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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19일 14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3월 04일 09시 32분 KST

[CHANGE : 세상을 바꾼 사람들]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통과시킨 이재정 의원

“충북의 국민이라고 강남 국민보다 덜 보호 받을 이유 없다”

HUFFPOST KOREA/SUJONG LEE
이재정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미움받는 존재들. 카메라의 플래시 라이트, 행동 하나에 달리는 해석의 문장들. 미움받아 마땅한 존재들로 세상에 내던져진 이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은 그렇다. ‘한 사람이 이만큼의 미움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그것조차 당신의 선택이겠거니’라는 말로 고민을 털어버리기 일쑤였다. 

초선 비례대표. 직업 정치인 이재정을 만났다. “국회의원이었던 제 인생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어색하죠? 조금 어색해. 뭐야” 그도 당신 스스로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알고 있다.

HUFFPOST KOREA/SUJONG LEE & HANGANG KIM
이재정

작년 그의 1호 법안이 통과됐다. 이른바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 지방마다 달랐던 소방 예산과 인력, 소방관의 처우가 소방관 국가직 재정으로 일원화된 법이다. 소방관들은 이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지방마다 다른 인력과 예산으로 남의 일 보듯 했던 현실이 개선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단적으로 충북과 서울 강남이 상황이 달라요. 충북의 도민이라고 해서 서울 강남의 국민들보다 덜 보호 받아야 될 하등이의 이유가 없잖아요. 국가직화를 통해서 완전하진 않지만 국가 재정 투입이라든지 국가적 차원의 기획과 설계가 가능해진 거죠”

HUFFPOST KOREA/SUJONG LEE & HANGANG KIM
이재정

사실 그가 초선 비례대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재선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한 이름, 익숙한 얼굴. 티비 출연도 많았고 기사로도 많이 접한 정치인 이재정. 그만큼 비판과 비난도 익숙할 정치인. 

“어떤 분들은 언론에 국회의원들이 노출된다는 거는 개인의 명예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스피커의 확성 장치를 키우는 일들은 일반 기업에서 마케팅과 같은 일이에요”

작년 이재정의 1호 법안.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졌어요. 개인적인 소회가 있을까요.

= 공교롭게도 제 아이가 17개월, 18개월 일 때 국회의원이 됐어요. 우리 아이가 본인 키로 기대서 바라보면 보이는 거실 밖이 소방서였어요. 소방차들이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출동을 하면 ‘이용 이용차’ 출동한다고 소리를 꽥꽥 질러요. 그래서 저는 안양시 동안 소방서 출동을 모를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 안에서 친구들을 지켜주는 캐릭터들이 소방관이거든요. 슈퍼윙스도 있고. 그래서 이 아이 머리 속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나 봐요. 엄마, 아빠 후에 다음에 한 말이 소방관이에요. “우리 얘기 커서 뭐 하고 싶어?” “소방관, 소방관” 

소방현실이 굉장히 열악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사실상 당장 일어나지 않는 일에 투자가 안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에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에 인색한 곳이 바로 국민의 안전 영역이에요. 몇 년 전까지지만 해도 화재에 투입될 때 방화복이 아니라 방수복을 입었어요. 본인의 돈으로 직접 화재 장갑을 사서 썼다는 얘기도 실제 없는 얘기가 아니라 있었던 얘기거든요. 

단적으로 충북과 강남 상황이 달라요. 소방관이 지방직이었을 때는요. 지방 재정과 여력에 따라서 인력도, 장비도 달랐어요. 안타까운 얘긴데. 충북 제천에서 아이가 어른들의 안마 의자에 끼어서 의식 불명에 빠지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어요. 충북의 도민이라고 해서 강남의 주민들보다 덜 보호 받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국가직화를 통해서 완전하진 않지만, 국가의 재정 투입이라든지 국가적 차원의 기획과 설계가 가능해진 거예요.

작년 12월, 행정안전부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따라 2022년까지 2만 명의 인력을 보충하기로 발표했다. 지방 여력에 따라 달랐던 소방장비 또한 2021년부터는 중앙에서 일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이재정 의원 인터뷰를 보면 의원실 직원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국회의원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고민하는 9명의 스텝이 있어요. 4급 보좌관부터 인턴까지요. 소방관 국가직화 문제를 지난 국회에서부터 이끌어온 사람이 저희 수석 보좌관이었고요. 실제 각기 살아온 인생의 경험들이 다르고요. 전문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HUFFPOST KOREA/SUJONG LEE
이재정

하나의 의원실이 10명으로 구성됐다는 건 초기 스타트업하고도 굉장히 비슷해요. 

= 예전에는 정당 안에서의 서열 순위에 따라서 각각 주어진 역할이 있었어요. 국회의원이 정당 내 추진되는 과제로 함께하는 정치가 훨씬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세대가 바뀌고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요구들도 다양해지고 그것들을 정당이라는 전체 틀이 수용을 못 하고 있죠. 말씀하신 대로 스타트업 기업같이 국민의 요구를 틀로 잡아서 우리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내죠. 어떻게 보면 투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국민의 투자를 받는 것이죠. 

