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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에 69.4%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2019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조사결과다

의학적으로 극복 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매장당하는 에이즈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로 정하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다양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등 시즌을 적극 활용하여 기업, 정부와 협력해 전 세계 에이즈 사망자를 애도하고,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강조하는 것이 주요 사안이다.

2017년 12월 1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애플스토어의 애플 로고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세계 에이즈의 날 캠페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전시되었으며,  매년 애플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지원하고 이에 따라 실제와 가상 애플 스토어를 장식해왔다.
2017년 12월 1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애플스토어의 애플 로고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세계 에이즈의 날 캠페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전시되었으며,  매년 애플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지원하고 이에 따라 실제와 가상 애플 스토어를 장식해왔다. ⓒChesnot via Getty Images
2015년 12월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모습.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하는 빨간색 리본을 걸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부터 12월 1일에 기념되어 왔으며, HIV 감염의 확산으로 인한 에이즈의 대유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12월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모습.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하는 빨간색 리본을 걸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부터 12월 1일에 기념되어 왔으며, HIV 감염의 확산으로 인한 에이즈의 대유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특히 2020년, 올해 세계 에이즈의 날은 ’세계적 연대, 공동의 책임(Global Solidarity, Shared Responsibility)’을 주제로 정하고 전 세계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HIV/AIDS 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이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으로 구분짓지 않고, 특정 국가와 지역의 문제로 터부시하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만해도 첫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 1985년 이래 3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HIV/AIDS 종식을 위해서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편견과 낙인으로 감염인을 고립시키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0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건강검진 과정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이 확인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퇴직하게 된 전직 구급대원 A씨와 도소방재난본부 간의 법정 공방이 빚어진 사건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HIV에 감염되어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경우 B형간염이나 C형간염 보다도 전염률이 낮으며, 질병으로 인해 무조건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해석과 함께 복직을 권고했지만, 도소방재난본부는 구급대원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특수직이라는 점과 도민의 전염 위험을 막기 위해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밥 같이 먹으면 에이즈 전염? 같은 직장 다니면 해고되어야?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여전히 심각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HIV/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즈에 대한 지식 수준을 살펴본 결과, 포옹, 악수 등 가벼운 접촉으로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지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키스, 식사, 변기사용 등 좀 더 긴밀한 접촉으로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즉 일상생활로는 에이즈에 감염이 되지 않음을 알고는 있으나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본 에이즈
전자 현미경으로 본 에이즈 ⓒCallista Images via Getty Images

 2019년 에이즈에 대한 개인적 낙인(개개인 스스로가 감염인을 차별하는 정도) 인식 조사에서는 ‘나는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직장에 다닐 경우, 회사에서 그 감염인을 해고시키길 원한다’,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39.1%, ‘나는 자녀가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해당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는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 의 질문에 각각 45.1%, 52,4%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RUNSTUDIO via Getty Images

반면, 사회적 낙인(사회 또는 타인이 감염인을 차별하는 정도) 인식 조사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은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직장에 다닐 경우, 회사에서 그 감염인을 해고시키길 원한다’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50.8%, ‘대부분 사람들은 자녀가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해당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의 질문에 각각 59.4%, 69.4%라고 응답했다.

나라면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에 약 50%가 손을 들었지만, 대부분 사람들, 나를 제외한 일반 사회에서는 30%의 사람만이 식사를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이즈를 생각하는 개인적인 성숙도가 비록 올라갔을 지언정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편견이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는 감소 추세지만, 대한민국은 증가세

신분노출, 양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검진 기피가 원인

국제연합 산하의 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HIV 감염자 수는 약 120만명~22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2010년 이후 신규 감염자 수가 약 23% 감소된 결과다.

2003년 9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렀던 'HIV/AIDS' 관련 총회 모습. UNAIDS의 보고에 따르면, 밀레니엄 서밋에서 설정한 목표들은 대부분 국가들이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 목표들 중 하나는 2005년까지 3백만 명의 HIV 양성자들을 에이즈 약으로 치료하게 하고 2015년까지 이 질병을 멈추게 하고 역전시키는 것이었다.
2003년 9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렀던 'HIV/AIDS' 관련 총회 모습. UNAIDS의 보고에 따르면, 밀레니엄 서밋에서 설정한 목표들은 대부분 국가들이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 목표들 중 하나는 2005년까지 3백만 명의 HIV 양성자들을 에이즈 약으로 치료하게 하고 2015년까지 이 질병을 멈추게 하고 역전시키는 것이었다. ⓒMario Tama via Getty Images
2016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에이즈(AIDS) 종식 특별정상 회의를 열었던 모습.
2016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에이즈(AIDS) 종식 특별정상 회의를 열었던 모습. ⓒPacific Press via Getty Images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1천 명 가량의 신규 HIV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2019년 한 해 HIV 국내 신규 감염인은 1,222명을 기록, HIV 국내 누적 감염인은 1만 3천명을 넘어섰다.

HIV 감염인 S씨는 “HIV 검사과정은 대상자에겐 공포 그 자체”라며, ”신분이 노출되는 즉시 주변인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검사 결과가 양성일 경우엔 내가 속한 사회에서 매장당할 것이라는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HIV 조기 검사가 활성화 될 수 있으려면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HIV/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검사와 치료과정에서의 부담을 크게 가중시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2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아 ‘HIV/AIDS 감염인 인권보호를 위한 의료기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조차 검사와 상담, 치료과정에서 충분한 이해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내용과 관계 없는 사진
내용과 관계 없는 사진 ⓒVirojt Changyencham via Getty Images

한편, 우리나라는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HIV/AIDS 무료 익명검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 검진 외에는 보건소의 시민 대상 보건의료서비스가 잠정 중단되면서, 검사 접근성 역시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가 미비하게 이루어진다면 신규 감염자의 발견은 늦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조기의 효과적 치료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조기 진단 후 초기 치료를 통해 평생 관리 가능

예방 위해선 콘돔과 노출 전 예방요법 활용

HIV/AIDS 감염여부는 증상만으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조기 진단과 치료는 HIV 감염인의 건강유지, 증진과 타인에 대한 전파 예방 모두에 효과적이다. 조기에 치료를 하면 면역기능 저하와 관련된 합병증 뿐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합병증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꾸준한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바이러스가 잘 억제되면 타인에 HIV를 전파할 위험도 거의 없다.

올바른 콘돔 사용이 에이즈의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올바른 콘돔 사용이 에이즈의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CatLane via Getty Images

에이즈는 주로 위험한 성접촉(상대방의 감염여부를 모르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등)에 의해 발생하므로 올바른 콘돔사용법을 통해 HIV/AIDS를 예방할 수 있으며, 고정적인 파트너와 안전한 성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한, 국내에서도 HIV에 감염되지 않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 약으로 개발된 노출 전 예방요법이 도입되었다. 약을 매일 복용하며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고, 정기적 상담을 지속한다면 감염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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