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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3일 10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3일 14시 12분 KST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

'특이한 취미를 가지가지고 있음' 내 인사기록 '기타'란 에 적힌 내용이다. 인정할 수 없지만, 승마는 특이한 취미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의 첫 질문이 '어떻게 승마를 시작하게 되었냐'이고 그다음이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할 때마다 석연치가 않았다.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내가 궁금했다.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는가?

살다 보면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일도 많다. 애써 이유를 찾아도 마땅하지가 않다.

'넌 왜 공부를 안 하니?'

'왜 허구한 날 술 먹고 다녀?'

이런 것들이다. 이럴 땐 뇌과학의 발견이 도움된다. 인간이 어떤 결정을 할 때는 좋고 싫은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변연계에서 먼저 결정을 내린단다. 그 다음에 논리와 계획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그럴듯한 논리 만들어낸다. 실제로 변연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논리적인 사고에 전혀 이상이 없지만, 의사결정에서는 실수와 미숙함을 보인다. 살던 집을 전세 놓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을 통해 집 보러온 사람 보면 이 사람이 계약을 할 건지, 아닌지 대충 안다. 들어와서 대충 휘 둘러보면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변기 내려보고, 수도꼭지 틀어보고, 베란다 창고 열어보면 계약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변연계에서는 아니라고 결정 내린 일에, 앞이마에 있는 뇌로 계약하지 않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 그냥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설명이 안 된다. 백화점에서 덥석 신상을 산 이유, 갑자기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파마한 이유? 없다. 하고 싶어서 했고, 좋아서 했다. 멋있어 보여서 한 것이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했다.

'특이한 취미를 가지가지고 있음' 내 인사기록 '기타'란 에 적힌 내용이다. 인정할 수 없지만, 승마는 특이한 취미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의 첫 질문이 '어떻게 승마를 시작하게 되었냐'이고 그다음이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할 때마다 석연치가 않았다.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내가 궁금했다.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는가?

​살아 있는 동물과 함께하는 유일한 스포츠. 올림픽에 출전하는 동물은 두 종류다. 하나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다. 승마 관련 자료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동물과 감정을 나누며 함께 즐긴다? 이게 좋은 점인가? 이왕이면 더 잘 교감하는 인간과 교감하는 스포츠를 하지 왜 하필 말과?

인간과 교감하는 스포츠, 예를 들면 스포츠댄스에 비해 뭐가 좋을까?

다음으로 나오는 설명은 스포츠라면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과 체력증진,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강화, 다이어트 효과, 심폐기능 강화, 우울증 해소, 집중력 증대, 골밀도 증가, 폐활량 증가, 전신 근육 발달, 신체 유연성 강화, 균형감각 강화 뭐 이런 것들이다. 굳이 승마를 선택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마음먹고 찾으면 승마만이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운동이 허리에 무리를 준다. 골프가 그렇고, 테니스가 그렇다. 승마는 허리통증을 줄이고, 허리 근육과 골반을 강화한다. 미국 정형외과 의사들은 디스크환자의 재활치료로 승마를 권한다. 자세교정 효과는 매우 크다. 승마하면 허리와 어깨가 펴진다. 허리를 곧추 세우기 때문에 키가 1센티 정도는 커진다. 앉을 때도 허리를 숙이는 것 보다 참선하는 스님처럼 허리를 꼿꼿이 하는 자세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장 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변비도 해소되고 장이 시원해진다. 혈액순환 효과가 있어서 피부가 몹시 고와진다. 우울증을 고쳤다는 사례도 많다. 어떤 분은 암 수술 후 잠을 자지 못해 수년간 불면증을 겪었고, 우울증으로 죽음 같은 삶을 살았단다. 그러다 승마해 보라는 이야기에 말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차에서 곪아 떨어졌단다. 승마는 불면증에 특효다. 아내도 커피 두 잔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승마한 날에는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잠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이유가 승마가 운동으로 좋다는 설명이 될까?

더 복잡한 설명도 있다. 경마를 킹 오브 스포츠(King of Sports)라고 한다. 관중 숫자에서 다른 스포츠를 압도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켄터키 더비에는 12만 명의 관중이 모인다. 재팬 더비에는 14만 명의 관중으로 송곳 꽂을 자리가 없다. 승마 또한 킹 오브 스포츠(King of Sports)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동 체력은 8가지 능력으로 구성된다.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평형감각, 순발력, 민첩성, 협응력이 그것이다. 스포츠마다 요구하는 능력과 정도가 다르다. 육상 단거리는 순발력, 민첩성을 요구한다. 이에 비해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의 역할은 크지 않다. 피겨라면 평형감각, 순발력, 유연성을 요구하지만, 근지구력의 역할은 미미하다. 골프는 순발력, 협응력이 요구되지만,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의 영향은 크지 않다. 이 8가지 운동 체력을 동시에, 거의 같은 수준으로 요구하는 스포츠, 완벽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가 승마다. 그래서 스포츠의 왕이라 부르고, 스포츠의 종착역이라 부른다.

단점은 없을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스포츠 오브 킹(Sports of King)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비싸다. 최근 '승마가 귀족스포츠라는 편견을 버리세요.'라 우기지만 승마는 귀족 스포츠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면면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의 딸 조지나 불룸버그, 미국의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딸 제시카, 구찌 모델이자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의 손녀딸 샬롯 카시라기,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손녀딸 아시나 오나시스 루셀...

옛날에는 더했다. 중세시대에 말 두 마리를 키우려면 10에이커, 우리 기준으로 12,200평, 육십 마지기 벌판에서 나는 곡식을 몽땅 먹여야 했다. 한 사람이 연간 쌀 한 가마를 먹는다는 걸 감안하면 4인 가구 60집, 240명이 먹을 양식을 말 두 마리가 해치웠다. 그러니 승마를 한다는 건, 평범한 사람에겐 꾸어서는 안 될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승마를 즐길 수 있다. 경마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하다 은퇴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적게는 2천만 원, 많게는 3억에 구입한 경주마가 몇 년간 경주마로 뛰고 난 뒤에는, 백만 원에서 5백만 원에 승마장으로 온다. 승용마 교육을 받고 우리를 태운다. 퇴역 경주마가 없었다면, 경마가 없었다면, 우리는 독일, 영국에서 수천만 원에 수입한 말을 타야 한다. 승마인들이 경마팬을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다.

승마하면 뭐가 좋은지 충분히 설명되었는가? 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승마한 게 아니다. 그런 거 따지지 않았다. 무조건 해야 했다. 승마하면 뭐가 좋으냐고 묻는 사람의 변연계에서는 자기는 승마하지 않는다고 이미 결정했다는 걸 안다. 승마하지 않을 논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승마하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한다.

​"멋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