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2월 14일 12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2월 14일 12시 22분 KST

미국 법무장관이 '트럼프 트윗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말한 배경은 이렇다

트럼프의 오랜 측근 로저 스톤 사건에 대해 사법방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윌리엄 바 법무장관(검찰총장)이 지켜보고 있다. 2019년 11월26일. 

″이건 끔찍하고 매우 불공정한 상황이다. 진짜 범죄는 반대편이 저질렀는데 그들은 무사하다. 이 오심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시작은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이 트윗이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자신의 측근이자 막후 조력자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로비스트 로저 스톤에게 검찰이 징역 7~9년형을 구형하자 ‘불평’을 쏟아냈.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을 겨냥한 의회 조사를 방해하면서 증인매수, 위증 등을 저질렀다는 7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또다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논란을 불렀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은 사법방해 혐의가 제기된 10가지 사건을 수사 보고서에 적시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트럼프의 트윗이 나온 이후, 법무부는 ”징역 9년은 너무 과도하다”며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권고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렸다.

법무부는 이 사건을 두고 백악관과 논의한 적이 없으며, 내부 소통 오류로 인한 잘못을 바로잡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담당검사 네 명은 이에 항의하며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그 중 한 명은 아예 검찰을 떠났다. 일종의 항명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로저 스톤이 워싱턴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19년 11월15일.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선 스톤 사건을 담당하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를 비난했다. 그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본부장을 ‘독방에 가둔’ 인물이라며 편향성 의혹을 제기한 것.

(그러나 매너포트는 독방에 수용된 적이 없으며, 수감자를 독방에 수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판사가 아니라 교정 당국이다.)

이 판사가 (트럼프 대선캠프 위원장) 폴 매너포트를 (1920~30년대 악명 높았던) 갱단 알 카포네처럼 독방에 감금한 사람인가? 이 판사가 부정직한 힐러리 클린턴은 어떻게 대했는지? 그냥 물어보는 거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에콰도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발언 도중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2020년 2월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수사를 ‘뮬러 사기극’으로 묘사했고, 민주당에 편향됐다고 주장하는 (실체가 불분명한) 특검팀 내 인물들을 언급할 때마다 써왔던 표현인 ’13명의 분노한 민주당원’을 끄집어냈다.

시작조차 되어서는 안 됐을 불법적인 수사, 뮬러 사기극에 엮인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징역 9년형을 구형한 게 들통나자 황급히 달아난 검사 네 명이 누군가? (뮬러 사람들인가?) 13명의 분노한 민주당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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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한 기념식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5월15일.

 

그리고는 검사들의 구형량을 번복함으로써 사건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검찰총장)을 추켜세우는 트윗을 올렸다.

완전 통제불능 상태였고 아마도 애초에 제기되어서도 안 됐을 사건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빌 바 법무장관이 자랑스럽다. 뮬러 사기극이 부적절하게 도입됐고 부패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나왔다. 밥 뮬러조차 의회에 거짓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톤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검사들이 ”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살인자들, 약물 중독자들도 9년형까지는 안 받는다.” 그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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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취임 이래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패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제서야 바 장관이 입을 열었다. 

”법무부 형사 사건에 대해 트윗을 올리는 걸 멈출 때라고 본다.” 그가 13일 ABC뉴스 단독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우선 스톤에 대한 구형량을 낮춘 결정에 대해 백악관으로부터 어떠한 압박이나 개입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로저 스톤 사건을 백악관과 논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내가 생각한대로 결정을 내렸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질문이 뒤따랐다.

″그렇습니다. 몇몇 트윗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바 장관이 답했다.

 

그는 판사나 검사 같은 법무부 인사들이나 진행중인 각종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들은 ”내가 직무를 수행하고, 우리가 진실성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법원과 검찰에 심어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누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도,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다.” 바 장관이 말했다. ”의회든, 신문사 논설위원실이든, 대통령이든,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바 법무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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