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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이상렬 감독의 사례는 이재영·이다영의 '무기한' 징계가 사실 아무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 피해자인 박철우 선수가 '가해자'의 승승장구를 보며 한 말

이다영 선수(좌), 박철우 선수(중간), 이상렬 감독(우)
이다영 선수(좌), 박철우 선수(중간), 이상렬 감독(우) ⓒ이다영 인스타그램 / KBS 캡처 / 뉴스1

‘무기한‘. 말 그대로 기한에 정함이 없다는 뜻이다. 거꾸로 풀어보면 징계 기간이 무한정 길 수도, 어느 순간 갑자기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 학창 시절 학생들을 때리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난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무기한’ 징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탐탁지 않은 이유다.

이상렬 감독
이상렬 감독 ⓒ뉴스1

이미 전례도 가까운 곳에 있다. 현재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이상렬 감독은 사실 2009년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해자다. 이상렬 감독의 가해 사실은 2009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박철우 선수(현 한국전력)가 기자회견을 통해 복부와 얼굴의 상처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2009년 박철우 선수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2009년 박철우 선수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KBS 캡처

‘능력 있는’ 가해자에 대한 동정의 시선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선수가 기절하고 고막이 나갈 정도로 때려 이 감독은 당시 비판 여론 속에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2년 만에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이후에는 징계가 완전히 풀려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을 시작으로 지난해 KB손해보험 감독에 임명됐다. 무기한 징계를 받을 당시에도 배구계 안에서는 능력 있고 장래가 유망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 감독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 많았고, 결국 시간이 흘러 가해 사실은 잊혀지고 이 감독은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상렬 감독은 제대로 반성하긴 한 걸까. 그는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쌍둥이 자매 사건에 대해 ”지금 당장 누가 나를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 인과응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인터뷰를 접한 피해자 박철우 선수는 자신의 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박철우 선수 
박철우 선수  ⓒKBS 캡처

뒤이어, 박철우 선수는 공개 인터뷰를 통해 ”(이 감독으로부터) 일대일로 만나서 사과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자신의 잘못을 좋은 말로 포장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철우 선수는 ”(사건 후 이 감독이) 지나가면서 악수를 청할 때가 있었는데, 그 순간도 너무 힘들었다”며 과거의 피해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음을 밝힌 뒤 ”그분을 선임한 구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스포츠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고, 깨끗한 스포츠가 되길 정말 간절히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배구계 고위 인사들이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피해자의 간절한 목소리다.

곽상아: sanga.kwa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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