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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25일 11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3월 25일 11시 59분 KST

[어쩌다보니 편집장] 조주빈이 만든 텔레그렘 '박사방' 입장 방식이 보여주는 진실

운영자만이 아니라 참여자도 적발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준 진실

뉴스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일명 ‘박사’로 불리는 조주빈이 검거된 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묘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연히’ 그 방에 들어간 것도 범죄가 되는가, 실수로 그 방에 비트코인을 보낸 건 어떻게 되는 건가. 이에 대해 경찰은 단호하게 답했다. ”우연히 들어가는 건 말이 안된다.” 텔레그램 ‘n번방‘이나 ‘박사방’은 초대를 받거나, 접속 링크를 가져야만 입장할 수 있다. 실수로 그곳에 비트코인을 보냈다면? ”비트코인 주소 공간은 160비트인데, 실수로 비트코인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n번방 지갑에 입금했을 확률은 ‘1/1461501637330902918203684832716283019655932542976’ 란 계산도 나왔다.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가상화폐 거래업체들은 이 기록들이 모두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텔레그램방의 입장 방식은 돈을 입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3월 23일, ‘머니투데이’가 경찰의 수사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주빈은 유료 회원들에게도 신상정보를 요구했다. 먼저 가상화폐를 선입금하게 한 후,  신분증을 요구했다. 신분증도 그냥 받은 게 아니다. 다른 이의 신분증을 도용할 가능성까지 생각해 해당 회원이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내게 했다. 신분증 인증 없이 입장할 수 있는 텔레그램방도 있었지만, 조주빈은 그곳에서도 신분증을 요구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원으로 둔 주민센터 공익근무요원에게 시켜 해당 회원이 건넨 신상정보의 진위여부까지 확인했다. 조주빈은 신분증 인증을 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성착취 영상을 보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사람들 

 ‘박사방‘의 입장방식은 이 방에 들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를 보여준다. 먼저 입장료가 거금이다. 150만원만 거금이 아니라, 20만원도 누군가에게는 거금이다. ‘스브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서 150만원 짜리 방에 입장한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이용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 신분증 인증이 추가된다. 이때부터는 그들도 조주빈과 함께 범죄에 동참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데도, 그것마저 감수한 것이다.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 모든 걸 감수했는가는 알 바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질 만큼 강했던 그들의 ‘의지’다.

지금 그 정도의 ‘의지‘로 범죄에 동참했던 사람이 많게는 수십만 명, 적게는 수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사방의 입장시스템은 이 사회에서 여성을 착취하는 영상을 보려는 남성이 그만큼 많다는 걸 알려주었고, 그들이 동시에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인지 알려주었다. 성 착취 영상을 보기 위해 모든 걸 던져버린 사람이 텔레그램 밖에서 어떤 짓을 하지 못할까. 운영자 뿐만 아니라 참여자를 찾아내 적발하고, 사회에서 격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의지’에 있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은 “현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환경 따위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 또는 그러할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을 뜻하는데, 박사방에 참여한 사람은 이미 범죄를 저지를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잠재적 2차 범죄자‘다. 무엇보다 그만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또 다른 ‘박사‘, 새로운 ‘갓갓‘, 잠재적 ‘와치맨’이 나오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치인, 검찰, 경찰이 그들보다 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