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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는 국회에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 참지 않는다: 야유의 역사

집권 여당의 당수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이 없다.

ⓒASSOCIATED PRESS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른바 ‘국회 야지(ヤジ) 사건‘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속어로 쓰이는 ‘야지‘는 일본어로 ‘야유’를 뜻한다. 집권 여당의 당수로서 야당의 쓴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인다.

지지통신 등은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 츠지모토 키요미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언급하며 ”도미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고 자유민주당 수뇌부의 비리를 꼬집었다고 알렸다.

그러자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아베 총리는 ”의미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야유했다. 이에 츠지모토 의원이 ”누가 그런 발언을 했냐”고 소리치자 야당 의원들이 아베 총리에게로 달려나와 항의를 시작했다. 위원회는 정회됐다.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는 ”갖은 욕의 연속이었다. 이런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했다”고 밝혔지만 했던 말을 무르지는 않았다. 이에 야당은 13일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징벌 동의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17일 아베 총리의 해명과 사과를 듣는 조건으로 국회를 열었다.

그러나 13일 국회에서도 아베 총리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야당이 도쿄고등검찰장의 갑작스런 정년 연장을 문제 삼자 그는 ”자의적 인사를 실시해 왔다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라며 호통을 쳤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야당 의원을 공격하거나 질문을 폄하하는 총리의 야유와 답변은 반복되어 왔다”면서 ”총리가 국회를 경시하는 자세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실 아베 총리의 ‘야지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기에 현지에서도 ”또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대표적 예가 2015년 2월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타마키 유이치로 의원이 농림수산성 장관이 대기업으로부터 헌금을 받았다는 논란에 대한 질문을 할 때도 아베 총리는 갑자기 ”일교조(일본 교원 노동 조합)!”라고 소리를 치며 야유했다. 이는 과거 민주당이 과거의 일본 교원 노동 조합에 헌금을 받은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나, 당시 자민당조차 당혹스러워 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11월 무소속 이마이 마사토 의원에게 사학 관련 문서가 문부과학성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는 ″당신이 만든 것 아니잖아”라고 중얼거렸다. 이에 항의가 들어오자 ”작성자 불명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하다 사과했다.

그러나 최근 그 빈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사학 스캔들과 더불어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 당수인 자신부터가 다수의 비리 의혹에 휘말리며 공격을 받다 보니 작은 발언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4일에는 민주당 쿠로이와 타카히로 의원이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최고급 초밥 식사를 대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총리는 ”그렇게 말을 거칠게 하고 비서관에게 징징대는 건 인간으로서 어떻다고 생각하나”, ”단정한 채로 말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 폭언하기도 했다.

당수 탓에 궁지에 몰린 자민당 국회 대책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적어도 들리지 않게 말해 달라”며 한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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