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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3일 12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3일 20시 49분 KST

아이폰 대란에서 배운 4가지 사실

주말 사이, ‘아이폰 대란’이 빚어졌다. 애플의 아이폰6가 한국에 출시된 지 며칠 만에 10만 원짜리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보조금 대란’이라는 익숙한 풍경이 반복된 것.

잘 운영되어 왔던 단통법이 아이폰 때문에 무너졌다고 볼 수는 없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단통법의 문제점들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고 봐야 한다. ‘아이폰 대란’에서 우리가 알게 된 4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1. 단통법에도 호갱님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폰 대란으로 알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사실은, 단통법에도 불구하고 ‘호갱님’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약가입까지 해가며 서둘러 아이폰6 16기가 모델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졸지에 ‘호갱님’ 신세가 된 것.

아이폰 6 출고가가 원래 78만 원입니다. 10월 31일 정식 판매 때는 정식 보조금이 15만 원에서 20만 원, 그래서 출고가에서 이 가격을 빼게 되면, 구입가가 5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에 형성이 됐었는데요, 바로 하루 뒤인 11월 1일 기습 보조금이 40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풀렸고 결국 구입가는 20만 원에서 공짜가 됐습니다.

결국, 제값 주고 산 사람들만 이른바 호갱님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SBS 11월3일)

정부가 강조해왔던 것처럼, 단통법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차별 받는 호갱님을 없애겠다’는 부분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단통법이 점차 안착되면서 ‘이용자 차별이 줄어들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10월 31일 기자간담회) : “(올해 초) 기습적으로 100만 원에 육박하는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새벽에 400m 줄을 섰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이런 것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SBS 11월3일)

윤 차관은 "단통법 시행 초기 위축됐던 이통시장이 점차 회복하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이 합리적으로 바뀌고 이용자 차별은 줄어드는 등 애초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10월31일)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호갱님은 죽지 않고 또 돌아왔다.

2. 더 싸게 팔겠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단통법은 왜 ‘호갱님’의 부활을 막을 수 없는 걸까? 정부의 규제를 뛰어 넘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사정은 이렇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대폰 대리점들은 ‘매출이 급감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아이폰6가 출시되기 전에도 이미 자체적으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리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해야 할 만큼 사정이 절박했다는 얘기다.

단통법 시행 이후 잠잠했던 불법 보조금 영업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판매점서는 ‘단통법 무시’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합법적인 지원금(최대 34만5000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고, 암암리에 ‘현금 지급’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이른바 ‘나까마’로 불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고객을 모집한 뒤 ‘떴다방’처럼 오피스텔 등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중략)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는 예컨대 50대 미만을 팔면 대당 1만원, 50대 이상을 팔면 대당 2만원, 100대 이상을 팔면 대당 3만원 식으로 계단처럼 올라간다”며 “일단 매출을 늘린 뒤, 자신에게 돌아갈 리베이트를 희생하는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10월30일)

이번 아이폰 대란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통법이 억지로 족쇄를 채워뒀던 보조금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결국 터져 나온 것.

머니투데이가 정리한 ‘사건의 재구성’을 따라가 보자. 단통법이 무력화되는 일련의 과정이 묘사돼 있다. 도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리점, 판매 급감으로 어려움 호소 → 통신사,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 금액 인상 → 아이폰6 출시 → 삼성·LG전자 출고가 인하, 지원금 인상 → 통신3사,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며 아이폰6 장려금 인상 → 대리점, 장려금 활용해 ‘묻지마 아이폰 판매’ 속속 가담

대리점들 입장에선 일단 많이 파는 게 무조건 이득인 환경이 조성됐다. 단통법에는 ‘불법보조금’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리베이트가 70만원까지 오르면 소비자에게 40만원을 주더라도 대당 30만원 가량 남았다. 100대만 팔아도 3000만원을 번다. 최대 과태료 1000만원을 내더라도 2000만원이 남는 셈이다. 게다가 개통량이 많으면 추가적인 리베이트도 받을 수 있으니 위험을 무릅쓸만했다. (머니투데이 11월3일)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이 푹 꺼져 있었는데 아이폰6에 소비자 관심이 크다 보니 이통 3사가 유통망에 주는 리베이트를 많이 올렸다”며 “폐업 위기에 몰린 유통점들은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제 몫을 깎고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1월3일)

