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조 바이든의 대북정책 : 트럼프처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담판'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도 다를 것이다.

  • 허완
  • 입력 2020.11.01 16:00
  • 수정 2020.11.01 16:02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대북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대북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ASSOCIATED PRESS

현재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 오바마는 외교를 중시한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란 핵협상을 이끌었고, 60여년 만에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 했으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을 처지가 못 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017년 보고서에서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문정인 교수는 2016년 시사IN 기고문에서 오바마 정부가 ”어중간한 ‘전략적 인내’라는 무정책의 정책”을 폈다고 혹평했다.

‘바이든 정부’는 어떨까?

(자료사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2019년 2월28일.
(자료사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2019년 2월28일. ⓒASSOCIATED PRESS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담판’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면서 즉흥적인 ‘한방의 협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개인적 친분보다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즉흥적인 담판 협상보다는 체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바이든의 외교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동맹 관계 회복‘이다.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과의 관계는 물론, 한국이나 일본 같은 주요 동맹국들을 ‘비즈니스 파트너’쯤으로 여겼던 트럼프 대통령의 ‘경로이탈’을 수정하겠다는 얘기다.

한국을 북미 정상 간 협상을 위한 보조자 정도로만 여겼던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이긴 하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후보가 연설 도중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더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10월18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후보가 연설 도중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더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10월18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바이든의 대북정책 : 트럼프가 한 것만 다 빼고 (Anything But Trump)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모든 정책에서 전임자 오바마 대통령과 정반대의 노선을 밟았다. 오바마 정부가 남긴 것들은 국내, 국외는 물론 모든 분야제도, 정책, 협정을 가릴 것 없이 모조리 하나씩 폐기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이든도 적어도 대북정책만큼은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구상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 뉴욕타임스(NYT)의 외교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든은 정상 간 ‘케미’에 집중했던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했던 중국도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외면했던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답변 내용을 전부 옮기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 정부의 북한 접근법은 김정은과의 사진촬영용 이벤트를 추진하고, 경제적 (제재의) 부담을 축소하고,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에 의존했다. 그러나 미국이 돌려받은 것은 거의 없다. 실제로는 북한은 핵무기 연료 생산을 계속해왔고, 핵무기들과 미사일 역량을 증대시켰다. 트럼프의 접근법 이후 3년이 지난 뒤, 북한의 무기들은 더 강력해졌고, 기동성은 높아졌으며, 더 정밀하고 더 위험해졌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더욱 도전적이고 대담해졌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전 세계 그 어느 곳이든 타격할 역량을 증대시킨 가운데 우리는 트럼프의 트윗이나 위협들에 우리의 안전을 맡겨둘 수 없다. 나는 북한의 핵 확산이 악당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동맹들 및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다. 올바른 제재 부과 및 제재 원칙을 설정하고,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경로를 계속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에게 핵 없는 미래의 대안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신뢰할 만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나는 일본, 한국과의 핵심적인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나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동참을 요청할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우리 스스로와 동맹들을 방어할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계속해서 취해나갈 것이다.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지만, 그것은 트럼프처럼 허영된 프로젝트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진전시킬 실질적인 전략의 일환으로서 이뤄질 것이다.

(자료사진) 2016년 12월16일 - 의료기기 승인 절차 속도를 높이고 의료 분야 연구 예산을 늘리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률 서명식에서 이 법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6년 12월16일 - 의료기기 승인 절차 속도를 높이고 의료 분야 연구 예산을 늘리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률 서명식에서 이 법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시즌2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칭하는 ‘전략적 인내‘는 흔히 ‘허송세월’의 다른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외교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고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전략적 인내’ 시즌2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바이든의 핵심 외교안보 측근은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르지만, 오바마와도 다르다는 것.

바이든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누구도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쓰는 걸 들은 바 없다. 내가 아는 한 정책 지침이 전혀 아니다.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고, 세계는 4년이 지난 지금 달라졌다. 북핵 프로그램은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넘어갔고, 우린 바이든이 넘겨받을 상황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17년 1월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또 바이든의 비핵화 접근법이 ”(트럼프 정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바이든은 북한 이슈가 꽤 복잡하다는 것을 안다. 그다지 중대하거나 새롭지 않은 합의를 내놓는 두어번의 정상회담으로 풀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2015년 7월14일 -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긴 협상 끝에 이란 핵합의가 타결됐다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5년 7월14일 -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긴 협상 끝에 이란 핵합의가 타결됐다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이란 핵합의 복원과 북한 비핵화 협상의 관계

바이든은 워싱턴포스트(WP)의 질의에 답하면서 직접 주목할 만한 단서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우선 ”세 번의 TV 방송용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으로부터 단 하나의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절하 했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하나도 파괴된 게 없고, 현장에 파견된 (국제사회의) 감찰관은 단 한 명도 없다. 상황은 악화됐을 뿐이다.”

이어 바이든은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을 포함해 군축협정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약속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인” 이란 핵합의 복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이란 핵합의는 오바마 정부가 가장 큰 정성을 기울였던 외교정책 중 하나였다. 단계적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차단해 안보 위험을 제거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해제해 이란이 국제 경제에 편입시키자는 게 핵심이다.

바이든은 이란 핵합의가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답변은 취임 이후 우선 이란 핵합의를 복원한 다음, 북한과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단계적 협정 체결에 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이 나머지 유엔 안전보장이사국(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들과 독일을 참여시켜 만들어낸 공동 성과물이기도 하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맹 및 관련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바이든의 기조와 맥이 닿는다.

다만 이처럼 북한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북한 #김정은 #2020 미국 대선 #조 바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