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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3일 08시 02분 KST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 유발한다는 증거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자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오열했다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판결”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 결과 관련 기자회견 중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무죄가 나왔다는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 측에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피해자를 위해 돌아봐 줘야 될 사람들이 피해자를 쓰레기 취급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낸 재판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환경부와 가습기살균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도 ‘진상 규명이 다 돼서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간사는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판결”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있고 사망자까지 있는데 동물실험이나 다른 근거로 유해성을 입증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원 판결을 보러 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심장이 멎을 것 같다”며 ”제 몸에서 일어난 일이 다 증거인데,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나 가해 기업, 그리고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옥시는 잘못이고 성분이 다른 애경과 SK는 무죄라니 말이 되냐”며 “절대로 여기에서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아내와 장모를 잃은 송기진씨도 ”지금까지 정부가 다 인정했던 건 가식이냐”며 분노했다. 송씨는 ”그들 때문에 우리 장모님과 와이프가 저 세상 갔다”며 ”어떻게 이게 무죄냐. 진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CMIT·MIT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생 혹은 악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런 이상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상해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