법을 지키다가 아예 제품을 못 팔아서 앉아서 손해를 보느니, 약간의 위험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싸게 파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다. 단통법은 이 간단한 사실 앞에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3. 보조금 상한제는 애초부터 잘못된 정책이었다

정부는 아이폰 대란이 발생하자 통신3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단통법의 핵심 중 하나는 보조금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보조금 과열경쟁’을 막고 ‘호갱님’이 발생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애초부터 실패가 예정돼 있던 정책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아이폰 대란으로 증명됐다. 왜 그럴까?

미로처럼 잔뜩 꼬여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대폰 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동하는 곳이다. 단통법의 보조금 규제는 이 원리가 작동하는 걸 가로막았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비싸지고, 공급이 몰리면 가격이 저렴해 진다. 10월 달에는 각 회사의 플래그쉽 스마트폰이 쏟아졌다. 애플의 아이폰6는 화룡점정이다. 당연히 공급이 넘쳐났다. 그럼 이제 가격이 저렴해져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단통법이 가격 하락을 막았다. 쏟아진 제품들은 유통돼야 하는데 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그러자 가장 잘 팔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폰6에 혜택이 집중됐다. (얼리어답터 11월3일)

단순히 단통법이 시장 원리에 역행해서 문제인 건 아니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는 얼마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단통법이 진단과 처방에 모두 실패했다는 데 있다.

과점 상태에서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방통위는 경쟁을 유도해서 가격을 낮추기 보다 과점 사업자들이 경쟁을 자제하도록 돕고 사실상 가격 담합을 조장해 왔다. 결국 이번 아식스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신 3사의 담합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마케팅 비용을 규제하는 걸로는 이용자 차별은 물론이고 통신사들의 폭리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졌다. (미디어오늘 11월3일)

4. 피해는 소비자 몫이었다

결국 아이폰 대란으로 피해를 본 건 누구였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꼭 한 달 만에 벌어진 '아이폰6 대란'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강경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부 판매자들이 제제를 피하기 위해 기기 회수에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11월3일)

새벽에 발품을 팔았던 소비자들마저도 '호갱님' 신세를 벗어나긴 어렵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의 지적이다.

애초에 16GB 모델이 용량이 작아 인기가 없는 모델인 데다 6만9000원 요금제를 쓰던 사람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8만9000원 요금제를 쓴다면 24개월 동안 24만원 가량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30만원 싸게 사는 대신 2년 동안 월 2만원씩을 더 내고 결과적으로 6만원 정도 혜택을 보겠지만 역시 조삼모사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에 발품을 팔았던 사람들도 역시 ‘호갱님’이 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오늘 11월3일)

단통법은 정부가 장담했던 것처럼 ‘호갱님’의 부활을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춰준 것도 아니다. 보조금 경쟁을 규제해서 요금이 내려갔나? 그것도 아니다.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목표도,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시켜주겠다던 약속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다.

단통법의 목적을 한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금을 내릴 것인가,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내릴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나 똑같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단통법이 이 세 가지를 다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신사와 소비자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터 11월2일)

한 달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한 판매점과 억눌려 있던 소비자 수요가 결합되면서 결국 법이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결국 단통법은 경쟁을 활성화하지도, 차별적 보조금을 막지도 못하고 선량한 소비자에게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11월3일)

소비자들을 위한 법이라던 단통법은 이미 실패했다. 아이폰 대란의 책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고 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단통법 이후에도 방통위와 통신사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은 달라질 게 없다. 기습적으로 편법 보조금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근본적으로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면 요금 인하 성격이 있는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할 게 아니라 요금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만 방통위가 요금제 인가를 하도록 돼 있는데 2005년 이후 미래부(방통위)가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를 반려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미디어오늘 11월3일)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비싸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 된다. 싸게 사는 사람을 막으면 이통사가 남은 돈을 비싸게 사는 사람을 위해 쓰리라는 순진한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 (얼리어답터 11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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