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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간 단축? 무관중 중립 경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리그 재개를 간절히 원한다

코로나19로 3월 중순부터 중단된 EPL 이번 시즌 일정을 재개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5.06 18:12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9/20 시즌 일정이 중단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남은 일정을 언제,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9/20 시즌 일정이 중단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남은 일정을 언제,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ASSOCIATED PRESS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시즌 재개를 위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다소 파격적인 이 주장은 EPL이 얼마나 다급하고 간절하게 시즌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잉글랜드 축구선수 노조인 프로축구선수협회(PFA) 회장 고든 테일러가 5일(현지시각) BBC 라디오4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제안들이 나왔는지, 어떤 아이디어들이 나왔는지 알고 있다. 교체선수를 늘리자는 얘기도 나왔고, 전후반 각각 45분이 채 안 되게 하자는 얘기도 나왔고, 중립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자는 얘기도 나왔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선수들은 이미 비시즌을 한 번 보낸 것과 다름 없는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그동안 자택에 머무느라 정상적인 훈련도 하지 못했다. 경기에 뛸 몸이 아니다.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당분간은 소그룹 훈련만 해야 한다. 만약 리그가 재개된다면 경기 일정은 꽤 빡빡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교체 선수 확대를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그런 ‘비정상적‘인 경기 결과를 과연 인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이미 소화한 전체 일정의 3분의 2에 달하는 경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기가 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건 무관중 경기나 ‘중립 경기’에도 해당되는 반론이다.)

리버풀의 홈 경기장 앤필드. 리버풀은 남은 9경기에서 2경기만 더 이기면 자력으로 30년 만의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리버풀의 홈 경기장 앤필드. 리버풀은 남은 9경기에서 2경기만 더 이기면 자력으로 30년 만의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시즌이 중단된 지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가지만 남은 92경기가 언제, 어떻게 치러질지 결정된 건 아직 없다. 20개 팀 모두가 어떻게든 2019/20 시즌의 남은 일정을 끝까지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리그를 재개할 수 있을지조차 아직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20개 구단들은 화상 회의를 열어 리그 재개 방안을 논의해왔다. ‘프로젝트 리스타트(Project Restart)’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계획에는 다양한 얘기가 오고갔다.  

우선 관중 없이 홈팀이나 원정팀의 경기장이 아닌 제 3의 ‘중립 경기장’에서 남은 경기를 치르는 방안이 거론됐다. 경기 전 선수와 코칭 스태프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 경우에는 약 4만개의 코로나19 검사키트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단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건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의 ‘이해관계’는 현재 리그 순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아스톤빌라의 홈 경기장 빌라파크. 현재 승점 25점으로 강등권인 19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스톤빌라는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다. 남은 한 경기를 이겼다고 가정하면 아스톤빌라는 16위로 올라서고 왓포드와 본머스, 노리치가 나란히 강등권을 차지하게 된다.
아스톤빌라의 홈 경기장 빌라파크. 현재 승점 25점으로 강등권인 19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스톤빌라는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다. 남은 한 경기를 이겼다고 가정하면 아스톤빌라는 16위로 올라서고 왓포드와 본머스, 노리치가 나란히 강등권을 차지하게 된다. ⓒNick Potts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일례로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여있는 하위 3개 팀은 이번 시즌을 무효로 선언하거나 강등이 한 시즌 유예되기를 원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반면 순위표상 바로 그 위(15위~17위)에 있는 3개 팀은 현재 순위를 확정한 채 시즌을 종료하는 쪽을 선호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2부리그로 강등되는 구단은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최대 수입원인 TV 중계권 수익 배분금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1부 리그 수준의 고액 주급 계약을 맺은 핵심 선수들을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상위권 팀들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리버풀은 30년 만의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고, 막대한 수입이 걸려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위한 4위 싸움도 치열하다. 4위 첼시부터 9위 아스날까지 여섯 팀의 승점차는 8점에 불과하다. 

EPL은 11일에 20개 구단들과 다시 회의를 열 계획이다. 5일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선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프리미어리그 재개를 위해 관련 기관들과 ”건설적인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훈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리그 재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리그 재개가 ”이 나라의 분위기를 띄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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