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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신천지 신자들과 종교인들이 말하는 '20대 청년들이 신천지에 모인 이유'

신천지는 감성 포교, 맞춤형 포교, 거짓말 포교로 신자를 모은다

  • 박수진
  • 입력 2020.03.04 17:54
  • 수정 2020.03.04 17:56
신천지 대구교회
신천지 대구교회 ⓒ뉴스1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는 확진자 통계의 양상조차 바꿔버렸다. 기저질환이나 수술 경험이 있는 고령 세대를 제치고, 20대가 국내 확진자 나이대 중 가장 많은 30% 가까이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신천지의 청년 신자 비율은 교회마다 30~50%에 이른다고 한다. 전 교인들의 말에 따르면 신천지는 대학가에서 ‘감성 포교’, ‘맞춤 포교‘, ‘거짓말 포교’ 등의 방법으로 20대 신자를 포섭하고, 차차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모두 교인들로 둘러싸이게 해 교회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직장이나 가족 등 다른 ‘의무적인’ 커뮤니티가 없는 20대 초반 청년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천지를 버리려면 모든 걸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전 교인들, 그리고 신천지를 연구한 종교인들은 신천지로 모이는 청년들이 ▲기존에 다니던 교회에서 이른바 ‘종교적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우지 못한 이들, 그리고 ▲종교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7년 한 신천지 교회에서 신도 수백명이 모여 '새언약 이행시험'을 치르는 모습. (유튜브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캡쳐)
지난 2017년 한 신천지 교회에서 신도 수백명이 모여 '새언약 이행시험'을 치르는 모습. (유튜브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캡쳐)

기성세대보다 청년들의 언어에 맞춘 ‘성경 공부 모임’

청년 신도들 중에는 기성 교회에 다니며 ‘이단‘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살았지만 정반대로 신천지에 빠져버린 기독교인들도 많다. 지난 2015년 방송돼 크게 화제가 된 CBS 다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에는 자신이 다니던 성경 공부 모임이 신천지 포섭 모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그만두지 않은 기독교인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신천지에 빠지는 사람은 대부분 기존 교회에 비판적이고 ‘말씀’ 공부에 목마른 기성 신도들이다. 7개월간 하루 세 시간씩 주 4회 교리 공부를 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신천지 입교가 가능하다. 이같은 종교적 열정을 기성 교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다큐는 ‘헌금과 전도만 강조하는 교회, 교리보다 기복신앙에 매몰된 교회, 공공성 대신 몸집 키우기에 급급한 성장제일주의’가 신천지란 괴물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3월 4일, 중앙일보 양성희 논설위원 칼럼)

아래는 기독교 언론사 국민일보에 실린 한 전 신천지 신도의 사연이다.

교회학교 교사로 헌신했던 한 청년에게 고민이 있었다. 성경을 아무리 읽어도 뜻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도 한 지역에 있는 성경공부 단체와 연결이 돼 성경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쉽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이 청년에게 해준 첫 마디는 “지금까지 성경이 어려웠던 이유는 봉함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었다. 그게 그 청년의 가슴에 확 와 닿았다고 한다. (2019년 12월 5일, 국민일보)

반대로 신천지 입장을 대변하는 전남인터넷신문의 한 기사 역시 비슷한 내용을 신천지가 청년에게 갖는 강점이라고 피력한다. 신문은 ‘신천지는 교리가 사이다 같이 시원하고 명쾌하다’고 표현하며 이들의 신천지 입교를 ”까다로운 청년들의 이유 있는 선택”이라고 일컫는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2020.3.2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2020.3.2 ⓒ뉴스1

밖에서는 보잘 것 없어도 교회 안에서는 주인공

12년 동안 신천지 활동을 하며 섭외부장까지도 했다는 김종철씨는 뉴스1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20대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자신을 대우해주는 주변 환경 때문에 신천지에 쉽게 빠져든다고 설명했다. 

″취업과 같은 불안한 현실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신천지를 믿으면 하나님 나라에서 제사장이 될 수 있다고 포교하니 이에 유혹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만난 한 전 교인 역시 비슷하게 신천지 교회의 특징으로 ‘다른 종교와 다르게 20대에게도 중요한 직책을 주는 것’을 꼽았다.

″사실 청년들은 직업도 없고 밖에선 보잘것없는 존재인데 신천지교회 안에서는 ‘팀장님‘, ‘부서장님’이라고 하늘 같이 대해줘 여기에 취하는 청년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2월2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관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강제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월2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관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강제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신천지 팩트체크’라는 책을 낸 한국천주교유사종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금재 신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종교들과 한국사회의 영향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년들이 설사 이만희를 믿지 않더라도 신천지에서 위안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희망을 얻지 못하고 불안한데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띄워주니까 환상에 빠지게 되는 거다.”

″기성교단과 거대 교회들이 물질축복·내세구원만 추구하는 데 반해 신천지는 14만4천명 안에만 들면 왕 같은 제사장이 되고, 현세 천국의 주인공이 되어 누리며 살 수 있다는 현세구원론을 편다. 세습과 경쟁 사회에서 밀리면 끝인데, 여기서 14만4천명에만 뽑히면 인생 대박이 난다는 것이니 세상의 논리를 신앙에 그대로 적용한 거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사회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가 그 많은 젊은이들을 밀어낸 셈이다.”

(3월 3일, 한겨레)

최종원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는 기독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실은 칼럼에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기성 교회에서 이탈하여 이단이나 사이비 종파로 들어가는 경우는 대부분 지나치게 종교적이기 때문”이라며 ”과도하게 신앙적 열심을 내지만 늘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이나, 요즘 젊은 세대처럼 삶의 불확실성에 억눌린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확신‘·’확실성’이라는 단어는 약한 고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에게 뭔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을 가졌노라고 명확하게 제시하는 주장은 눈을 뻔뜩이게 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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