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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당국의 경고 : 러시아가 트럼프 재선 돕기 위해 또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

트럼프는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수장을 '충성파'로 교체했다.

  • 허완
  • 입력 2020.02.21 14: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을 줄곧 부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을 줄곧 부정해왔다. ⓒKevin Lamarque / Reuters

미국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가 지난주 하원 비공개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는 러시아가 2020년 대통령선거에 또다시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브리핑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 조셉 맥과이어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에 참석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이 이같은 첩보를 자신을 겨냥한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불평하며 책임을 물었다는 것. 시프 위원장은 탄핵조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비공개 브리핑은 지난 13일 하원 정보위 소속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2020년 민주당 경선을 비롯해 대선 전반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관한 새로운 첩보를 의원들과 공유했다. 러시아가 미국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여론 분열을 초래하려는 목적의 ‘작전’을 또다시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선거운동 유세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콜로라도주. 2020년 2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선거운동 유세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콜로라도주. 2020년 2월20일. ⓒMichael Ciaglo via Getty Images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이같은 판단에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공화당 의원들이 ”분노를 터뜨렸다”며 ”그들은 그 첩보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NYT가 이 브리핑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브리핑에 참석한 공화당 크리스 스튜어트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강경하게 맞서왔다고 주장하며 정보기관들의 브리핑을 반박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이유가 없다는 것.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러시아가 트럼프의 재선을 도우려 한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출할 것을 정보당국에 요청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백악관에서 맥과이어 DNI 국장대행으로부터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관련 첩보를 자신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의회에 먼저 브리핑한 사실을 지적하며 분노를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파’로 분류되는 데빈 누네스 의원(하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으로부터 뒤늦게 비공개 브리핑 개최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신의 재선을 돕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일치된 결론을 줄곧 부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으로 '충성파'로 잘 알려진 리처드 그레넬 독일주재 대사를 지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으로 '충성파'로 잘 알려진 리처드 그레넬 독일주재 대사를 지명했다. ⓒMichael Ciaglo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DNI 국장 자리에 리처드 그레넬 독일주재 대사를 새로운 ‘국장대행‘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충성파‘로 꼽히는 그는 독일 대사로 있는 동안 여러 차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정보당국 안팎에서는 관련 경력이 부족한 그레넬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 덕분에 지명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WP는 정보당국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맥과이어가 DNI 국장에 정식 지명될 유력 후보로 거론되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호되게 질책한 이후 그레넬을 새로운 국장대행으로 지명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넬을 정식 국장으로 지명하는 대신 또다른 ‘국장대행’으로 지명한 건 그가 상원 인준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레넬 신임 DIN 국장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 시도에 대한 보고 자체를 받기 꺼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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