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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편집장] 변희수 하사는 왜 군인으로 살고 싶어 할까?

20년 전에 군 생활을 한 사람은 이해 못 하는 부분.

  • 강병진
  • 입력 2020.02.20 11:48
  • 수정 2020.02.20 11:52
변희수 하사가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희수 하사가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하사가 군에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지난 1월 22일 육군은 심신장애 전역 판정을 내렸다. 이후 2월 10일 청주지방법원은 변 하사의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적으로 여성이 된 것이다. 변희수 하사는 인사 소청을 통해 앞서 군이 내린 강제 전역 결정을 다시 심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변희수 하사는 앞으로도 군인으로 사는 걸 원한다. 변 하사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계속 군에 남고 싶다는 말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왜 군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걸까? 군인이 그렇게 좋은가? 나는 20년 전, 4.2인치 박격포 부대로 입대해 2년 2개월의 군 생활을 했었다. 나는 일개 사병이었고, 변 하사는 현재의 부사관이라 생활여건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군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했던 군 생활 때문일 거다.

여름에는 잡초를 뽑았고, 가을에는 여름철 태풍에 쓸려간 테니스장 복구 작업을 했고, 겨울에는 산에 올라가 작전도로의 눈을 치웠다. 연대장이 좋아한다고 곰취나물을 뜯는 일에 동원된 적도 있다. 그때마다 우리를 인솔한 건, 우리와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부사관들이었다. 20년 전에 내가 부대에서 만난 부사관 2명은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선임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간부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입대 동기들이 전역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곤 했다. 20년 전의 군 생활이 그렇다보니, 그때의 나는 ”군 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사회 생활도 잘한다”는 말이 진짜 웃겼다. 사회 나가면 어련히 알아서 잘 살까.

20년 전의 사병이었던 나와 그때 만난 부사관은 그랬지만, 현재의 부사관인 변희수 하사는 진짜 군인이 되고 싶어서 군인이 됐다. 1월 22일의 입장문에 따르면 변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자신의 성정체성과 사회적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아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군인으로 남고 싶어 군 생활을 열심히 했다. 주특기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고, 참모총장상도 받았다. 그런 군인이었기 때문에 변하사의 소속부대도 그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국외 휴가를 승인했다. 휴가를 승인한 대대장은 변하사가 더 행복한 군인이 되어 계속 군에 남아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과연 육군은 변희수 하사의 인사소청에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BBC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9,000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 등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런 당사자가 있는데 왜 때가 아니라고 물어볼 수 밖에 없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고 싶어하는 그의 열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이르다고 한다면, 거기에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말해 귀찮은 게 아닐까? 변희수라는 군인의 목소리 하나가 군대 내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더 끌어낼 것이고, 세상은 시끄러워질 거다. 그러니 군의 결정권자들은 지금의 내가 아닌 나중의 다른 사람들이 결정해 주기를 원할 수 밖에. 그러면서 그들은 군의 품위와 명예란 말들로 속내를 감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변희수 하사처럼 오랫동안 군인의 열정을 품고 살아온 군인을 배제하는 것이, 군의 명예를 지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군이 명예를 드높이기를 응원한다. 

 

P.S

군은 인사소청에 대해 일반적으로 3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한다. 결과에 따라 재심을 요구할 수 있고, 재심의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그만큼 변희수 하사가 다시 군인으로 사는 일은 앞으로 더 지난해 질 전망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지난한 싸움 끝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사람들이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지난 19일 선보인 [CHANGE :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그러한 사람들을 조명하는 시리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이루어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작을 함께 했다. 변희수 하사가 다시 군인으로 살게 된다면, 그때 이 시리즈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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