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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먼저 겪은 이탈리아인들의 호소 : '우리 같은 실수 저지르지 말라'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보다 10일쯤 먼저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허완
  • 입력 2020.03.19 17:46
  • 수정 2020.03.19 17:48
손수 만든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공지한 한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로세토, 이탈리아. 2020년 3월17일.
손수 만든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공지한 한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로세토, 이탈리아. 2020년 3월17일. ⓒJennifer Lorenzini / Reuters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는 바이러스 확산 추세나 규모 면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보다 일주일쯤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에 내려진 이동금지령에 따라 주로 자택에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는 걸 전 세계가 알아야 합니다.” 39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이탈리아인 블로거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자신은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도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살고 있고, 모친과 나머지 식구 절반은 스페인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을 겪지 않도록 여러분들에게 경고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을 게 거의 확실”하지만 “3주 전쯤 공식적으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부가 북부 지역에 ‘레드존’을 선포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머지 지역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언론들은 ”이 바이러스는 고령층과 면역결핍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우리 모두, 또는 거의 모두는 위험을 무시했습니다.” 

그는 그 때도 상당수 전문가들이 ”며칠 내”로 벌어질 사태를 경고하긴 했지만, ”우리들로서는 그저 조금 더 위험한 독감일 뿐 걱정할 건 없을 거라고 믿는 게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곧 ”급격하게” 악화돼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 의료 인력이 모두 턱없이 부족해질 지경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밀라노에서 예전 같으면 8분 만에 구급차가 왔다면 지금은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 의사들은 누구를 치료하고 누구를 치료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상태고요.”

그는 4월초까지 자택에 머무르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진 가운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분들도 준비해야 하고, 지금부터 당장 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자제해야 합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올모 파렌티씨는 다른 이탈리아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거의 조롱하다시피 했었다고 털어놨다.

불과 며칠 만에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 그는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우리처럼 코로나19 확산을 가볍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그가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에 한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짧은 영상을 제작했다. ‘미래에서 온 편지’를 컨셉으로 삼은 이 영상의 제목은 ’10일’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이게 당신이 생각하는처럼 전부 헛소리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파렌티씨는 ”실수의 좋은 점은 다른 사람들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우시기를, 그리고 이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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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