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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5일 05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6일 09시 35분 KST

신고 2시간 30분 만에 해고당한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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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팀장의 ‘호출’이 떨어졌다. 지난 7월3일 인천 영종도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유아무개(46)씨는 저녁 6시에 시작되는 야간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팀장은 그를 보자마자 “네가 노동부에 신고했느냐”고 캐물었다.

유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일하는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를 털어놨다. “안전화는 물론 아무런 보호장비도 주지 않고 있다. 못을 밟을 수도 있고, 낙하물에 찍혀 발가락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어 안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사장 먼지를 막는 마스크도 지급해야 하는데 이조차 지키지 않는다.”

전화를 받은 고용노동청 직원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유씨의 실명을 물었다고 한다. 유씨가 “실명을 공개하느냐”고 재차 묻자, 이 공무원은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씨는 그 말을 믿었다. “(이전에) 회사에 2~3차례 얘기를 했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했다”며 회사의 위법 사항을 구체적으로 신고했다. 유씨는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현장에는 대형 건설사의 안전관리자도 나와 있었다.

전화를 끊고 2시간30분 뒤, 유씨는 팀장에게 불려갔다. 그리고 곧바로 내부고발자로 ‘지목’돼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시 현장 노동자가 100여명에 이르렀지만, 현장소장은 유씨에게 “안전화 안 줘서 신고했다는 건데, 어차피 사람 정리할 건데 잘됐다. 스스로 알아서 가는 거다. 내 밑에서 일하려면 그런 식으로 입장 곤란하게 만들어서는…”이라고 했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누리집에 글을 올려 고용노동부가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했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확인 결과 전화를 받은 직원이 신고인의 이름을 들은 적 없다고 한다. 담당 산업안전 감독관이 정보를 유출한 사실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물어봤는데 그런 일 없다고 한다’로 결론을 낸 것이다. 결국 유씨는 해고당하고 말았다.

고용노동부는 ‘내부 유출’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4일 “이른 시간 내에 해고 통보를 받아 오해할 것 같긴 한데, 담당 감독관과 직접 통화한 건설현장 관계자도 아니라고 했다.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을 추려낸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부 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내부고발로 인해 유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적지 않다. 재단이 심층 인터뷰를 한 42명 가운데 25명(60%)이 파면과 해임을 당했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계약직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제보 뒤 신분 보장 등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씨 사례를 공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내부고발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안전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고용노동부가 내부고발 노동자의 해고 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제도적인 대책을 주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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