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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후보 경선 : 바이든은 이대로 몰락하는가?

1972년 이래로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에서 2위권 밖으로 밀려난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사례는 전무하다.

  • 허완
  • 입력 2020.02.13 12:05
  • 수정 2020.02.13 12:09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11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2월11일. ⓒSean Rayford via Getty Images

미국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처음 치러지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깜짝 결과’가 나왔다. 유력 주자들이 고꾸라지기도 했고, 그 전까지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후보들이 굉장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아이오와에서 승리해 갑자기 선두주자가 된 후보가 일주일 뒤 뉴햄프셔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1972년 이래로 변한 적 없었던 사실이 하나 있다. 첫 경선이 열리는 두 개 주에서 2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후보가 민주당(또는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선두주자로 꼽히며 레이스에 뛰어들었으며, 첫 두 개 주에서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선전을 기대했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다. 반면 아이오와뉴햄프셔를 2위권으로 마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이나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냈던 피트 부티지지에게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패배는 부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 내며 이는 선거자금 모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패배한 후보는 이후 경선에서 효과적으로 싸우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당연하게도 승리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경선 초반 ‘깜짝 2위‘를 기록한 후보 역시 경선에서 승리하거나 최소한 전국 전당대회 때까지 버틸 힘을 받게 된다. 반면 (뉴햄프셔에서 3위를 기록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처럼) ‘깜짝 3위’를 했다고 해서 모멘텀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뉴햄프셔에서 5위를 기록하며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바이든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 유권자 다수가 흑인인 첫 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 그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고령층 흑인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전례가 반복된다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바이든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1992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폴 송가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빌 클린턴이 축하 행사에서 아내 힐러리 클린턴과 포옹을 하고 있다. 매리맥, 뉴햄프셔주. 1992년 2월18일.
1992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폴 송가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빌 클린턴이 축하 행사에서 아내 힐러리 클린턴과 포옹을 하고 있다. 매리맥, 뉴햄프셔주. 1992년 2월18일. ⓒASSOCIATED PRESS

 

‘컴백 키드’ : 빌 클린턴

1972년 전까지만 해도 대선후보는 전국 전당대회에서 결정되곤 했다. 프라이머리나 코커스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절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었다.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낮은 지지를 받은 후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972년 전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이벤트였다.)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큰 실패로 끝난 뒤,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주 프라이머리와 코커스가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하는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이로써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는 지역이 됐다.

4년 뒤, 조지 맥거번(민주당, 사우스다코타) ) 상원의원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기록한 ‘깜짝 2위’를 바탕으로 기세를 몰아 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런가 하면 그 때만 해도 지역 바깥에서는 지명도가 낮았던 조지아 주지사 출신 지미 카터 역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경선에서 승리해 1976년 당 대선후보에 지명됐다.

그러나 ‘깜짝 2위‘를 발판으로 대선후보 지명에 성공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1992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컴백 키드’ 퍼포먼스를 펼쳤던 빌 클린턴이었다. 당시에는 뉴햄프셔가 사실상의 첫 경선지였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아이오와 상원의원이었던 톰 하킨과 맞붙는 걸 포기하면서 아이오와 코커스가 싱겁게 끝났기 때문이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로 향하면서 각종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바로 옆 매사추세츠주의 상원의원이었던 폴 송가스 후보는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선두주자로 여겨졌다. 뉴햄프셔 경선이 열리기 일주일 전, 가수 제니퍼 플라워스는 클린턴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고 클린턴의 ROTC(학사장교) 동료는 그가 베트남 전쟁 징집을 피하기 위해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빌 클린턴이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을 앞두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내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한 레스토랑을 찾아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맨체스터, 뉴햄프셔주. 1992년 2월15일.
빌 클린턴이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을 앞두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내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한 레스토랑을 찾아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맨체스터, 뉴햄프셔주. 1992년 2월15일. ⓒASSOCIATED PRESS

 

클린턴 캠프의 내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였다. 이로써 클린턴은 베트남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잃은 참전용사인 밥 케리 상원의원(네브래스카)과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다. 2위로 마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뉴햄프셔를 3위나 4위로 끝내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케리가 2016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클린턴 선거캠프는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는 클린턴의 재주가 뉴햄프셔 유권자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봤다. 클린턴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송가스 후보에게 10%p 내로 뒤쳐진 2위가 목표였다.

전략은 통했다. 클린턴은 33%를 얻는 데 그친 송가스에 9%p 밀린 2위를 차지했다. 클린턴은 경선 승리 이후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뉴햄프셔가 자신을 ”컴백 키드”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1972년 이래로 아이오와에서 2위 안에 들지 못하고도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경우(민주당, 공화당 포함)는 두 번 밖에 없다. 1988년의 조지 H.W 부시, 2008년의 존 매케인이다.

매케인은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를 건너뛰었고 4위를 기록했다. 클린턴이 그랬던 것처럼, 매케인을 구한 건 뉴햄프셔였다. 그는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이후 기세를 몰아 경선에서 최종 승리하게 된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일럼, 뉴햄프셔주. 2020년 2월10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일럼, 뉴햄프셔주. 2020년 2월10일. ⓒCarlos Barria / Reuters

 

이번 선거가 다른 선거들과 다를 수도 있는 이유 

물론 전례는 깨지기 마련이다. 올해 첫 두 경선에서 2위권에 든 두 후보가 갑작스럽게 모멘텀을 상실할 수도 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2020년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전국의 민주당 지지층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는 반면, 첫 두 개 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백인 인구 비율은 90%가 넘는다. 민주당 지지층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선 일정을 조정해 아이오와나 뉴햄프셔가 갖고 있는 ‘대선 풍향계’라는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경선에서 조기 하차한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지난 11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는 훌륭한 주”라면서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두 지역은 이 나라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분명 민주당의 다양성을 반영하지도 못한다.”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각각 열리는 세 번째와 네 번째 경선은 민주당 지지층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유권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든은 이를 근거로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의 부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구성이) 훨씬 더 다양한 지역과 전국 곳곳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이 9일 한 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넛 박스를 들고 소방서를 방문하고 있다. 런던데리, 뉴햄프셔주. 2020년 2월10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넛 박스를 들고 소방서를 방문하고 있다. 런던데리, 뉴햄프셔주. 2020년 2월10일. ⓒCarlos Barria / Reuters

 

그러나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권자들이 첫 두 지역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샌더스와 부티지지는 훨씬 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승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보도가 나오기 마련이다. 유권자들도 이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2010년에 나온 연구 ‘대통령 경선에서의 모멘텀과 학습’에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 결과가 더 크고 더욱 다양한 유권자들로 구성된 나머지 지역들보다 최종 결과에 5배나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린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올해 경선이 통념이나 전례를 깰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있기는 하다. 미국에서 8번째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펼치고 있는 전례없는 선거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600억달러(약 70조원)의 자산가인 그는 벌써 자기 돈 3억1000만달러(약 3660억원)을 선거운동에 쏟아부었다. 미국 대통령후보 경선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규모다.

블룸버그는 첫 네 개 경선을 건너뛰고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3월3일의 ‘슈퍼 튜즈데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돈을 TV광고에 쏟아부어 유권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돈으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후보는 없다. 그리고 바닥을 모르는 그의 주머니에서 쏟아져나오는 돈이 경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누구도 모른다.

 

* 허프포스트US의 Bad News For Biden: Nobody Has Won The Nomination After A Start Like Thi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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