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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11일 11시 43분 KST

봉준호의 수상소감 덕분에 재조명된 90년대 영화광들의 필독서 하나

그 시절 영화광들이라면 지금도 책장에 이 책이 있을 수 있다.

Kevin Winter via Getty Images
HOLLYWOOD, CALIFORNIA - FEBRUARY 09: Bong Joon-ho accepts the Writing - Original Screenplay - award for 'Parasite' onstage during the 92nd Annual Academy Awards at Dolby Theatre on February 09, 2020 in Hollywood, California. (Photo by Kevin Winter/Getty Images)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어렸을 때 영화 공부를 하며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며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었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객석에서는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의 영화를 보면서 자란 사람으로서 같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Arturo Holmes via Getty Images

시상식 후 한국 취재진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말은 데이비드 톰슨이 쓴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쳐놓은 부분이다.” 데이비드 톰슨은 영국의 영화 저널리스트다. 그는 1989년 영화학자 이안 크리스티와 함께 ‘Scorsese on Scorsese’란 책을 펴냈다. 미국의 뉴욕 리틀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틴 스콜세지의 개인적인 경험이 어떻게 그의 영화에 나타났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스콜세지 본인이 쓴 책은 아니지만, 스콜세지의 자서전 같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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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책장에 아직도 꽂혀있던 책.

이 책은 1994년 12월 한국에 출간됐다. 한국판 제목은 ‘비열한 거리 - 마틴 스콜세지: 영화로서의 삶‘이다. 1995년은 한국에서 영화광들이 탄생한 해였다. 종로 코아아트홀 같은 예술영화관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희생‘이 개봉해 극장 한 곳에서만 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해였다. 영화잡지인 ‘씨네21’과 ‘키노‘가 창간되기도 했다. 이 책 ‘비열한 거리’는 바로 그때 한국에 출간되어 당시 영화광들의 필독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페이지의 어떤 부분에 밑줄을 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책의 16페이지에는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영화는 개인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이는 그것이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자원을 사용할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관된 작가성에 대한 집착이 있을 때만이 영화 작가에게 있어 어떤 제스처와 대사 한 줄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참된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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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니지만, 다른 책에는 더 비슷한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 담겨 있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영화제작자의 마스터클래스‘(Moviemakers’ Master Class: Private Lessons from the World’s Foremost Directors)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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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akers' Master Class: Private Lessons from the World's Foremost Directors

여기에는 마틴 스콜세지의 마스터클래스 내용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I tend to feel the more singular the vision and the more personal the film, the more it can claim to be art.” (나는 비전이 더 특이하고, 더 개인적인 영화일수록 예술이라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열한 거리 - 마틴 스콜세지 : 영화로서의 삶’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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