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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0일 16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10일 16시 24분 KST

[한-중FTA] 미국보다 개방수준 낮지만 파장 클듯

한-중 FTA, 주요 내용과 경제 영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이 선언됐으나 세부 협의가 남아 있고 협정문은 확정 공개되지 않아서 국내 업종별 득실과 여파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 점유율은 각각 24.9%, 16.6%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워낙 크다. 중국과의 협정은 미국과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에 견주면 개방 수준이 낮은 편이지만 경제적 의존도와 지역적 인접성을 감안할 때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정에서 두 나라는 상품 관련 6개 챕터(장), 서비스 투자 4개 챕터, 규범·협력 6개 챕터, 총칙 5개 챕터 등 모두 22개 챕터로 협정문을 구성했다.

한-중FTA 상품 관세철폐 주요 내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먼저 상품 분야에서 두 나라는 1만2000여개 품목 가운데 90% 이상의 상품을 시장 개방 대상으로 삼아 20년에 걸쳐 5년 단위로 관세 철폐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쌀과 관련된 16개 품목을 빼고 거의 모든 상품을 전면 개방했던 점을 고려하면 개방 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은 품목 가운데 50%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발효 10년 이내에 79%까지, 20년 이내에는 92%까지 관세 철폐 대상을 넓힌다. 다만 품목 가운데 8%는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아예 양허에서 제외하거나 일정량을 수입한 뒤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나 관세 부분감축 대상으로 묶어놓기로 했다. 중국은 20%의 품목을 즉시 철폐한다. 이후 10년 이내 71%, 20년 이내 91%까지 관세 철페 대상을 확대하게 된다.

우리 쪽의 즉시 철폐 대상은 원유,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반도체 제조 장비, 의약품 등이다. 또 20년 이내로 관세 철폐를 미룬 것은 일부 자동차 부품, 화훼, 맥주, 편직제 의류 등이다. 또 쌀, 고추, 마늘, 배추 등은 아예 양허 ‘제외’ 대상으로 삼는 등 초민감 품목 거의 대부분은 농수축산물이다. 중국은 즉시 관세 철폐 대상은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플라스틱 금형 등을 넣었다. 유화 제품인 에이비에스(ABS)수지나 차량용 축전지 등은 관세 철폐를 20년 이내로 미뤘고, 석유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과 테레프탈산, 굴착기 등은 아예 양허 제외 대상으로 묶었다.

상품분야 1만2천여개 품목 중

유화 등 50%에 관세 즉시철폐

차 부품·화훼·맥주 등 20년 뒤로

개성공단 제품도 한국산 인정

통신·금융서비스 포함도 눈길

정부 “중기·미래 업종에 주력”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우리는 제조업종 개방에 공세적이고 농수산물 등 초민감 업종에서 수세적이라면 중국은 반대였다”며 “전체 농산물 1611개 가운데 초민감 품목이 581개로 36%를 차지하고 민감 품목은 27.4%로 거의 60% 이상을 보호 대상으로 묶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국내 보완대책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조업종에선 이미 중국 현지 생산을 추진한 자동차, 엘시디(LCD), 반도체 업종과 중국 내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개방에는 주력하지 않는 대신에 중소기업 업종과 이들의 미래 유망업종인 스포츠 의류, 의료기기 등 개방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한중 FTA 타결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산지 규정에서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원산지 지위를 인정하기로 합의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원산지 인정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통상당국은 한-미나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별도 위원회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협정 발효와 함께 곧바로 개성공단 상품이 협정 혜택을 받고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산지 검증 규정은 두 나라 간 협상 막판까지 부가가치기준으로 갈 것이냐, 세번변경기준(CTH)으로 갈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컸다. 결국 두 나라는 두 기준을 적절하게 융합하는 수준으로 합의했지만, 품목별 세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가공무역 비중이 큰 우리나라 현실에 관세 이외의 또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TPP-FTA대응 범국민대책위 기자회견에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손팻말 위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는 통신, 금융서비스가 들어간 부분이 눈에 띈다. 중국은 지금껏 13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를 독립적 챕터로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여타 규범과 협력 분야에서는 지식재산권, 경쟁, 투명성, 환경, 전자상거래, 경제협력 챕터가 포함됐다. 이 분야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방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미나 한-유럽연합 수준의 개방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정부 조달이 독립적 챕터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노동 분야는 아예 빠져 있는 부분 등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 법제나 정부 조달 법제가 아직 이를 충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 기존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개방도, 포괄성을 높이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겼는데 발표된 협정 내용은 과도한 산업 구조조정을 부르면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비준에 어려움이 크다는 걸 두 나라가 서로 충분히 고려한 타협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일단 빗장을 풀면 개방은 역행이 어렵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 것이고, 향후 중국이나 미국 주도 양축으로 진행되는 아·태 지역 역내 자유무역협정과 경제통합을 촉진하는 상당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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