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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27일 16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2월 27일 22시 31분 KST

형편 어려운 형제에게 남몰래 온정 베푼 치킨집 사장 '미담'이 감동을 주고 있다 (손편지 전문)

고등학생 A군이 지난달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편지 한 통을 보내면서 알려진 미담.

MBC
치킨집 사장 미담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남몰래 베푼 선행이 알려지자, 해당 점주가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재휘씨는 26일 인스타그램으로 ”아직도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하셨을 거라 굳게 믿기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근황도 함께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저를 ‘돈쭐‘내주시겠다며 지금 폭발적으로 주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돈쭐‘은 ‘돈’과 ‘혼쭐’이 합쳐진 표현으로,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타의 귀감이 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뜻이다. 본사 대표도 ”점주님 선행에 감동받아 (해당 지점) 영업에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해드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보해주신 학생과 연락이 닿는다면, 장학금 전달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해당 일화는 고등학생 A군이 지난달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편지 한 통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A군은 1년 전 자신과 동생에게 조건 없이 치킨을 제공한 점주 박재휘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뉴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는 말이 많이 들려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편지를 보낸 계기를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 대표 인스타그램
고등학생 A군이 본사에 보낸 편지

 

형편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 대접한 사장 

A군은 1년 전, 박씨 치킨집에서 치킨을 공짜로 먹었던 사연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편지에 따르면,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A군은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어린 동생과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5000원밖에 없던 A군 형제를 받아주는 치킨집은 없었다. 그렇게 망연자실해 하며 거리를 헤매던 A군 형제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박재휘씨였다. 박씨는 가게로 들어오라고 한 뒤 ‘공짜’ 치킨을 제공했다. A군 동생은 형 몰래 해당 치킨집을 몇 차례 더 방문했고, 그때마다 박씨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는 A군 동생을 미용실에 데려가 주기도 했다. 

A군 형제는 죄송한 마음에 그 이후부터는 해당 치킨집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뉴스를 보고 용기내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듯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저도 나중에 성인이 되면, 사장님 같은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A군 편지 내용은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화제가 됐다. 관심이 이어지자 박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A군을 향해 ”편지 써준 거 다 읽어봤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부분이 오히려 더 고맙고, 힘을 많이 얻었다”며 ”네가 사는 계획도 듣고 싶고, 뭘 하고 싶어하는지도 궁금하니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군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 망원동에 살고 있는 18살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철인 7호 사장님께서 베풀어주신 잊지 못할 은혜와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도 드렸지만 계속 거절하셔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고 인터넷에 철인 7호를 검색했습니다.

비비큐나 교촌치킨 같이 전국에 여러곳이 있는 가게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라도 철인 7호 사장님께 감사 말씀 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7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심해지면서 알바하던 돈가스집에서 잘리게 되고 지금까지도 이곳저곳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미성년자인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나이를 속여 가끔 택배 상하차 일을 해서 할머니와 동생의 생활비를 벌어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힘이 들지만, 동생과 할머니와 제가 굶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동생이 제게 집에 와서는 치킨이 먹고 싶다며 울며 떼를 써서 우는 동생을 달래주려 일단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고 치킨집만 보면 저기 가자고 조르는 동생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집 근처 치킨집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5천원에 먹을 수 있냐 하니 저와 동생을 내쫓으셨습니다. 망원시장에서부터 다른 치킨집도 걸어서 들어가 봤지만 다 먹지 못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철인 7호 수제 치킨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게 되어 가게 앞에서 쭈뼛쭈뼛하는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사장님께서 포장은 안 되고 먹고 가라고 말씀하셔서 얼떨결에 자리에 앉게 되었고 메뉴 이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난리세트라는 메뉴를 저희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딱 봐도 치킨 양이 너무 많아 보여 사장님께 잘못 주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치킨 식으면 맛없다며 콜라 두병을 가져오시더니 얼른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비싼 걸 주시고 어떻게서든 돈을 내게 하려는 건 아닌지 속으로 불안했지만 행복해하며 먹는 동생을 보니 그런 생각은 잊고 맛있게 치킨을 모두 먹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계산할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고 나쁜 생각이지만 동생 손을 잡고 도망갈 생각도 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면서 맛있게 먹었어? 라고 물어보셨고 이것저것 여쭤 보시길래 잠깐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외모와 다르게 정이 많으신 분 같았고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따뜻했습니다.

치킨값은 영수증을 뽑아둘 테니 나중에 와서 계산하라고 하시며 사탕 하나씩을 주시고는 그래도 5천원이라도 내려는 저를 거절하시더니 저희 형제를 내쫓듯이 내보내시더군요. 너무 죄송해서 다음날도 찾아뵙고 계산하려 했지만, 오히려 큰소리를 내시며 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었는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 동생이 언제 사장님께 명함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저 몰래 사장님께 찾아가 치킨을 먹으러 갔다고 자랑을 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동생을 혼냈습니다. 그때도 사장님이 치킨을 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덥수룩하던 동생 머리가 깨끗해져서 돌아온 걸 보고 복지사님 다녀갔냐 물어보니까 알고 보니 치킨을 먹으러 간 동생을 보고 사장님께서 근처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까지 깎여서 집에 돌려보내신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쪽팔리기도 해서 찾아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 그렇다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이 들려 철인 7호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볼펜을 잡으니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것 같고 이상한 것 같아요. 이해 부탁 드릴게요. 다만 제가 느낀 감사한 감정이 이 편지에 잘 표현되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짜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꼭 많이 벌어서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철인 7호 홍대점 사장님 같은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