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텔레그램 n번방'의 핵심 가해자 '박사'가 피해자 스스로 영상을 찍게 만든 수법

사건 로(law)그인 | case #01. 텔레그램 n번방

  • 이소정
  • 입력 2020.03.18 18:16
  • 수정 2020.04.17 14:48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법률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습니다. 법적인 지식과 정보량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합니다. 법의 허점을 노리거나 편법을 쓰려는 이들을 위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약자들을 위해 법과 제도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콘텐츠는 부족합니다. 허프포스트는 김보람 변호사(법무법인 평원)와 함께 이슈가 되는 사건을 살펴보고, 삶에 도움이 되는 법적인 가이드를 주고자 합니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처음 보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었다. ‘텔레그램은 애플리케이션인데 도대체 n번방은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검색창에 n번방을 검색했고, 제일 상단에는 n번방의 피해자였다는 사람의 고백 글이 노출됐다.

텔레그램에 여성들을 협박해 음란물을 유포시킨 방들이 있었고, 자신도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피해 당시 자신은 일탈계를 운영했던 고등학생이었고,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다. 텔레그램 속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었다.

 

n번방의 존재는 11월 25일 한겨레의 기사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만 수십 명. 그중 미성년자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수십 명의 피해자가 무기력하게 당했던 걸까? 사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텔레그램 성착취 생태계의 중심에 있던 네임드 유저 ‘갓갓‘과 ‘박사’란 이름을 먼저 짚고 가야 한다.

 

n번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유저 '갓갓'
n번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유저 '갓갓' ⓒhuffpost korea

 

갓갓은 최초로 n번방을 만든이로 알려졌다.

그는 일탈계 유저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했다. 참고로, 일탈계는 자신의 성기나 나체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리는 계정을 의미한다. 갓갓은 경찰로 사칭해 일탈계 유저들에게 접근하는데, ‘음란물 유포죄’로 신고가 접수됐으니 개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나 ‘경찰 사칭’ 메시지는 미성년자 일탈계 유저들에게 더욱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갓갓은 이렇게 빼낸 개인정보를 빌미로 일탈계 유저를 협박했다.

한편, 탤레그램 내 성 착취 영상 생태계를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이가 있다. 박사란 인물이다. 박사는 SNS에 고액알바를 미끼로 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을 유인하는데, 먼저 아르바이트비 지급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얻어낸다. 그 후에 ‘아르바이트비를 줘야 하니’ 엽기적인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왜 박사는 굳이 알바비 지급을 이유로 여성들에게 스스로 음란물을 찍어 보내라고 했을까?

 

김보람 변호사는 2016년 대법원판결을 주목했다. 이 판결은 촬영 당시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당시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그 신체를 촬영한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까지 포함하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다”고 판시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에 법령이 개정됐다. 여성이 스스로 찍었다고 해도 의사에 반해 반포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박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비밀방에 업로드 했는데, 비밀방에 입장할 수 있는 링크를 암호화폐를 받고 팔았다. 입장료는 최소 25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에 달했다. 박사가 벌어들인 돈만 수억 원에 이른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피해자의 영상들은 ‘복사방’이나 ‘대피소’와 같은 다른 방으로 퍼졌고, 성 착취의 생태계는 아직도 무너지지 않았다.

 

비밀방 입장료로 쓰인 암호화폐
비밀방 입장료로 쓰인 암호화폐 ⓒhuffpost korea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 촬영, 유포, 성희롱, 온라인 그루밍 등 다양한 피해 양상을 띠고 있다. 그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유포’ 피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발간한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상담 통계’에 따르면, 접수된 상담 건수 중 기타를 제외하고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 피해가 22.2%로 가장 많다. 특히 유포하겠다고 협박당한 피해는 10.3%에 달한다.

디지털 영상물은 원본을 삭제하더라도 복제물이 한 달 뒤나 혹은 10년 뒤에 재유포되기도 한다. 피해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해자로부터 ‘유포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의 소극적인 대처를 불러일으키는 면도 있다. 김 변호사는 유포 협박을 받거나, 유포됐을 때 대처 방안에 대해 말했다.

 

1. 유포 협박을 받았을 때

김보람 변호사 : 증거를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화로 협박을 하면 녹음을 해놓아야 한다. 당사자 간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메시지도 응답을 하면서 캡처해 놓으면 된다. 이런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된다. 가해자의 주소를 알 경우 가해자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모르면 신고자의 관할 경찰서로 신고하면 된다. 가해자가 누군지 모를 경우 가해자에 대한 최대한의 증거를 기록해야 한다.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ID 등이 증거가 될 수 있다.

 

2. 유포됐을 때

김보람 변호사 : 당황하지 말고, SNS나 웹하드 고객센터에 바로 삭제 신청하면 된다. 만약 불법 사이트에 올라갔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어서 삭제 요청을 하면 된다. 또, 삭제 비용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런 고민은 안 하셔도 된다. 영상 삭제 비용은 우선 국가에서 부담한 뒤 가해자에게 청구한다. 돈 때문에 삭제를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불법촬영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

① 국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촬영물등”이라 한다)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에 유포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촬영물등의 삭제를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개정 2020. 1. 29.>

② 제1항에 따른 지원 대상자, 그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한다),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는 국가에 촬영물등의 삭제를 위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신설 2020. 1. 29.>

③ 제1항에 따른 촬영물등 삭제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성폭력행위자가 부담한다. <개정 2020. 1. 29.>

 김 변호사는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유포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삭제하든 신고를 하든 빨리 액션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보람 변호사 약력

現 서울지방경찰청 보통징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단
現 서울강남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위원
現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전속 피해자지원 변호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내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
前 형사국선전담변호사
前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사법고시 47회 합격, 사법연수원 37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불법촬영 #텔레그램 #조주빈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박사방 #사이버 성폭력 #신상공개 #부따 #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