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사람들은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 일부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6000여명이 거주하는 미국 미주리주 북부의 한 마을에 사는 빈센트 해리스(54)씨는 자신이 이 지역에서 가장 목소리 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해군 참전용사인 그는 스스로를 ”개탄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른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저격‘하면서 쓴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해리스씨는 소셜미디어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정신을 열렬히 옹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켜세우곤 하는 훌륭한 ‘키보드 워리어’로 활약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그의 확고한 지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나는 언론이 언론답지 않게 그(트럼프)를 가혹하게 대한다고 생각했었다.” 해리스씨가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과학에 대한 무시”는 터닝포인트로 다가왔다.

트럼프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최고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말과 배치되는 말을 늘어놓고, 바이러스의 위협을 일축하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퍼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해리스씨는 점점 좌절하고 낙담하게 됐다.

″언론의 공격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들이 매우 공정하고, 정확하고,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정말로 위험한 모순적 발언들을 짚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공화당을 지지해왔다는 그가 말했다.

고령층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해리스씨를 비롯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고령층 유권자들 중 일부는 이번 대선에서 예전과 같은 확고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변화다.

하버드대가 모집한 6만4000여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45-64세 유권자들 사이에서 클린턴보다 4%p 높은 지지를 얻었다. 65세 이상에서는 트럼프가 무려 13%p차로 클린턴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통계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5세 이상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거의 비슷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도 바이든은 고령층, 특히 65세 이상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더 많은 유권자들을 바이든에게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다수는 계속해서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선거가 접전으로 전개된다면 소규모일지라도 지지층의 이탈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게 돈의 문제라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사람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앞서 허프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5-64세 유권자들 중 45%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54%였다. 65세 이상에서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로 높아졌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표를 줬던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견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 중 그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무려 85%에 달했다.

조지아주 배로 카운티에 거주하는 멜로디 파킨(69)씨는 ’12%’에 속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모든 게 돈의 문제라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사람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파킨씨가 말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내 딸은 늘 자기 목숨을 걸고 일한다. 내 딸도 그렇게 하는데 왜 그는 프로페셔널하게 자기의 일을 다하지 못하는 건가?”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멜로디 파킨씨는 트럼프가 사업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트럼프를 찍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그는 트럼프의 판단력에 의문을 품게 됐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멜로디 파킨씨는 트럼프가 사업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트럼프를 찍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그는 트럼프의 판단력에 의문을 품게 됐다. ⓒDustin Chambers for HuffPost

 

파킨씨는 자신이 오랫동안 공화당을 강력히 지지해왔다며 처음에는 트럼프가 사업가여서 끌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사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잠재적 위협을 깎아내린 트럼프의 발언, 진단검사도 부족하고 병원들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경제활동 재개를 밀어붙인 트럼프의 행적을 보면서 파킨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검사하고, 검사하고, 검사하라. 일찍부터 그렇게 했더라면 이처럼 막대한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다.” 파킨씨가 말했다.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내 딸이 마스크를 재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그는 모두가 (개인보호장비를) 갖고 있다고 입을 놀려댔다.” 그가 덧붙였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

파킨씨는 바이든보다는 (지난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하차했던) 버니 샌더스에게 표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를 제외하고 그게 누가 됐건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배우 숀 펜이어도 상관 없다고 한다.)

 

의문을 품기 시작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해리엇 수처(61)씨도 파킨씨와 같은 이유에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다. 트럼프가 사업가의 감각을 가졌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살균제 주입을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언급한 일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간단한 과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덜 똑똑한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처씨가 말했다. ”그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우리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이 바이러스는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이번 11월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바이든에게 표를 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많은 나이가 걱정스럽다고, 수처씨는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서부에 거주하는 스테파니 리버스(51)씨 같은 이들에게 누구를 찍을 것인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그는 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적 충격으로 일자리를 잃은 약 4000만명의 미국인 중 하나다.

″나는 우리 대통령이 우리를 이끌어주고,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들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서 리더십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 그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에 번갈아 표를 줘왔다는 리버스씨가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양에 있어서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더 나은 공약을 제시했다고 봤기 때문에 2016년에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완전한 대응 실패,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언론을 맹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지지를 철회했다. 제3 정당의 후보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 한, 그는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을 것 같다고 했다.

허프포스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던 다른 유권자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과학을 무시한 것을 올해 대선에서 그를 찍지 않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물론 트럼프가 정부 과학자들의 말을 무시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트럼프는 미국의 환경 정책을 완전히 와해시켰다. 국제사회와 맺은 기후협약에서 탈퇴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긴 정부 과학자들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사장시켰다. 

내가 목격하고 있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습이 숭배적인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과학에 대한 무시가 가장 큰 우려사항이었다면, 왜 더 일찍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해리스씨는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측이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이것이 트럼프의 대선 공약 달성을 어렵게 만든 것에 극도로 분노했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트럼프의 잘못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코로나19는 지구온난화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은 훨씬 더 쉽게 제쳐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빈센트 해리스씨는 민주당 조 바이든을 찍을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면서도 자신은 더 이상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빈센트 해리스씨는 민주당 조 바이든을 찍을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면서도 자신은 더 이상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Jill Toyoshiba for HuffPost

 

파킨씨는 트럼프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정치적 자해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해리스씨는 트럼프를 찍었던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등을 돌릴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씨는 자신이 많은 지인들을 트럼프 쪽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도 그 지인들은 그를 따라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40년지기 친구들은 제정신이냐고 물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에 나에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숭배하느냐고 물었더라면 나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답했을 거다.” 해리스씨가 말했다. ”지금 똑같이 묻는다면, 나는 내가 목격하고 있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습은 숭배적인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할 것이다.”

허프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트럼프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고 본다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메일들도 받았다. 그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유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와 감세 정책 등 때문에 계속해서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도 있었다.

파킨씨나 해리스씨 모두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표를 줄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한 때는 미국에 활기 넘치는 변화를 가져다줄 인물이라고 믿었던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양반은 이 팬데믹의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염병 전문가들의 말을 반박하고 앉아있다.” 해리스씨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저명한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언급하며 말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과학을 거부하는 대통령 대신 과학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을 선택할 거다.” 해리스씨가 덧붙였다. ”그 사람이 민주당 소속이더라도 말이다. 그게 설령 바이든을 찍어야 한다는 뜻이더라도 말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hey Were Fervent Trump Supporters. Then Coronavirus Hi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19 #도널드 트럼프 #2020 미국 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