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설 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 방영한 SBS는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마지막 연인 짐 허튼의 키스신을 삭제했다

이게 뭐라고 삭제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20세기폭스

SBS가 설 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편성하며 쏠쏠하게 재미를 봤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전설적 밴드 퀸의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 그의 성적 지향을 묘사한 대목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한 탓이다.

SBS는 13일 오후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했다. 다음날인 14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영화가 올린 시청률은 6.3%(이하 전국, 3부 기준)다. 13일까지 각 방송사에서 틀었던 설 특선 영화 가운데 압도적 1위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국내 인기가 낯설거나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2018년 개봉 당시 10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동원했으며, 같은 해 MBC가 특집 편성한 ‘지상 최대의 콘서트-라이브 에이드‘가 심야시간에도 시청률 4.1%를 기록하기도 했다. SBS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설 특선 영화로 편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SBS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가 선사한 음악과 무대의 감동만 취한 채 자칫 불편해 질 수 있는,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역사를 멋대로 가위질했다. 이날 방송사는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와 그의 마지막 연인 짐 허튼(아론 맥쿠스커)의 키스신을 삭제했다. 그 밖에도 또 하나의 프레디 머큐리 키스신을 날렸고, 또 다른 남성 배우들이 입을 맞추는 장면에는 모자이크를 씌웠다.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 지향과 주변 환경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목임에도 SBS는 이 같은 편집본을 내놨다. 물론 명절 등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들에 어느 정도 편집이 가해진다는 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SBS의 ‘보헤미안 랩소디’ 편집은 키스신을 담배 같은 유해물질과 동일 선상에 뒀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SBS 관계자는 14일 경향신문에 “지상파 방송국에서 저녁 시간대에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는 설 특선 영화라는 점을 진중하게 고려한 편집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며 “지상파 채널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로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동성애 콘텐츠 관련 SBS의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2010년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며 개신교 단체 등의 모진 탄압을 받았다. 당시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은 조선일보에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자들의 항의가 두려워 영화 주인공이 마지막 연인과 키스하는 장면을 자를 정도였으면 SBS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틀어선 안됐다.

시도때도 없이 키스를 ‘갈겨’ 시청자들의 원성 아닌 원성을 샀던 ‘펜트하우스‘로 2020년을 ‘씹어 먹었던’ SBS의 이중적 태도가 아쉬운 이유다. ‘키스신‘은 ‘키스신‘이지 ‘동성 키스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설 특선영화 #동성애 #보헤미안 랩소디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