그럼 이재정 의원실은 어디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국민에게 문제를 보다 쉽고 도드라져 보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요. 저희 인턴이 착안했던 아이디어가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분진 가루를 뒤집어 쓰는 릴레이 퍼포먼스였어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매캐한 연기 등을 어떻게 감내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거죠. 

릴레이 퍼포먼스로 배우분들도 동참해주셨어요. 한지민씨, 김혜수씨, 류준열씨, 정우성씨. 엑소 기획사에서도 전화가 왔었어요. “저희는 지목을 안 받았는데 이 퍼포먼스에 참여해도 되나요”라고. 

마케팅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네요.

= 네. 어떤 분들은 언론에 국회의원들이 노출되는 것은 개인의 명예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의원실 스텝들과 함께하는 기업의 스피커 역할을 해요. 또 그 기업에 요구하고 투자를 한 국민들의 스피커 역할을 합니다. 스피커의 확성장치를 키우는 일들이 바로 일반 기업에서 마케팅 같은 일이죠. 

확성 장치를 키우는 일.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오방색 끈을 흔들어 보이던 사람. 미디어에 노출될 수록 관심과 함께 미움도 많이 받는 사람.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 중이던 때 그를 향한 “귀여운 척 마세요”라는 공격에 “귀여운 건데”라고 받아치며 언론에 대서특필 된 해프닝도 있었다. 

HUFFPOST KOREA/SUJONG LEE
이재정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 정치 그만둘 것” 타인의 행복을 위해 이 일을 하지만 과연 나는 행복한지 되묻게 된다.

마지막으로 언제 우셨는지 궁금해요.

= 운 거요? 잘 울어서. 저 언제 울었지 (눈물이 살짝 고여 보좌관을 바라보며). 그 과거사 피해자분들과 함께 법안 통과를 위해서 함께 바둥거리던 당시에요. 국회에서 동료 의원 중에 한 분께서 언론들이 취재하는 상황을 지켜보시면서 이재정은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얘기를 했어요. 쇼하지 말라고. 

쇼할 때 있죠. 쇼가 다른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국민이 봐야 된다고 생각할 때.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과거사 피해자분은 쇼가 아니라 절박한 오늘의 삶이거든요. 그 삶을 쇼라고 치부하시는 거 같아서. 피해자분이 서럽게 우시면서 절규를 하셨어요. 그 순간에는 저도 분노도 했지만 송구한 마음이 앞서서 같이 울 수밖에 없었죠. 

그럼 국회의원 일을 하다가 ‘현타’(회의감) 온 적은 없었나요.

= 국회의원로서도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과정들이 있어요. 누가 얼굴 붉히며 싸우는 게 좋겠어요. 감정 소모들 그리고 부딪히는 과정, 현장에서 느끼는 자괴감들이 있어요. 이게 여러 의원님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그때 묘한. 정말 우울증 같은 것들이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저 역시도 ‘내가 정치를 왜 할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이 길에서 들어선 것이라면 최소한 나도 행복해야지. 근데 지금 나는 행복한가. 이 감정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인가. 사람들은 각자의 탄성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넘어져도 그 탄성으로 자기가 최소치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겪는다고 생각하는데 오랫동안 복원이 안 됐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HUFFPOST KOREA/SUJO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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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치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와닿아요.

= 저는 언제든 제가 정치를 그만두는 건 삼선이다 몇 선이다 또는 국민이 날 뽑아주지 않을 때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는 정치를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때 순간 ‘내가 내 행복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심각하게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희망은 정치에서 찾는 거 같아요. 정치를 혐오하면서 찾는 게 아니라. 정치에서 희망을 찾아야 된다는 얘기를 저도 납득하지 못하면서 당시에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과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그러네’. 그때 다시 이곳에서 희망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설득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럼 이재정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 행복이란 얘길 했잖아요. “저는 교사였던 제 인생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어색하지 않죠? “소방관으로서의 제 인생.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어색하지 않죠? “국회의원이었던 제 인생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어색하죠? 약간은 뭐라 그러지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국회의원 또는 정치에 대한 국민이 가진 인식들은 정치인 스스로가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시민들이 또 걷어내야 하는 측면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국회의원이어서 저 자랑스러웠어요’라고 얘기해도 어색하지 않는 그런 정치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난 국회의원이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정말 행복했고 자랑스러워요’ 이 말이 어색하지 않는 그런 순간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제가 국회의원을 그만둘 때 만들지 않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행복하고 싶다는 얘기도 궁극적으로 정치라는 것은 늘 싸우고 안 좋은 것들 또는 권모술수가 아니라 나 한 명. 국회의원 한 명도 스스로 행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요.

 

글=김한강 에디터: hangang.kim@huffpost.kr

사진=이수종 에디터: sujong.lee@huffpost.kr

아트디렉팅=박사연 에디터: sayeon.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