. 예술을 향한 기업의 애정이 마케팅의 성과로 이어지고, 다시 예술의 부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존재했다. 그렇게 500년 전, 피렌체에서 일어난 문예부흥운동인 르네상스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런데 기업은 더 이상 예술을 사랑하지 않는다. 언론에 기사화되는 일을 더 애정한다. 그래서 발톱은 사라졌다.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더 이상 문화를 창출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제는 예술이 나서야 할 때다. 예술이 문화마케팅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다.

나는 7년 전 중단했던 그 대업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예술혼이라는 무적의 발톱으로 무장하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감동은 진심이 만든다. 오직 진심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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