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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16일 17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2월 16일 17시 35분 KST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제안을 둘러싼 3가지 쟁점

법무부는 검찰 내에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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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 추진을 위해 17년 만에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 안팎과 법학계 등에선 검찰의 기소 결정에 견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현행 법체계와 실효성 면에서 타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 ‘분권형 형사사법절차’라는 이름까지 붙여 밀어붙일 태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오는 21일 이 문제를 논의할 ‘전국검사장회의’를 열기로 했다. 법무부가 이 회의를 소집한 것은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법무부는 “검사장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라며 의미를 ‘평가 절하’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방침을 강행하려는 수순 밟기로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수사-기소 분리’가 논란을 빚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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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① 형사소송법 위반?

우선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체계에 맞느냐는 의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사’에게 공소제기권(기소권)을 부여한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의 생각처럼 바꾸려면 형사소송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제246조)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조직’이 아닌 검사 ‘개개인’을 기소의 주체로 보고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런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둔 채 법령보다 하위인 법무부 규칙이나 훈령으로 검사의 공소권을 제약하게 되면 위법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검사의 지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완규 변호사는 “모든 수사는 공소 제기(기소)를 전제로 행해지는 예비 절차인데, 수사 검사의 공소권을 장관이 임의로 제한하게 되면 형사소송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굳이 추진할 생각이면 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공소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검사는 (검찰 수사관이나 수사 경찰과 같은) 사법경찰관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원에 심리하는 판사와 판결하는 판사를 따로 두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실제로 검찰청 소속 수사관(일반직)은 사법경찰로서 배당 받은 사건을 수사한 뒤 검사에게 송치하고, 기소 여부는 검사가 판단한다.

정승환 고려대 로스쿨 교수(형사법)는 “검사의 제일 중요한 권능은 공소권”이라며 “검사에게 ‘너는 기소하지 말고 수사만 하라’고 하는 것은 검사의 지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형사법)는 “법무부의 방침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와 기소를 한 명의 검사가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다. 형사소송법 체계에 배치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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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검찰깃발과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논란② 범죄 대응력 약화?

법무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검찰 수사는 대부분 ‘인지 수사’다. 검사가 직접 범죄 단서를 확보해 수사하고 기소하는 대상 사건들을 말한다. 이런 사건들엔 정치권력, 고위 관료(공직자), 재벌 등 대기업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검찰이 이달 초 13명을 기소한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삼성 바이오 사건’ 등이 모두 인지 수사에 해당한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지면 이런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대응력이 현저히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관련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수사기록만 수천 쪽에서 수만 쪽에 이르는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가 아니면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판에서 대응도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허일태 동아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는 기소를 목표로 하고, 실제 기소하면 결국 재판에서 피고인·변호인과 맞붙게 될 텐데 직접 수사한 검사와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검사 중에 누가 더 공소유지를 잘 할 것 같으냐”며 “김앤장 등 비싼 변호사들이 붙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유지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주요 인지 사건의 경우 검찰은 수사 검사가 기소 결정은 물론 공소유지(재판 참여)까지 맡는 ‘직관’(직접관여)을 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직관을 해도 최근 주요 사건에서 무죄가 빈발하고 있는데, 수사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를 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느냐”고 우려했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특수부 등이 했던 인지 사건의 경우에도 인사로 직관이 어려워지면 공판부 검사가 대신하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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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논란③ 실효성에 의문?

법무부의 주장은, 수사한 검사는 기소할 시점이 되면 손을 떼도록 하고 기소 전담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는 실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기소 전담 검사가 수사기록을 봤는데, 만약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본인이 직접 하나? 아니면 수사한 검사에게 보완하라고 하나? 이런 의문들에 답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구속자가 나와 기소 시한(20일)에 쫓기는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한 사건의 경우 기록 검토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관련자나 공범이 더 있어서 일부는 기소하고, 일부는 계속 수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경계’가 모호해진다.

수사 검사는 기소가 타당하다는 의견인데, 기소 검사의 결론이 이와 다르거나 충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내부 결재 시스템’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게 된다. 기껏 사무 분담을 해도 ‘도돌이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총장이 최근 ‘검사동일체 원칙’을 강조한 것도 이를 강조한 맥락으로 읽힌다.

수사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하는 구속영장은 인지 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법원이 구속 타당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기소 가능성을 높인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영장 단계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았는데, 기소 검사가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것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며 “법무부의 주장은 탁상공론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론이 있다. 한 검사장은 “신중한 기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동안 기소 심의위원회, 전문자문단, 인권수사자문관 등 여러 제도를 도입했으나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 않으냐”며 “검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장치를 하나 더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래 수사-기소 분리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숱한 문제를 일으켰으니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게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소추와 재판을 검찰과 법원으로 나눴듯이 기관 간 ‘권한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인데, 추 장관이 이 논의를 검찰 내부의 ‘사무 분담’ 문제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환 고려대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논의되던 수사-기소 분리와 지금 법무부가 말하는 수사-기소 분리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며 “검찰 내부의 수사-기소 분리는 이야기하면서, 왜 경찰에는 (기소권의 일부인) 수사종결권을 준 것인지, 공수처는 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지 않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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